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마음 푸근해지는 영화 '햄스테드'

새 날 2019. 3. 2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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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전원 마을 ‘햄스테드’에서 살아가는 에밀리(다이안 키튼)는 1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빚을 떠안는 등 위태로운 처지로 내몰린 상황이다. 그러던 어느 날 에밀리는 우연히 다락방에서 망원경으로 주변을 관찰하다가 숲속에 오두막을 짓고 혼자서 살아가던 도널드(브렌단 글리슨)를 발견하게 된다.

호기심이 발동한 에밀리는 며칠 뒤 다시 망원경을 꺼내들고 도널드를 관찰하던 순간, 그에게 심상치 않은 일이 발생하였음을 직감하고 경찰에 신고, 도널드를 위기에서 구하게 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두 사람은 인연이 닿아 만남을 지속하게 된다.

영화 <햄스테드>는 살아온 환경이 서로 다르고 처지가 상이한 에밀리와 도널드가 강제 퇴거 위기에 놓인 도널드의 오두막을 함께 지키면서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찾아간다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작품이다.



숲속에 오두막 짓고 산 남자에게 취해진 강제 퇴거 조치

영화의 제목이자 공간적 배경이기도 한 ‘햄스테드’는 런던 북쪽에 위치한, 풍광이 더없이 아름다운 마을이다. 이러한 지형적 특징 덕분에 영화 <노팅 힐>을 비롯, 다수의 영국 드라마가 이곳 햄스테드에서 촬영되었다. 더불어 예술인 등 유명 스타들의 거주지로도 인기를 누리고 있단다. 



영화 <햄스테드>는 도시 안에 위치한 숲속에 아무도 모르게 오두막을 짓고 살아가던 인물 ‘해리 헨리 할로스’의 실제 이야기에 영화적 상상력이 더해져 탄생한 작품이다.

에밀리는 죽은 남편에 의해 상처를 받은 데다 빚마저 떠안게 된 곤혹스러운 처지였다. 그 무렵 그녀의 집 주변에는 재개발 붐이 한창 일고 있었다. 에밀리의 빌라에 함께 거주하는 이웃들 역시 이번 재개발에 발 벗고 나선 상황이다. 에밀리는 이러한 이웃들의 행동에 적극적으로 동조하지는 않았으나, 대세는 이미 한쪽으로 기운 듯싶었다.



에밀리가 살고 있는 빌라 건너편 숲속에 혼자 오두막을 지은 채 세상 사람들과의 교류 없이 자급자족하면서 살아가는 도널드는 개발업자뿐 아니라 땅값이 치솟기를 바라는 지역 주민들에게도 눈엣가시였다. 도널드는 17년 전 병에 걸린 여인 곁을 떠난 뒤 그에 따르는 죄책감으로 세상과의 소통을 거부한 채 이곳 숲속에 들어와 혼자 살고 있었다. 그는 거세게 불고 있는 재개발의 광풍으로 인해 결국 당국으로부터 강제 퇴거 명령을 받게 된다.

영화에서 에밀리와 도널드는 살아가는 환경이나 처지가 크게 다른 인물로 그려져 있다. 에밀리의 속내는 조금 다를지 몰라도 이른바 주류에 속하는 에밀리의 주변 사람들 대부분은 개발을 옹호하는 입장이었다. 부동산 가격 등 재산과 직결되는 사안인 탓이다. 그들과 다른 방식의 삶을 살아가는, 이른바 비주류에 속하는 도널드는 재산이나 개발 따위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오로지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추구하고 있었다.



가까워지는 두 사람,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 미쳐

도널드를 위험으로부터 구하게 된 우연한 사건을 인연 삼아 에밀리는 그와의 만남을 이어가게 된다. 그녀는 도널드와의 만남이 잦아지면서 세속에 찌들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꿋꿋하게 살아가는 도널드의 삶의 방식에 호감을 갖게 된다. 그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자신이 직접 마련한 숲속 오두막에서 떠나기를 거부하는 고집불통이었다. 에밀리는 그를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한다.

도널드의 오두막은 버려진 제품이나 폐자재 등을 재활용하여 지어졌고, 생활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태양광을 이용하는 등 다른 사람들에게 작은 피해조차 끼치지 않으며 자급자족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그의 삶의 방식이 괜스레 못마땅했던 주변 사람들은 색안경을 끼고 도널드를 바라봤다. ‘노숙자’부터 ‘숲속 거지’까지, 도널드를 향한 이들의 지칭은 한결같았다.



햄스테드에서 도널드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사람은 에밀리와 에밀리를 지척에서 돕고 있는 사회 활동가들뿐이었다. 우리에게도 결코 낯설지 않은 개발 논리의 시각으로 바라보자면, 도널드는 아마도 ‘알박기’의 고수라고 지칭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도널드의 행위는 실질적인 알박기와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알박기라고 하면 보통 개발 기회를 이용, 몽니를 부려 한 몫 벌어보자는 얄팍한 의중이 수반되는데, 그는 돈 따위의 욕심은 일절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자신의 집에서 조용히 살기만을 바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에밀리와 도널드는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에밀리는 도널드 덕분에 지나치게 잇속만을 챙기거나 남의 시선을 의식해온 그동안의 삶의 방식에서 조금씩 벗어나게 된다. 보다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 것이다. 도널드 역시 스스로 가두어두었던 마음의 짐을 훌훌 털어버리고 점차 사랑의 감각을 되찾아간다. 마음이 푸근해지는 영화다.



감독  조엘 홉킨스


* 이미지 출처 : (주)팝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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