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청와대에 핀 "창조경제 꽃", 이건 또 무슨 꽃?

새 날 2013. 4. 22.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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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청와대가 "창조경제"를 설명하는 그림이라며 개념도 하나를 공개했습니다.  청와대에서 말하는 창조경제란, 창의성의 씨앗이 이런 저런 산업 및 문화와 결합하여 결국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로 재탄생한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모호한 "창조경제"

 

그런데 공개된 그림의 수준과 설명이란 게 너무 뻔하고 작위적인 느낌을 주는 지라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 올 듯합니다.  마치 자신도 모르는, 존재하지도 않는 것을 억지로 쥐어 짜냈을 때에 표현되는, 정확히 그런 그림인 것 같습니다.  아니 좀 더 솔직하게 표현해 볼까요?  국정 총괄 본부인 청와대에서 공개한 개념도 치고는 너무 유치한 듯하여 제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입니다.

 

박근혜정부가 국정 운영의 중요전략으로 "창조경제"를 들고 나왔고, 이의 컨트롤 타워 격인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하며 장관의 임명도 마친 상태입니다.  "창조경제"가 향후 5년간 박근혜정부의 어젠다 역할을 할 것이라 예견되면서 우리 사회 전반에 갑자기 창조경제의 열풍이 불기 시작합니다.  박근혜정부의 노림수도 아마 이런 것이었겠지요.  이런 현상,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작 "창조경제"란 개념이 무엇인지조차 눈에 잡히지 않아 모두들 허둥대고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대통령이 화두를 던져 주었으니 이를 맛있게 요리해야 할 미래창조과학부, 하지만 이곳에서조차도 이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잡지 못한 느낌이었습니다만, 청와대가 이번 창조경제의 개념도를 공개하며 그 모호함에 오히려 불을 지피는 모양새입니다.  

 

개념도를 그린 사람조차 개념이 머릿속에서 그려지지 않아 억지스런 그림으로 마무리지은 것이 아닐까 하는 느낌 지울 수가 없는 것입니다.  청와대가 저 그림을 공개하며 큰 과제를 마쳤다는 뿌듯함보다는, 왠지 학생 때 하기 싫은 억지 숙제 할 때의 그 느낌? 즉 그저 하기 싫은 숙제 하나 마친 감정이 교차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인 것입니다.

 

  창조경제라고 하여 특별한 게 아니다

 

때마침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국민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가 공개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창조경제란 구호가 별로 새로울 게 없다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팽배하였으며, 아울러 창조경제의 개념을 굳이 실현하려 한다면, 그 주체는 정부가 아닌, 국민 전체가 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연령대가 낮을수록 창조경제에 대한 부정적 답변이 많았는데요.  그중에서도 30대의 연령층에서 창조경제가 '이전과 다를 게 없다'는 응답률 67.9%로 가장 높았으며, 20대와 40대 또한 대체로 부정적인 응답이 60%에 이르고 있었습니다.  다만 50대 이상의 고연령층에서만 창조경제가 이전 경제와 다르다라는 응답이 더 높게 나온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화려한 말잔치보다 내실 기해야

 

지난 21일 빌 게이츠가 한국을 방문하여 뼈 있는 한 마디를 던져 주었습니다.  "한국이 진정한 창조경제를 이루려면 애플 같은 기업을 모방하기보다는 한국만의 고유한 길을 찾아야 한다"라고 한 것입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언급한 개념과 일맥상통하는 얘기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지난 19일 정보통신인 체육대회에 참석하여 "상상력, 창의성을 갖고 모방이 아닌 앞서 나가는 선도형 경제를 만들어가야 한다"라며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창조경제"의 용어와 개념 따져가며, 이를 학습하거나 개념도를 그리는 일 따위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백 번의 화려한 말보다 이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실질적 생태계 조성이 더욱 중요한 것입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요란한 구호와 미사여구만을 앞세우며 떠들어대고는 있지만 정작 내실은 없는 그런 정책, 이젠 국민들이 바라지 않습니다.  박근혜정부, 후보시절 선거운동 기간부터 유독 새로운 단어들을 많이 들고 나와 국민들에게 화두를 던져주곤 하였습니다.  이러한 화두들이 단순한 말잔치로 끝나지 않고 일정한 성과를 내기 위해선 과거에 늘 보아왔던 형식적인 행태들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성대한 말잔치와 눈에 보이는 화려한 형식보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조용하면서도 진심 어린 정책이 오히려 국민들 마음에 더 가까이 와 닿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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