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게 배웅 따윈 없어

내가 던지는 한 표, 그의 무게는?

새 날 2012. 12. 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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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맞이하게 된 주권행사의 날이다. 때문에 문득 드는 생각인데, 우리가 각자 던지는 투표용지 한 장의 무게는 과연 얼마나 될까 싶다. 물론 우스갯소리지만, 생각보단 꽤나 무거운 모양이다. 지난 2010년 뉴질랜드에서 있었던 투표용지 실종 사건이 이를 대변해 준다. 지방자치단체선거의 투표용지가 너무 무거운 나머지, 이를 배달해야 할 우편배달부가 배달을 포기한 채 쓰레기통에 내다 버린 황당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우리 각자에게 할당된 투표용지 한 장의 무게는 사실 깃털 마냥 매우 가볍기만 하다. 물리적인 실체를 측정해 본다면 기껏해야 50그램이나 될까? 아니 많이 봐 주어 질량의 개념이 아닌, 중력 가속도가 반영된 무게의 개념으로 접근하더라도 여전히 투표용지의 실체는 매우 가볍기만 하다. 그래서 기표한 빨간 인주의 무게도 포함시켜 본다. 그래 봤자 우리가 행사하는 한 표의 가벼움만을 더욱 강조하며 들추어 내는 결과밖에 더 될까 싶다.

 

그러나 초박빙의 승부로 예측되는 이번 선거에서, 우리의 한 표는 단순히 깃털 무게 만큼의 중량감일까? 전문가들의 예측에 의하면, 1% 포인트 정도의 격차로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여 결국 50만 표차 내외의 승부를 예상하고 있다. 이를 가설로 설정하고, 또 두 유력 주자들만을 놓고 본다면, 내 한 표의 영향력은 우리의 상상을 훨씬 능가하게 된다.

 

이러한 초박빙 상태에서는, 나 하나쯤이야 하며 포기하는 한 표에 따른 결과가, 자칫 당신의 몸에 치명적 내상을 입힐 수도 있다. 우선 원치 않는 후보의 당선으로, 투표 당일 1차 충격을 입을 수 있다. 아울러 향후 5년간 맘에 들지 않는 대통령을 씹어대느라 분노게이지가 솟구치고, 이는 다시 스트레스를 신체에 축적시켜, 심지어는 항상성의 균열에도 한 몫 하게 된다. 평소 술과 담배를 즐겨해 오던 사람이라면, 이의 양과 횟수가 대폭 늘어날 가능성도 상존한다. 이로 인한 폐해는 뭐 따로 표현하지 않아도 모두 알 것이라 예상되어 생략한다. 이러한 일들이 5년간 지속될 것을 생각해 보라. 말 그대로 갑갑하지 않은가.

 

뭐 정치는 나와 상관없다라는 주의, 인정한다.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는 공기와 물을 마시며 사는 것처럼 우리 생활의 일부라는 것, 이것만은 분명하다. 아니라고 우겨도 확실한 거 맞다.

 

이렇게 볼 때, 별 의미없이 투표함에 던지는 나의 깃털처럼 가벼운 투표용지 한 장은, 단순히 정량적 수치의 가치 만큼만 존재한다 할 수 있는 그런 것은 분명 아니다. 물리적으로는 불과 몇 그램 되지 않는 종이 한 장에 불과하다지만, 이 한 장 한 장은 결국 각각 나비가 되어, 이들의 날갯짓에 의한 거대한 나비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내가 던지는 투표용지 한 장, 특히나 이번 대선에서는, 단순히 아라비아 숫자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중량감마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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