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울림 그 이름만으로도

산울림 11집

새 날 2012. 9. 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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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울림 11집이 출시될 즈음, 난 폭풍 성장하여 이미 성인이 되어 있었고, 그러므로 이 앨범에, '성인이 된 후 구입한 최초의 산울림 앨범'이란 나름의 수식어를 갖다 붙인다 해도 전혀 어색한 일은 아닐 듯싶다. 그리고... 난.. 지금 이 글을 작성하며 제목엔 엄연히 산울림 11집이라 쓰고 있지만, 김창완 2집이라 읽는다.

 

11집은 형제들의 참여와 도움 없이 오롯이 김창완 혼자 작업한 앨범이고, 김창완은 이미 과거에 '기타가 있는 수필'이란 독집 앨범을 한 차례 발표한 일이 있다. 앨범 자켓의 뒷면을 보면, 형제들의 모습은 오간 데 없고 오로지 김창완만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산울림이란 그룹 명칭이 왠지 무색해 보이는 느낌이다. 아울러 이번 11집이 매우 급조된 앨범이란 흔적을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산울림은 11집 발표 전, 그러니까 10집과 11집 사이에 '귀여운 소녀의 디스코'라는 싱글 앨범을 발표한다.

 

 

이 앨범 발표 당시, 획기적인 전자악기의 사용과 45rpm으로 제작된, 새로운 패턴의 음악을 선보인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다. 나야 광팬이니 이런 기사가 너무 반가웠고, 앨범을 바로 구입하게 된다. 산울림 그들의 연주는 아니었지만, 확실히 현란한 전자악기 소리는 귀를 달뜨게 했고, 김창완만이 만들어 부를 수 있는, 여러 옥타브를 넘나드는 신나는 노래에, 간만에 산울림 노래만의 흥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앨범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그림이 보이는가? 맞다. 바로 11집 자켓 표지의 그림과 똑같다. 이뿐이 아니다. 싱글 앨범에 담겨 있던 노래 4곡이 모두 11집 B면에 고스란히 들어가 있는 것이다.

 

 

10집은 산울림과 김창완의 솔로 활동 사이 어중간하게 걸쳐진 시기의 앨범이었다면, 이번 11집부터는 무늬만 산울림이었지 실상 김창완 독집 앨범의 범주로 봐야 한다. 형제들이 빠지고 난 후부터 김창완의 창작능력은 급속도로 쇠퇴해 가는 느낌을 받았다. 우군인 든든한 형제들이 없으니 그럴 게다. 산울림 앨범엔 늘 신곡만 그득했었는데, 이번 11집에 와선 과거 노래들을 재활용하며, 이제껏의 규칙에 균열을 일으킨다.

 

 

'그대 떠나는 날 비가 오는가'와 '안녕', 이 두 곡이 잘 알려진 곡이다. 역시나 락 보다는 발라드 곡들이 대중들에게 더 선호받는 경향은 여전했다. 둘째 김창훈의 유일한 곡 '옷 젖는 건 괜찮아', 싱글 앨범 '귀여운 소녀의 디스코'에 먼저 수록되었던 노래인데, 김창완이 아닌, 김창훈 본인의 그 독특한 목소리로 녹음이 이뤄졌더라면 더욱 감칠맛 있는 노래가 되었을 것이란 확신이 든다. 이 노랜 역시 김창훈이 불러야 제격인 듯...

 

B면에 실린, 다른 곡들과 확연하게 비교되는 디스코 풍의 노래들은 모두 '귀여운 소녀의 디스코' 싱글 앨범에 수록되어졌던 곡들이다. 이들 노래는 아마도 산울림 역사상 가장 독특한 방식의 곡이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이들이 직접 연주하지 않은 건 함정... 타이틀 곡을 비롯한 그 외의 노래들은 솔직히 광팬인 나조차도 귀에 익숙해지지 않는다. 이제 산울림은 서서히 전설 속으로...

 

발매 : 1986년 9월
작사, 작곡, 편곡 김창완

A면
1. 슬픈 장난감
2. 비의 마음
3. 그대 떠나는 날 비가 오는가
4. 언제나 낯선 길
5. 순아의 노래
6. 안녕

B면
1. 내가 고백을 하면 깜짝 놀랄거야
2. 도시에 비가 내리면
3. 귀여운 소녀
4. 가지마
5. 옷 젖는 건 괜찮아 (작사, 작곡 김창훈 )
6. 시장에 가면 (건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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