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공직사회 스스로 드러낸 민낯, 흉측하다

새 날 2013. 4. 2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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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조직이건 간에 조직의 수장이 바뀌게 되면 가장 먼저 하는 일, 아마도 조직 다잡기일 것입니다.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의 형태를 떠나 누가 정권을 잡든 새 정부가 들어서게 되면 우선 공직자 기강 확립부터 시작됩니다.  

 

박근혜정부 또한 다르지 않았습니다.  국무총리실과 행정안전부, 감사원 등의 부처가 새 정부 출범을 맞아 지난 3월부터 대대적인 공직 복무 감찰 활동에 나선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공직자들의 돌출 행동과 비리 행위가 연일 터져나오며, 위에서 외치는 공직 기강 확립이란 구호를 무색케하고, 아울러 국민들의 눈살마저 찌푸리게 하고 있습니다.  윗선에서의 조직 다잡기 노력이 아직 아랫목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방증입니다.

 

  시민들에게 행패 부리는 것이 공권력?

 

얼마전 서울 강남구청에서 벌어졌던 청탁 비리, 다소 황당했던 사건입니다.  강남구청 소속 모 직원이 사무실에서 돈 봉투를 건네받다 현장에서 적발되었고, 그러자 그대로 사무실 밖으로 도주한 것입니다.  이 공무원 결국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붙잡힌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런 식의 비리 행위, 오히려 알려지지 않은 건들이 알려진 건보다 비일비재할 듯합니다.

 

낮술을 먹고 행패를 부린 공무원들도 있었습니다.  공무시간에 낮술을 먹고 술에 취해 시민들에게 공권력에 대든다며 행패를 부리고, 심지어 파출소에서까지 난동을 부린 평택시청 소속의 5급, 7급 공무원들 얘기입니다.  술에 취해, 그것도 낮술을 먹고, 애꿎은 시민들에게 공권력을 무시한다며 행패를 부리는 행위, 어찌 보면 그들 개인의 얕은 인격적 수준이 드러난 것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오랜시간 공직에 몸 담아오며, 해당 조직 문화 속에서 닳고 닳아 저런 괴물이 양산된것은 아닐까 하여 우리 공직문화를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게 하여 주었습니다.

 

이들의 행태, 최근 사회적 이슈로 불거졌던 한 대기업 임원의 승무원 폭행 해프닝과 외양은 언뜻 다른 듯하지만 본질이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조그만 권한 내지 지위만으로도 남들보다 우월하다는 특권의식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어리석은 인간 군상들을 보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국민들의 심부름꾼이 아닌, 국민들 위에 군림하려 하는, 평소의 특권적 사고방식이 낮술에 취해 고삐 풀리며 그대로 만천 하에 추한 민낯을 드러낸 꼴과 다름 없어 보입니다.  때문에 이들에 대한 공직자 자질 문제 따위를 논하기엔 시간이 아까울 정도입니다.

 

  여전한 우리 사회의 낮술 문화

 

낮술 먹는 관행, 진작 없어졌어야 할 좋지 않은 행태입니다.  이는 사기업 내지 공직사회를 막론한 우리 사회 전반에 해당되는 얘기입니다.  낮술문화, 술에 유독 관대한 우리 사회만이 갖는 병폐 중 하나입니다.  물론 담당 부처에서는 '주폭과의 전쟁' 등을 선포하며 이들 병폐를 없애려는 나름의 노력을 경주해 오고 있지만, 깊게 뿌리 박힌 우리의 의식, 쉽게 바뀔지를 모릅니다. 

 

낮에 갖는 술자리, 보통 접대 형태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업무시간에, 그것도 자신들이 직접 지불하며 먹는 밥 한 끼에 술을 함께할 리는 절대 만무합니다.  때문에 낮에 이뤄지는 술자리, 이는 보통 청탁 등의 비리행위로 연결되는 중간 다리 역할의 개연성까지 높여주는 일이 될 수 있음은 물론입니다. 

 

술을 먹고 일을 한다는 것, 업무 태만 행위입니다.  한 번이라도 낮술을 먹어 본 사람들은 낮술의 해악이 얼마나 큰 지를 잘 압니다.  오죽하면 "낮술은 애미 애비도 못 알아본다"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일까 싶습니다.  더군다나 국가의 녹을 먹는 공직자가 그리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나 도의적으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인 것입니다.

 

  흐트러진 공직 기강,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그동안 공직사회는 학연, 지연, 혈연에 얽혀 내 식구 감싸기와 같은 온정주의 때문에 오히려 각종 비리행위를 부추기는 경향, 없지 않아 있어 왔습니다.  비리행위 악순환의 고리를 확실히 끊을 목적이라면, 현재의 징계 수위를 대폭 높여 좋지 않은 관행에 대한 일벌백계의 의지, 확실히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공직자들, 나름의 사명감을 간직한 채 불철주야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만, 이렇듯 일부 몇 사람의 그릇된 행동에 의해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이미지를 물 흐려놓고 있습니다.  

 

말로만 "청렴"을 외치는 형식적인 정신교육보다 비리행위의 근절을 위한 확고한 의지 표명이 더욱 큰 효과를 불러오리라 생각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일회성 구호나 캠페인으로 그칠 것이 아닌, 윗목에서 지핀 온기가 아랫목에까지 골고루 퍼져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계도가 필요해 보이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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