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

새 날 2019. 11. 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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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9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 주인과 산책하러 나갔다가 사라진 반려견 ‘토순이’가 머리가 심하게 훼손되어 숨진 채 인근 주택가 주차장에서 발견됐다. 생명체를, 그것도 사람과 더불어 사는 동물을 이토록 잔혹한 방식으로 숨지게 했다는 측면에서 많은 이들을 분노케 한 사건이다. 이에 토순이의 주인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동물보호법을 강화해 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원을 올렸고, 11월 5일 기준 9만9천 명이 넘는 사람이 이에 동의했다.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잔혹하게 죽이거나 학대하는 사건은 잊을 만하면 우리 주변에서 간혹 벌어지는 사안이다. 지난 7월에는 한 남성이 마포구 경의선 책거리 인근 카페 앞에서 카페 주인이 키우던 고양이를 잡아 내팽개쳐 숨지게 한 일이 있었다. 이 남성은 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비슷한 동물학대 범죄 행위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이며, 일각에서는 동물보호법 위반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그 이유로 꼽고 있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동물학대 사범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2017년 한 차례 법이 강화됐음에도 선고되는 형량은 강화된 법의 처벌 규정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입건되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인원은 2013년 262명, 2015년 264명, 2016년 331명, 2017년 459명, 2018년 592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실제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 대부분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데 그쳤다. 동물 학대 행위를 단순한 재물 손괴행위로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처벌의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는 실정이다. 


청와대 홈페이지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다. 국민 5명 가운데 1명은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는 의미다. 반려동물은 그 이름처럼 어느덧 정서적 교감을 나누며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식구라는 존재로 우리의 생활 속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단순한 동물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는 의미다. 


반려동물은 사람과 달리 조건과 이해관계를 일일이 따져가며 관계를 맺지 않는다. 주인이 노숙인이건 노인이건 장애인이건 전과자건 관계없이 반려동물은 오로지 주인만을 충실히 따른다. 이러한 이유로 현대인들은 더욱더 반려동물에 애착을 느끼며 빠져드는 경향이 크다. 반려동물을 통해 정서적 안정을 찾고 또 결핍을 메운다. 이렇듯 반려동물과 나누는 교감은 결코 돈을 주고 경험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의 범주에 속한다. 


서두에서 언급한 토순이만 하더라도 주인과 8년 동안 동고동락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르긴 몰라도 해당 기간 동안 주인은 토순이와 정서적 교감을 나누며 정을 돈독히 쌓아왔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다면 가족 이상의 친밀감을 느끼며 그동안 수많은 추억을 만들어왔을 것이다. 8년 동안이나 삶을 함께 나눠온 존재를 하루아침에 잃어버린 셈이니, 그에 따르는 상실감은 이루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컸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러한 것들은 물질적 가치로는 절대로 재단할 수 없는 영역에 해당한다. 자신이 애지중지하며 키우던 반려동물의 죽음에는 이렇듯 물질적 가치 이상의, 돈 따위로는 결코 헤아릴 수 없는 정서적 가치가 훼손되는 결과물이 내포돼 있다. 타인이 키우던 반려동물을 죽이는 행위는 결국 한 생명체의 죽음과 동시에 그 동물과 정서적 교감을 나누던 사람의 정서적 가치와 감정마저도 훼손시키는 매우 중한 범죄 행위에 다름 아니다.


동물학대는 사람에 대한 정서적 학대와 맥을 같이하는 사안이다. 단순한 재물 손괴 행위를 넘어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의 사슬을 끊고 누군가의 정서와 감정을 존중해주는 방향으로의 인식 전환이 요구되는 건 다름 아닌 이로부터 기인한다. 


그동안 동물학대 행위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 처벌 실효성 논란을 빚어온 경향이 적지 않았다. 동물학대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갈수록 늘어나는 관련 범죄 행위를 멈추기 위해서라도 현행 동물보호법에 대한 처벌규정을 대폭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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