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울림 그 이름만으로도

산울림 10집

새 날 2012. 9. 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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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울림은 새로운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앨범 자켓의 색상을 바꿔왔는데, 10집은 이전 앨범인 9집과 같은 은색의 디자인이다. 믈론 9집은 회색이고, 10집은 은색이다 라고 우기신다면, 뭐 그럴 수도 있겠지 싶다. 이번 앨범은 산울림의 이름으로 발매되었지만, 실상 김창완의 독집 앨범으로 봐야 한다. 형제들의 본격적인 사회 생활로 인해 산울림의 음악 활동은 9집 이후로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77년 데뷔 이후,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 10장 이상의 앨범을 발매한 사실은 누가 보더라도 정말 경이로운 일이다. 게다가 산울림의 신규 앨범엔 남들처럼 재탕이 아닌, 언제나 진정한 의미의 신곡들로 그득하지 않았던가. 열번째라는 숫자가 갖는 상징성 때문에, 난 이번 앨범을 통해 산울림의 진면목을 느껴 보았으면 했다. 하지만, 막상 앨범의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를 걸었던 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 이상 큰 실망감을 가져다 주었다.



앨범에 수록된 곡들의 연주를 꼼꼼히 따져 들어보면 분명 산울림 그들 형제의 것이 아닌 느낌이다. 노래는 김창완 혼자 다 소화했다지만, 그들의 연주가 아니라는 것은, 마치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느낌이랄까.... 산울림 그들의 과거 연주보다 좀더 세련되어졌고 비트감 강하게 느껴지는 곡들은, 오히려 내가 듣기엔 그냥 세션맨들의 영혼 없는 연주로만 비춰진다. 맏형인 김창완 혼자서 고군분투한 흔적이 강하게 느껴져 안쓰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형제들이 없는 산울림은 이미 산울림이라 할 수 없는 것...

 

 

타이틀곡인 '춤추는 밤', 난 벌써부터 이 노래의 실패를 직감했었다. 왠지 대중성을 위해 억지로 끼워 넣은 듯한 느낌? 산울림 고유의 색깔일랑은 도무지 느낄 수 없었던 곡이기에... 그나마 귀에 쉽게 익숙해져 오는 곡이 '너의 의미'와 '지금 나보다'라는 노래... 실제로 이번 앨범의 최고 히트작은 '너의 의미'였고, 각종 매체를 통해 노출이 가장 많이 이뤄진 곡이다. '지금 나보다'는 둘째 김창훈의 작품으로, 애절한 가사와 김창완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매우 잘 어울렸던 노래로 기억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이 두 곡은 원곡이 아닌, 새로 녹음한 듯한 곡으로 소개되기 시작했다. 왜 그랬는지 이유는 모른다. 다만 난 원곡의 느낌이 훨씬 좋았을 뿐이고, 나름 대중에게 알려졌던 이 두 곡을 제외하고선 솔직히 산울림이란 이름에 걸맞는 노래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상징성 있는 열번째 앨범이었다지만, 그 만큼이나 진한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앨범이기도 하다.

 

발매 : 1984년 7월 20일
작사, 작곡 김창완

 

A면
1. 춤추는 밤
2. 꿈이야 생각하며 잊어줘
3. 숨길 수 없네
4. 동화의 성
5. 아직은 모르지만
6. 왜 난 고민이 없나 (작사 : 이성재)
7. 지구가 왜 돌까
8. 독수리가 떴네

B면
1. 너의 의미 (작사 : 김한영)
2. 지금 나보다 (작사, 작곡 : 김창훈)

3. 여기 있어 그대 (작사, 작곡 : 김창훈)
4. 해지는 곳으로
5. 여기 이 불빛이 (작사 : 김이훈)
6. 고향은 다르지만 (건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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