생각의 편린들

대학들의 국문학과 홀대 움직임, 우려스럽다

새 날 2013. 5. 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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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서울신문 >

 

학문과 진리 탐구의 전당, 대학을 일컬을 때 흔히들 사용하는 표현이다.  하지만 이도 이젠 옛말일 듯싶다.  요즘 대학생들겐 오직 취업이란 목표가 지상과제가 된 지 오래이고, 대학들 또한 경쟁력이 만사인 논리에 빠져 저런 말 하면 웬 개풀 뜯어먹는 소리 하나 싶을 게다.  요즘 대학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경쟁 기준이자 요소, 바로 졸업생들의 취업률 아니겠는가. 

 

취업률의 높낮이가 결과적으로 우수 대학의 잣대가 된 세태 속에서 불거진 일부 대학들의 국문학과에 대한 홀대, 어찌 생각해 보면 너무도 당연한 결과일 듯하다.  때문에 대학들의 고충이 한편으론 이해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국문학이란 존재가 과연 취업이 잘 안 된다고 하여 도태시켜도 되는가에 대해선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마치 우리 역사 홀대의 데자뷰를 보는 듯한 느낌이라 찜찜하고, 과연 우리 민족의 얼과 혼이 담긴 역사와 글, 언어를 돈과 경쟁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등한시하거나 도태시켜도 되는가 되묻고 싶은 거다.

 

한글 연구의 개척자 주시경 선생과 시인 김소월, 소설가 나도향이란 걸출한 인물을 배출하였고, 이러한 자랑스런 동문들을 기리기 위해 단과대 명마저 '주시경대학', '김소월대학'으로 붙여 쓰고 있는 배재대학교가 국문학과를 통폐합하기로 결정했단다.  배재대 측에선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재학률이 줄고 취업이 잘 안 되는 학과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국문학과가 통폐합되었다"라고 하며 해명에 나섰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학교는 2011년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된 바 있어, 여러 학과들 중 국문학과가 '부실대학' 탈피를 위한 희생양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비단 배재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광운대와 건양대, 서원대 등에서도 수 년전부터 국문과를 폐지하거나 그러한 움직임이 보여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국문학과냐는 거다.  허울 좋은 취업률 때문에 우리의 정체성이랄 수 있는 모국어 연구의 산실인 국문학과의 홀대, 과연 괜찮은 걸까?

 

이는 세종대왕이 지하에서 땅을 치며 대성통곡할 일이 아니던가.  최근 우리 역사 공부에 대한 홀대가 큰 이슈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젠 우리 민족만의 고유어인 한글과 국어마저 홀대 받는 현상이 대세로 자리잡는 듯한 느낌이라 안타깝다.

 

대학들이여, 그래 이참에 취업과 거리가 먼 학과들을 모두 폐과하거나 이웃 학과에 통폐합해 버리자. 아울러 모든 학과들을 취업 잘 되는 실용학문으로 개편하고, 모든 대학을 오로지 취업을 위한 전초기지로 만들어 버리자. 그럼 원래 취업이 존재의 이유였던 2년제 전문계 대학과 무슨 차별화가 되느냐고?  왜 안 될까. 우리 사회, 진작부터 4년제라는 간판 때문에 모두들 목매어 있는 상황 아니었던가.  학문과 진리 탐구는 무슨, 그런 따위 그냥 개에게나 줘 버리고, 오로지 취업을 위한 실용학문만으로의 정진을 통해 취업도 잘 되고, 4년제라는 간판도 딸 수 있는, 1석2조의 효과를 누려보자. 

 

물론 우리 대학들의 씁쓸한 현실적 단면 때문에 해 본 반 농담이다.  그렇다면 국문학과를 살려내는 방법, 진정 없는 것일까?  이런 방법은 어떨까.  결국 국문학과의 퇴출이 취업률과 직결된 문제일 테니, 그 문제를 간접적으로 해결해 주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즉 사기업에서의 추진은 현실적으로 어렵다손 치더라도, 국가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 채용시 국문과 출신들에 대한 별도의 배려를 통해 취업 문호를 조금 넓혀주면 어떨까?  타 과와의 형평성 문제?  그보단 이를 통해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랄 수 있는 모국어를 살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의명분에 더 가깝지 않을까?  때문에 이들에 대한 약간의 특혜를 부여해서라도 국문학과를 살려내는 일, 일정 부분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혹여 이러한 방법이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문제라면, 정부에선 다른 대안을 찾아서라도 무엇보다 대학들의 국문학과 홀대 문제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일이다.

 

영문학을 비롯한 영어 관련 학과들은 나날이 기세등등 승승장구다.  반면 우리의 자랑스런 고유문자 한글과 모국어인 한국어는 홀대 받고 있어 이와 완전 대비된다.  과연 자국의 역사와 모국어를 홀대하는 나라의 미래, 밝게 보장 받을 수 있을까?  난 절대 아니라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대학들의 경쟁 논리에 의한 국문학과 홀대가 심히 우려스러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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