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게 배웅 따윈 없어

약간은 특이한 형태의 무지개들

새 날 2012. 12. 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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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모레이 수평무지개

 

비가 그친 뒤 태양의 반대편 하늘엔 아주 가끔 일곱빛깔의 고운 무지개가 그려지곤 하는데, 이를 보며 마치 하늘과 땅 사이를 연결해 주는 다리가 봉인 해제라도 된 양 우린 마냥 동심에 빠져들곤 한다. 무지개의 과학적 생성 원리는 단순하다. 태양광선은 원래 여러 종류의 색이 합성되어 단색으로 보여지는 백색광인데, 공기 중의 물방울들에 의해 이 태양광선이 굴절 반사되어 원래의 색으로 분산, 일곱빛깔의 원호 모양으로 그려져 무지개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무지개는 주로 비가 온 직후 태양의 반대 위치에 나타난다.

 

그런데 얼마전 미국 애리조나 더글라스에서 발견된, 희귀한 모양의 무지개가 화제다. 이 무지개는 일반 무지개의 아치 모양과는 달리 대기 중 마구 흩어져 있는 형태를 띠고 있었다. 이와 비슷한 형태의 무지개는 지난해 네팔을 여행 중이던 우크라이나 출신 사진 작가에 의해서도 포착된 바 있으며, 올해 스코틀랜드 모레이에서도 20초 정도 관측된 바 있다.

 

네팔에서 포착된 수평무지개

 

애리조나 수평무지개


이 희귀한 형태의 무지개는 일명 Circumhorizontal Arc, 우리말로는 수평호(水平弧) 또는 천정호(天頂弧))로 번역되는 게 맞겠지만, 통상 '수평무지개'로 불리고 있다. 이 무지개는 태양의 고도 58도 이상이 아니면 절대 나타나지 않으며, 그나마 위도 55도 이하의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무척 까다로운 생성 조건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전 세계를 통틀어 매우 보기 드문 기상 현상으로 꼽히고 있으며, 때문에 이를 보게 된 사람은 행운을 얻는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이다.



지상으로부터 5,000미터 이상의 고도 구름 속 육면체의 얼음알갱이들에, 태양광선이 통과하여 나타나는 수평무지개의 생성원리는, 물방울들에 의한 일반 무지개의 그것과는 달라 엄밀한 의미에서 무지개는 아니다. 다만 무지개와 같은 일곱빛깔의 색을 띠고 있기에 통상 무지개로 불리고 있는 것이다. 이 무지개는 마치 불꽃이 일렁이는 형태를 띠고 있다 하여 ‘불타는 무지개’(fire rainbow)란 별칭도 얻고 있다.

 

런던 상공의 거대 쌍무지개


지난해 런던 상공에 나타난 초거대 쌍무지개, 이미지에서처럼 선명하게 이중으로 발생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며, 런던 러셀 광장으로부터 코벤트가든까지는 대략 500미터 정도의 거리인데, 거대한 아치는 그 두 곳에 걸쳐져 있었다.

 

쌍무지개는 빗방울 안에서 빛이 두번 굴절 반사되어 만들어지며, 1차로 만들어진 무지개에 비해 색이 흐리고, 색의 배열이 반대로 되어 나타나는 특징을 갖고 있다. 흔하지는 않지만 종종 볼 수 있는 현상이라 한다.

 

무지개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아니 너머까지 갈 필요도 없다. 무지개의 끝 부분은 어떻게 생겼으며, 무엇이 있을지가 당장 궁금한 거다. 아일랜드에선 요정이 무지개 끝 부분에 황금 항아리를 숨겨 놓았다는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다. 과연 무지개의 끝엔 황금 항아리라도 숨겨져 있는 것일까?

 

 

얼마전 영국 런던 인근의 한 도로를 지나던 운전자가 땅에 꽂힌 무지개의 끝을 포착, 침착하게 사진에 담아 공개하여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우린 이제껏 무지개의 굴곡진 중심부만을 봐 왔을 뿐이며, 희미해져 가는 무지개의 끝을 보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 여겨왔다.

 

상당히 드문 일이지만, 인류는 실제 무지개의 끝을 찾아 인증샷까지 남겨 놓았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황금 항아리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무지개와 관련해 전해져 오는 전 세계의 각종 속담이나 전설 등은 공통적으로 이룰 수 없는 허황된 꿈을 표현하는 경우가 허다해, 신비하지만 마치 신기루와 같이 이룰 수 없는 것들에 빗대어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에겐 지상의 깊은 산속 맑은 물에서의 목욕을 위해 선녀들이 무지개를 타고 내려온다는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다. 기르던 애완동물이 죽었을 경우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라는 표현도 흔히 사용된다. 이는 예전부터 무지개가 하늘과 땅의 연결 매개라는 신비한 존재로 인식되어 오고 있다는 의미인데, 단순한 과학적 원리로만 따져 얘기하기엔 그 안에 담긴 여러 의미와 비유들이 무척이나 건조해지는 느낌이라 약간은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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