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누리꾼들의 무차별적 여론몰이, 우려스럽다

새 날 2013. 5. 7.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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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선생님인 루카스, 자신의 유치원에 다니고 있던 친구 딸 클라라에게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단 한 마디의 거짓말에 의해 누명을 뒤집어 쓰고, 졸지에 파렴치범으로 낙인이 찍힌다.  그의 해명, 아무리 애를 쓰며 노력해 봐도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고, 그는 조그만 지역사회인 마을에서 철저히 배척 당하며 심지어 린치까지 당하는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깜찍한 한 여자아이에 의해 꾸며진 거짓은 그에 대한 실체적 진실 규명 없이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여지며 그를 사회에서 철저히 매장시켜 버린다.  진실을 외면한 마녀사냥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파괴시키는가를 보여준 영화, <더 헌트>의 한 도막이다.

 

  라면상무 빵회장 욕우유 사건의 공통점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일련의 사건들 - 라면상무, 빵회장, 욕우유 등 - 을 되짚어보면 공통된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사회적 신분이나 지위가 상대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 자들에 의해 자행된 진상 행위나 막말, 폭언 등이 언론에 폭로되고 이는 삽시간에 누리꾼들의 SNS 퍼나르기를 통해 일파만파 확산되며 무차별적인 비난이 양산되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동안 소위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나 회사의 횡포, 종종 있어왔던 일인데, 왜 최근의 일들이 유독 큰 이슈가 되어 사회 전체를 들썩이게 만드는 걸까?  일단 처음 발생했던 대기업 임원의 비행기 내 진상 행위가 워낙 큰 사회적 반향과 물의를 일으켰던 지라 이후 발생한 건들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으리라 짐작된다.

 

아울러 SNS라는 소통도구의 발달이 짧은 시간 내에 사건을 확산시키며 퍼뜨려나가는 데에 한 몫 단단히 했음을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때문에 앞으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지금과 같은 홍역을 수 차례 반복하게 될 공산이 커졌다.

 

  누리꾼들의 무차별 비난, 우려스럽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방식의 사회적 단죄,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측면이 더 커 보인다.  물론 물의를 일으킨 사람들이나 회사가 크게 잘못한 것은 맞으며, 그에 따르는 일정 정도의 비난과 책임 또한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일, 분명 맞겠다.

 

하지만 잘잘못을 떠나 누리꾼들의 무차별적인 비난 행태는 심히 우려스러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기업 임원이란 작자의 진상 행위, 분명 잘못되었고 비난 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그의 진상 행위의 원인 제공을 혹여 항공사 측에서 제공한 것은 아닐까에 대해 고민한 흔적,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무조건적인 비난 일색이다.  만일 항공사 승무원의 형식적이며 뻔한 서비스가 그의 진상 행위를 이끌어낸 것이라면, 물론 일차적으로 그의 인간 됨됨이가 잘못된 것이긴 하지만, 항공사의 서비스 제공 방식에도 분명 문제가 전혀 없었다고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싶다.  모든 일의 결과는 원인이 있기 마련일 텐데, 그런 것에 대해선 애써 외면한 흔적이 역력하다.

 

아울러 누리꾼들의 떼비난에 뒤이은 후폭풍이 만만치 않은 사회적 파장을 불러온다는 점이다.  당장 프라임베이커리 회장 사건의 경우 회사의 폐업 조치로 인해 해당 회사에 몸 담고 있던 직원들이 졸지에 직장을 잃게 되었다.  그들에게 딸린 가족을 생각한다면 그로 인한 파장은 어마어마한 것이다.  이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남양유업의 경우도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이제껏의 상황을 지켜 보고 있노라면 자칫 회사의 명운이 갈릴 처지에 내몰리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누리꾼들의 행동은 이제 단순 비난에서 멈추지 않고, 해당 회사의 제품 불매 운동에까지 나서고 있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마녀사냥식 여론몰이 자제해야

 

SNS 퍼나르기는 그 확산 속도가 무척이나 빠르고, 한 단계씩 거쳐 갈수록 확대재생산되어 가기에 사회적 파급 효과가 만만치 않다.  누리꾼들, 자극적이며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을 만 한 사건일수록 앞뒤 가리지 않고 퍼나르기 하며, 비수처럼 뽀족한 비난을 퍼부어대기 일쑤다.  그 사건 뒤에 따르는 실체적 진실 규명 따위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는 듯하다.  니들이 그러면 그렇지 하며 오로지 까대기에만 몰두하고 있는 양상이다.  마녀사냥이 따로 없다.  그래서 우려스러운 거다.

 

잘못한 일에 대해선 그에 응당한 처벌을 받으면 그만일 테고, 아울러 앞으로의 재발 방지를 위해 사회적 환기를 시키면 그만이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들의 신상 털기, 그리고 인신공격과 무차별적 비난은 직접적인 사건 당사자들뿐 아니라 그 주변인들마저 사회로부터 매장시키는 결과를 낳게 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멀쩡했던 회사가 문을 닫는, 안타까운 일마저 발생하고 있다.

 

작금의 도를 넘는 마녀사냥식의 무차별적 비난 퍼붓기 행위, 결국 누리꾼들 스스로 권위 있는 대상을 비난하며 일종의 대리만족을 얻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이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아울러 이러한 마녀사냥은 영화 <더 헌트>에서의 루카스뿐 아니라 너와 나 그리고 우리들 모두가 표적이 될 수 있음을 반드시 상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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