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서울시 자전거 위주 도로교통정책, 늦었지만 환영하는 이유

새 날 2019. 7. 20.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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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사용자가 부쩍 늘었음을 의미하는데요. 서울시에 따르면 따릉이의 하루 대여 건수가 4만여 건에 달한다고 합니다. 어마어마한 숫자입니다. 퇴근시간 무렵 광화문이나 종로 등 서울 도심권에서는 이를 대여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 만점이라고 하는데요. 서비스 개시 4년 만에 누적 대여건수 2235만 건을 돌파한 데다 내년이면 따릉이 4만 대 시대를 연다고 하니, 공공자전거 서비스가 어느덧 생활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한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찮습니다. 현행법상 자전거는 차로 규정되기 때문에 자전거 도로가 아닌 이상 도로 우측 가장자리에서만 탈 수 있습니다. 자전거 도로를 달릴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습니다만, 서울에 조성된 자전거도로는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자전거 이용자들이 일반 도로로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도로 위를 마음껏 달릴 수도 없는 형편입니다. 우리의 도로 여건상 자전거가 도로 위를 달리기엔 지나치게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자전거가 좋다 해도 목숨을 담보로 이를 즐길 수는 없는 노릇 아닐까요? 현실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자전거 이용자들이 인도 위로 올라와 보행자와 뒤섞이기 일쑤입니다. 따릉이 역시 이러한 현상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엄연히 불법 행위이자 보행자의 안전마저 크게 위협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보행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근래 인도 보행은 지나치게 고된 일이 돼버렸습니다. 배달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오토바이 배달 기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인도 위로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자전거 이용자들 역시 도로는 위험하다며 안전한 인도 위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휴대폰에 온 신경을 집중시킨 채 걷는 이른바 ‘스몸비족’도 보행자를 크게 위협하는 요소입니다. 여기에 공공자전거 서비스까지 더해지면서 보행자에게 가장 안전해야 할 인도는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 되고 말았습니다.

따릉이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만 해도 일종의 테스트 단계이겠거니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자전거와 관련한 정책과 인프라는 변한 게 전혀 없는데, 서울시가 무턱대고 공공자전거 서비스를 도입하고 자전거 대수를 늘릴 것이라는 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어느덧 따릉이 대여소가 서울 시내 곳곳에 설치되고 자전거 대수도 눈에 띄게 증가하더니 오늘날에 이른 것입니다. 자전거 대수 4만 대라고 하면 공공자전거 서비스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단계는 이미 넘어선 것으로 판단됩니다. 본격적인 서비스에 나선 것입니다.


서울자전거 홈페이지 캡쳐


이런 상황에서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이 차도보다 사람의 보행과 자전거 통행을 우선순위에 두는 도로교통정책을 전면적으로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르면 서울 강남에서 4대문 안 도심까지 자전거로 30분 만에 도달할 수 있는 자전거 전용 고속도로가 이르면 내년에 개통될 전망이라고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자전거가 차량과 분리돼 빠르고 안전하며 쾌적하게 달릴 수 있는 자전거만의 전용도로 시설물인 '혁신적 공간 활용을 통한 자전거 하이웨이'(Cycle Rapid Transportation, CRT)의 구축에 나선다는 구상입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올 하반기 타당성 용역을 실시하고 마스터 플랜을 수립, 계획을 구체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현재 박원순 서울시장이 내세우고 있는 이러한 계획을 놓고 찬성과 반대 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양상입니다. 자전거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데다 환경에 따르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이는 충분히 추진할 만한 사업이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차량 정체가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박원순 서울시장의 치적용 사업임을 꼬집거나 예산 낭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서두에서 살펴보았듯 서울시민들은 현재 공공자전거 따릉이의 존재를 매우 반겨하고 있는 입장입니다. 더불어 따릉이로 인한 부작용도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공공자전거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함에도 서울시는 사실상 이를 방조해왔습니다. 따릉이 이용자들이 교통사고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불법 행위를 일삼지 않도록 제반 여건을 앞서 조성해놓았어야 하나 서울시는 이를 외면한 것입니다. 그 바람에 따릉이 이용자들뿐 아니라 일반 보행자들까지 현재 극심한 불편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시민들을 안전으로부터 소외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안타까운 대목입니다.

따릉이의 효용성은 이미 숫자로 확인된 사안입니다. 때문에 따릉이로 대변되는 공공자전거 서비스가 본격적인 생활교통수단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자전거를 중심에 놓은 새로운 도로교통정책은 되레 늦은 감이 있습니다. 따릉이를 통해 공유경제의 한 축인 공공자전거 서비스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이미 검증을 끝냈다면 이를 지금처럼 양적으로 늘리기에 앞서 자전거 관련 정책을 먼저 손보고 그에 걸맞는 인프라를 구축해놓는 것이 선행되었어야 합니다. 박원순 시장의 새로운 정책은 결국 순서가 뒤바뀐 셈입니다. 공공자전거 서비스는 서울 시민의 행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원입니다. 이미 되돌릴 수가 없습니다. 비록 늦었습니다만, 박원순 시장의 새로운 정책을 환영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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