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본질에 집중하고파

새 날 2025. 11. 28. 15:48
반응형

혓바늘이 돋았다. 혀 앞쪽 좌측 부위다. 몸이 조금만 허하거나 신경 쓰이는 일이 있을 때마다 구내염을 앓아온 터라 평소 입 안에 작은 상처만 생겨도 신경이 곤두서곤 한다. 경험상 앓을 만큼 앓아야 이 염증은 가라앉는다. 아직 절정이 지난 것 같지는 않다. 운이 좋으면 이 상태로 머물다가 조용히 아물 수도 있다. 

 

오른쪽 가운데 손가락엔 살갗이 살짝 들고 일어나는 거스르미가 생겨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잘못 건드리면 이처럼 아픈 것도 없다. 혀도 그렇고 손가락도 그렇고 우리 몸 전체로 봤을 땐 아주 미세한 부위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녀석들이 온 신경을 그러모으며 인상을 절로 찌푸리게 한다.

 

달릴 때 심박수가 높아지고 호흡이 가빠지니 절로 인상이 써지는 건 인지상정. 하물며 혓바늘이니 거스르미 따위에도 인상이 찌푸려지는데, 온몸이 괴롭다며 아우성치는 달리기야 말해 무엇하랴. 그런데 그냥 달리기가 아닌 인간을 한계까지 몰아붙인다는 마라톤을 하면서도 웃는 사람이 있다.

 

 

그는 웃으며 달린다고 하여 '낭만러너'라는 아주 예쁜 별칭까지 얻었다. 다름 아닌 심진석 씨다. 엇그제 모 케이블채널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그를 우연히 보게 됐다. 워낙 솔직 담백하고 꾸밈이 없는 스타일이라 그에게 단박에 꽂혔다. 방송에 따르면 건설 현장 비계공으로 일하는 그는 올 한 해 국내 마라톤 대회를 휩쓸었단다.

 

그는 아마추어 선수다. 그 흔한 스마트워치도 없다. 체계적인 훈련 같은 건 더더욱 없다. 훈련이라고 해 봐야 건설 현장용 작업화를 신고 뛰어다니는 게 전부다. 그런 그가 올해 출전한 마라톤 대회에서 대부분 입상했단다. 이쯤되면 이른바 장비발 따위는 우걱우걱 씹어먹을 기세다.

 

그가 마라톤을 하는 건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저 달리기가 좋아서일뿐. 좋아서 하는 일이기에 몸이 고달파도 웃을 수 있었던가 보다. 먼저 장비부터 갖춰야 직성이 풀리고, 일이 잘 진행되지 않을 땐 핑곗거리부터 찾아야 했기에 심진석 씨 앞에선 절로 숙연해진다. 그러니까 그동안 난 본질보다 외피에 더 신경을 써왔던 셈.

 

심진석 씨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있는 건 천진난만한 웃음과 투박한 외모, 그리고 솔직 담백함이라는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도 있겠으나 그보다는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심지가 곧고 본질에 집중하는 의젓한 삶의 태도 때문이 아닐까.

 

그러니까 혓바늘과 거스르미 따위는 그저 내 몸의 컨디션을 드러내는 바로미터에 지나지 않을 거야. 이 또한 곧 나으리니, 오늘도 본질에 집중하는 게 어떨까 싶은데.

반응형

'그냥 저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라 될 대로 돼라  (0) 2025.12.05
당신을 닮아가고 있다  (0) 2025.11.29
덜덜 떨면서 먹어야 제맛.. 얼어 죽어도 '동치미국수'  (5) 2021.12.26
산책은 늘 즐겁다  (8) 2020.01.02
아메리카노와 한약  (16) 2019.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