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신과 종교에 대한 성찰 '퍼스트 리폼드'

새 날 2019. 8. 16.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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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신도 수가 예전만 못하고 가끔 관광객들만 드물게 찾아와 기념품을 구입해가곤 하는 퍼스트 리폼드 교회는 250년이라는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툴러(에단 호크)는 이 교회의 담임 목사로서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 어느 날 교회 신도인 메리(아만다 사이프리드)가 그녀의 남편 마이클(필립 에팅거)과 함께 툴러에게 상담을 요청해온다. 마이클과 관련한 일 때문이었다.

마이클은 인간의 환경 파괴로 인해 지구가 조만간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믿는 극단주의적 환경운동가였다. 이와 관련하여 구금된 경력도 갖고 있었다. 그는 현재 임신한 아내 메리가 아이를 낳지 않기를 바랐다. 지금과 같은 세상에 아이를 낳는 건 또 다른 죄악을 저지르는 행위에 다름 아니며, 작금의 사회구조는 급격한 환경 변화를 결코 견딜 수 없을 것이라는 신념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톨러는 메리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마이클과의 대화를 통해 급진적인 그의 생각을 조금씩 바꿔나가려고 시도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마이클은 어느 날 툴러에게 유서를 남겨놓은 채 홀연히 목숨을 끊고 만다. 툴러는 혼자 남은 메리를 다독이고 마이클의 장례를 치르는데...

영화 <퍼스트 리폼드>는 영화 <택시 드라이버>와 <분노의 주먹>의 시나리오를 쓴 폴 슈레이더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하였으며, 올해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도 오른 작품이다.



툴러는 환경 보호를 위해 스스로를 기꺼이 희생해온 마이클과 상담하면서 주변을 돌아볼 기회를 갖게 된다. 마이클의 주장처럼 지구는 이미 중병을 앓고 있으며, 환경파괴로 점차 망가져가는 듯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불거진 마이클의 느닷없는 죽음은 툴러를 혼돈 속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된 에너지 관련 기업들은 성장을 거듭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극 중 대표적인 기업 ‘바크’도 이들 가운데 하나였다. 툴러는 바크가 퍼스트 리폼드 교회를 재정적으로 지원해오고 있는 대형 교회에 거액의 후원금을 내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마이클로 인해 가뜩이나 혼란을 겪고 있던 툴러는 큰 절망감과 마주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실과 일정 부분 타협해야 한다는 어느 목회자의 설득은 톨러의 마음을 되돌리기보다 그를 더욱 깊은 좌절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을 뿐이었다.



툴러가 마이클의 죽음 이후 맞닥뜨리게 된 현실 앞에서 숱한 고뇌와 혼란을 겪음과 동시에 영화는 점차 절정으로 치달아간다. 퍼스트 리폼드 교회의 재봉헌식이 열리는 날, 톨러는 모종의 결단을 내리게 된다. 마이클의 신념과 사상에 동화된 툴러가 선택하는 방식은 과연 관객들이 짐작하는 그대로일까?



교회가 자본에 종속되고 대형화하면서 기업가처럼 행세하려는 목회자들이 즐비한 세상이다. 거액의 헌금 앞에서는 삶의 터전인 환경을 훼손시켜온 부도덕한 기업이라 해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일에 더 익숙하다. 어느덧 대형 교회의 목회자는 성직자라기보다 자본의 논리를 철저히 따르는 기업가를 빼닮아가고 있었다. 무릇 교회라 하면 창조주가 빚은 환경을 보호해야 마땅하건만, 극 중 교회는 환경파괴를 대가로 부를 일군 기업의 활동을 정당화하고 그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부를 좇고 있었다. 

툴러가 자신의 일기를 1인칭 시점으로 내래이션할 때 성경 구절이 다수 등장하고 그 안에는 신과 종교에 대한 성찰적 시선이 가득하지만, 당최 무슨 말을 하는지, 무엇을 말하려 함인지 이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노릇이다. 한 마디로 난해하다. 작품이 지적으로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었을까? 아울러 이 작품에서는 신과 종교, 환경문제, 그리고 교회와 부를 둘러싼 이야기 등 다소 복잡하고 민감한 주제들이 다뤄진다. 난해함에 민감함까지 두루 갖추고 있으니 애초부터 불친절할 수밖에 없는 영화인 셈이다.



감독 폴 슈레이더  


* 이미지 출처 : (주)올스타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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