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한 편의 우화 같은 영화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

새 날 2019. 6. 2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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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뭄바이에서 홀어머니와 함께 살며 마술쇼로 생계를 이어가던 아자(다누쉬)는 어느 날 위조지폐 100유로만을 들고 무작정 파리로 가는 비행기에 올라탄다. 평소 동경해온 이케아 매장에 들른 그는 우연히 넬리(베레니스 베조)라는 여성을 만나 서로를 향한 호감을 확인한 뒤 다음날 만날 것을 약속한다.

당장 잠잘 곳이 여의치 않았던 아자는 이케아 매장에 전시된 옷장에 들어가 깜빡 잠이 들게 되나 하필이면 그 순간 해당 옷장이 다른 곳으로 배송되는 수순을 밟게 된다. 비행기 화물칸으로 옮겨진 옷장은 밤새 어딘가를 향해 날아가더니 어느새 영국 런던에 도착해있었다. 다음날 인기척에 놀라 눈을 뜬 그가 옷장 밖으로 나왔을 때는 이미 다수의 난민들과 함께 낯선 곳에 위치한 뒤였다.



이케아 옷장 속에서 깜빡 잠든 청년... 그에게 일어난 일은?

영화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은 무작정 프랑스 파리로 향한 한 인도 청년이 이케아 매장에 전시된 옷장 속에서 무심코 잠들었다가 예기치 못한 가구의 배송으로 영국과 스페인, 이탈리아, 리비아 등 해외 여러 나라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겪게 되는 짜릿한 모험담을 그린 작품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36개 국에서 출간된 프랑스 작가 로맹 퓌에르틀라가 쓴 장편소설 <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이 이 작품의 원작이다. 영화는 아자가 곧 교도소에 수감될 소년범들 앞에서 이케아 옷장으로부터 우연히 시작된 자신의 여행 경험담을 풀어놓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아자는 어릴 적 자신을 옥죄어온 지독한 가난이 싫었다. 어차피 공평하지 못한 세상, 그나마 주어지는 기회를 잘 포착해야 한다는 게 그가 평소 지지해온 삶의 철학이었다. 그에 따라 가난에서 탈출하기 위해 그는 거리 위에서 눈속임을 통해 돈 벌어들이는 법을 배웠고, 그의 고향 뭄바이에서 살아가는 동안에는 이것이 그의 밥벌이가 되어준다.



그는 평소 형형색색의 가구 세트를 동경해왔으며 화려함 일색의 이케아 매장은 그의 이러한 욕구를 대리만족시켜줄 최적의 장소였다. 그러니까 이케아가 그에겐 일종의 부의 상징 같은 것이었다. 파리에 도착한 뒤에도 그가 다른 곳보다 이케아 매장부터 들르게 된 데엔 부를 대하는 그의 평소 태도가 고스란히 읽히는 지점이다.



한 편의 우화 같은 영화

우연히 시작된 아자의 여행은 우연과 우연이 겹치면서 끊임없이 이어진다. 아자는 여행을 통해 부자가 되어보기도 하고 세속적인 욕망을 손에 움켜쥔 채 이것이 마치 자신에게 찾아온 유일한 기회인 양 놓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보기도 한다. 물론 그와는 정반대의 경험도 하게 된다. 그래서 아자가 얻게 되는 건 무얼까?

여행이 무르익어갈수록 관객들은 여행지 곳곳의 화려한 볼거리에 푹 빠져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스크린을 뚫어져라 쳐다보게 되고, 인도 뭄바이에서 날아온 주인공 아자의 내면은 그동안 알게 모르게 무르익으며 성장해간다. 때문에 이 영화는 아자의 여행담이기도 하지만 성장담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영화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은 프랑스와 인도가 공동 기획하고 제작한 작품으로 두 나라 고유의 문화적 색채가 각기 묻어나오는 점이 특징이다.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함 일색의 비주얼은 프랑스 영화 특유의 감성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고, 절도 있는 군무와 노래로 관객의 청각 및 시각을 골고루 자극하는 요소는 인도 영화만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영화는 시작 지점으로 되돌아가 교도소에 곧 수감될 소년범들을 다시 등장시켜 이들에게 아자가 풀어놓은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방식으로 끝을 맺는다. 인과응보나 새옹지마 등의 교훈을 떠올리게 하는 한 편의 우화 같은 영화다.



감독  켄 스콧  


* 이미지 출처 : ㈜스마일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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