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전동킥보드 인도 주행 금지한 싱가포르, 우리 네티즌은 왜 환영할까?

새 날 2019. 11. 6.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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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정부가 전동 킥보드의 인도 주행을 전면 금지하는 조처를 단행했습니다. 5일부터 싱가포르에서 전동 킥보드로 인도를 주행하다가는 징역 3개월을 선고 받거나 벌금 170만 원이라는 무거운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되는데요. 이와 같은 내용의 언론 보도가 나가자 포털 기사 말미의 댓글 창에는 ‘도입이 시급하다’,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못하지’ 등 네티즌들의 반응이 잇따랐습니다.


그렇다면 네티즌들은 왜 싱가포르의 엄격한 법 시행 조처를 환영하며, 국내 도입을 운운하고 나선 것일까요? 도대체 우리의 일상 속에서 전동 킥보드로 인해 어떠한 불편을 경험하고 있길래 이토록 격한 반응을 토해내는 것일까요? 


근래 인도와 차도 그리고 자전거도로 구분할 것 없이 전동 킥보드가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전동 킥보드를 직접 구입한 개인 이용자들이 대거 늘어난 데다, 공유업체들까지 개인 이동수단 시장에 속속 합류하면서 이의 결과물들이 연일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실정인데요. 개인 이동수단 이용자들의 다수는 자신들의 안전을 이유로 차도 주행을 꺼리고 인도를 주행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러다 보니 일반 보행자의 입장에서는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해오는 이들이 영 달갑지 않게 다가오곤 하는데요.



비록 싱가포르처럼 엄중히 다뤄지고 있지는 않으나 우리나라 역시 전동 킥보드의 인도 주행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전동 킥보드, 전동 휠 등 개인 이동수단은 도로교통법상 오토바이와 같은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분류되기 때문에 반드시 면허를 취득한 후 이용해야 합니다. 아울러 인도나 자전거도로는 운행이 불가하고 오로지 차도에서만 운행토록 돼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 범칙금 4만 원이 부과되는데요. 


ⓒ 뉴스1


하지만 문제는 이처럼 법이 갖춰져 있더라도 정작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아울러 새로운 기술의 등장에 그에 적합한 제도가 뒷받침되지 못하는 측면 또한 강합니다. 뒤늦게 국회에서 전동 킥보드 관련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기는 하나 그나마도 자전거도로 주행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제한된 데다가 잦은 정쟁으로 발목이 꽁꽁 묶여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개인 이동수단이 새로운 기술 영역이자 공유경제의 한 축으로 받아들여지면서 플랫폼 경쟁에 새롭게 뛰어드는 기업들의 시장 진입을 대거 낮춰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의 유수 업체들이 눈독을 들이며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드는 형국입니다. 이렇듯 제도가 온전히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입된 신기술은 도리어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습니다. 보행자들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습니다. 


비슷한 사례는 비교적 성공한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서울시 공유자전거 ‘따릉이’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따릉이는 2018년 기준 2만여 대를 운영하고 있으며, 인도 등에 설치된 따릉이 대여소는 1460여 곳에 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공공자전거 대여건수는 지난 2015년 11만여 대에서 2018년 1000만 대를 돌파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올해 공공자전거 3만 대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듯 폭발적으로 증가한 따릉이가 되레 시민들을 불편하게 하고 안전을 위협해오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따릉이는 인도 위를 달리는 사례가 많습니다. 알다시피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인도를 주행할 수 없습니다. 불법입니다. 자전거도로나 차도를 이용해야 합니다. 이를 어길 시 범칙금 3만원이 부과됩니다. 하지만 전동 킥보드와 마찬가지로 현실에서는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는 데다 시민들의 안전 의식 부재로 수많은 따릉이들이 오늘도 인도 위로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누가 입게 될까요? 또 다시 일반 시민, 즉 보행자가 안전을 위협받게 됩니다. 


각종 배달 오토바이, 전동 킥보드, 그리고 따릉이를 비롯한 자전거들의 폭주로 오늘도 인도는 평화롭지 못하며 안전과는 거리가 먼 공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지자체가 자전거도로 확충과 같은 현실적인 인프라 구축은 등한시한 채 신기술과 공유경제 논리만을 앞세워 무턱대고 늘린 따릉이는 어느덧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문명의 이기로 둔갑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릉이와 전동 킥보드 사례는 우리에게 무엇을 암시하는 걸까요? 우리의 삶을 보다 윤택하고 안락하게 해줄 신기술의 도입에 앞서 무엇보다 제도가 뒷받침되고 그에 걸맞는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게 아닐까요? 싱가포르가 전동 킥보드의 인도 주행을 전면 금지하는 조처에 우리 네티즌이 격한 반응을 드러낸 건 바로 이러한 열망을 담아낸 목소리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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