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신념을 지킨 사람들의 이야기 '롱 샷'

새 날 2019. 6. 2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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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직을 그만두고 백수가 된 프레드(세스 로건). 그는 어느 날 절친과 함께 모 유명 힙합 가수의 공연 현장을 찾았다가 어릴 적 같은 동네에서 함께 살면서 친분을 쌓았으나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졌던 현직 국무부장관 샬롯(샤를리즈 테론)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차기 대통령 후보로 나설 계획인 샬롯은 때마침 새롭게 꾸린 대선 캠프의 연설문 작성을 도와줄 인물이 필요하던 참이었고, 기자 출신인 프레드가 이의 적임자로 낙점, 그에게 해당 임무가 주어지게 된다.

프레드는 다듬어지지 않은 외모만큼이나 행동 역시 매우 거친 인물이었다. 임무 수행 과정에서 빚어진 그의 돌출 행동은 샬롯을 당혹감에 빠트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렇듯 좌충우돌하는 와중에도 두 사람 사이에서 형성된 로맨스는 수그러들기보다 점차 불꽃이 튀기 시작한다.



전직 기자 출신 백수와 미 국무부장관의 좌충우돌 로맨스

영화 <롱 샷>은 과거의 인연이 매개가 되어 기자 출신의 백수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인 미 국무부장관이 대선 캠프에서 함께 일하면서 좌충우돌하거나 때로는 아슬아슬하게 빚어지는 사건들을 그린 로맨스 코미디 장르의 작품이다.

프레드와 샬롯의 인연은 프레드의 13세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샬롯은 프레드의 베이비시터였으며, 어린 프레드에게 있어 샬롯은 첫사랑 상대였다. 아련한 첫사랑을, 그것도 세상에서 가장 잘 나가며 영향력 있는 여성이 된 그녀를 우연한 기회에 극적으로 만나게 되다니, 프레드는 다시 13세 시절로 돌아간 듯 가슴이 몹시 쿵쾅거렸다.



샬롯 또한 왠지 그를 싫어하지 않는 눈치였다. 과거의 인연은 우연이라는 매개를 통해 두 사람 사이를 다시 연결시켰고, 그들은 대통령 캠프에서 함께 일하면서 달콤 쌉싸름한 로맨스를 키워나가게 된다.

프레드는 원래 열혈기자였다. 자신의 신념과 소신을 절대로 굽히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책상 위에 앉아 있기보다는 현장으로 뛰쳐나가 사건과 직접 마주하는 일을 즐겨하는 인물이었다. 때로는 목숨을 담보로 할 때도 많았다. 그렇게 제작된 기사들은 꽤 많은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몸담아온 작은 언론사가 그와 정치적 입장이 전혀 다른 거대 언론사에 인수되면서 그는 어쩔 수 없이 그곳을 떠나게 된다. 스스로 회사를 박차고 나오던 떨떠름한 표정의 프레드, 어쩌면 이는 가장 그다운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샬롯은 프레드와 인연을 쌓던 어린 시절부터 유독 환경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인물이다. 국무부장관이 된 이후 어릴 적 가졌던 꿈은 좀 더 구체화된다. 그녀가 직접 계획한 환경 복원 프로그램에 전 세계 지도자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펼쳐온 환경 외교 덕분에 그녀의 인지도와 호감도는 갈수록 높아져갔다.



신념을 지킨 사람들의 이야기

물론 샬롯이 미국뿐 아니라 국제 외교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비결에는 프레드의 역할과 공이 무척 컸다. 신념을 끝까지 고수하려는 프레드. 그리고 대선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려는 요량으로 자신의 소신을 살짝 굽히려던 샬롯. 이들은 달콤한 로맨스를 이어가면서도 짐짓 심각한 갈등 양상을 빚기도 한다. 이들의 로맨스는 과연 어떻게 될까?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극과 극의 캐릭터 조합과 이들이 만들어가는 로맨스는 관객의 판타지적 욕구를 자극하고 극대화시키는 데 부족함이 없다. 이 영화를 관람하면서 혹자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여배우와 평범남 사이의 로맨스를 그린 영화 <노팅힐>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현실에서는 이뤄지기 어려운 커플의 탄생, 그리고 두 영화 모두 애틋한 로맨스 위에 유쾌한 웃음 코드를 적절히 버무려놓고 있기 때문이다.



<아토믹 블론드>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는 차디찬 여전사로, <툴리>에서는 독박육아의 어려움을 온몸으로 표현했던 샤를리즈 테론. 그녀가 이번에는 로코로 극적인 변신을 꾀했다. 세스 로건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샤를리즈 테론의 로코 연기, 그리고 기타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지면서 몰입감은 최고조에 이른다. 아슬아슬 선을 넘을 듯 말 듯 이어지는 입담과 코믹 연기는 관객들의 배꼽을 잡게 하는 요소다.

영화 <롱 샷>은 현실에서는 좀처럼 이뤄지기 어려운 커플을 탄생시켜 이들의 알콩달콩한 이야기를 웃음코드에 버무려 관객들의 대리만족을 충족시켜준다. 주변 여건과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주인공들이 자신의 소신과 신념을 꿋꿋이 지켜간다는 극의 설정은 무엇보다 가장 통쾌한 카타르시스다.



감독  조나단 레빈 


* 이미지 출처 : TCO(주)더콘텐츠온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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