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따스한 위안으로 다가오는 영화 '옷코는 초등학생 사장님!'

새 날 2019. 2. 2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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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옷코는 초등학생 사장님!>에서 옷코는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여의게 된다. 옷코가 전통여관 ‘봄의 집’을 운영하는 할머니 댁으로 가게 된 배경엔 이러한 사연이 존재한다. 환경이 바뀐 그녀에겐 주변의 모든 것들이 녹록지 않게 다가왔다. 학교생활도 그렇거니와 도시와는 전혀 다른 시골생활도 그렇고, 특히 그녀에게만 보이는 유령의 존재는 옷코를 혼비백산하게 만드는 요소였다.

하지만 유령 우리보와 친숙해지고 여관 생활에도 곧 익숙해지면서 옷코의 생활은 점차 안정을 찾기 시작한다. 모든 게 어설펐지만 그녀는 할머니로부터 여관 운영과 관련한 일들을 차근차근 배워나간다. 옷코는 여관의 작은 사장님으로 불린다. 이는 할머니를 열심히 돕고 싶어 하는 그녀의 마음씀씀이가 반영된 결과물이자 어릴 적 할머니와 단짝 친구인 유령 우리보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부모를 잃고 여관의 작은 주인이 된 초등학생 소녀

영화 <웃코는 초등학생 사장님!>은 부모를 사고로 잃은 초등학생 옷코가 할머니가 운영하는 여관에서 생활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점차 성장해나간다는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아동문학으로 알려진 레이죠 히로코의 <여주인님은 초등학생>이 이 작품의 원작이며, 일본에서 동명의 만화와 TV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된 바 있다.



지난해 개최된 제20회 부천 ‘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장편부문 우수상과 관객상 등 2관왕에 오르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고 있는 작품이다. 참고로 국내에서 4백만에 가까운 관객을 끌어 모으며 흥행을 기록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감성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역시 지난 2016년 부천 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우수상과 관객상을 나란히 수상한 바 있다. 영화 <옷코는 초등학생 사장님!>은 입소문 덕분에 현재 일본 박스오피스 20주 연속 상영을 이어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옷코는 아직 초등학생에 불과한 소녀다. 외동딸로서 부모의 예쁨을 한 몸에 받고 살아오다 한 순간에 부모를 잃었다. 그 충격으로부터 벗어나기에는 옷코의 나이가 너무 어렸다. 옷코는 꿈이나 망상을 통해 부모가 자신의 곁에 있음을 늘 확인해보지만, 이내 그렇지 않은 현실을 깨닫고는 헛헛함에 몸 둘 바를 몰라해한다. 이러한 상태에서 그녀의 눈에만 드러나는 존재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유령이었다. 우리보를 비롯해 옷코의 라이벌 친구 핑크프릴의 죽은 언니 유령 미요, 그리고 종돌이로 불리는 도깨비가 바로 그들이었다.



옷코는 자신에게만 보이는 유령 친구들 때문에 심경이 복잡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과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로 발전해간다. 부모를 잃고 전혀 새로운 환경, 그것도 여관 운영을 시작한 옷코에게 있어 이들의 존재는 여관의 어린 여주인으로 성장해 나가는데 큰 힘이 되어준다.



옷코 할머니의 여관 운영 철학은 한결같은 것이었다. 배려였다. 손님이라면 그가 어떤 계층의 사람이든 관계없이 받들어 모셨다. 이를테면 돈이 많은 사람이든 적은 사람이든 여관을 찾는 손님이라면 누가 됐든 모든 이들에게 열과 성을 다해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옷코 역시 배려를 몸에 익히고, 이를 몸소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손님들에게 맞춤 제공되는 정성껏 조리된 음식은 상처 받은 이들을 치유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도 남는다.


관계를 통해 상처 치유하고 성장해가는 ‘옷코’

옷코는 커다란 상처를 안고 있는 소녀다. 감독이 ‘하나노유’라는 가상의 온천 마을을 창조한 데엔 여러 이유가 있을 테지만, 무엇보다 온천이 갖는 치유의 힘을 옷코에게 부여해주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나노유라는 온천 마을의 탄생 배경에는 다친 늑대가 온천을 이용하여 치유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옷코라는 상처투성이 소녀가 굳이 하나노유라는 온천마을에 오게 된 데에는 바로 그녀의 다친 마음을 치유하고 성장시키고 싶어 하는 감독의 사려 깊은(?) 의도가 담겨 있는 셈이다. 이 영화의 시작은 물론, 말미를 장식하는 일본 전통문화 ‘카구라춤’도 그와 같은 맥락이다.

옷코가 작은 사장으로 운영에 가담 중인 전통여관 ‘봄의 집’은 다양한 계층의 손님이 묵는 곳이다. 영화는 일관되게 치유와 성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그 종류와 크기만 다를 뿐, 상처를 입지 않은 사람이 없다. 영화 속에서도 각기 상처를 입은 손님들이 하나둘 옷코의 여관인 ‘봄의 집’으로 찾아든다.



옷코는 자신의 상처를 내면에서 스스로 치유하기보다 사람들과의 관계, 즉 여관을 찾은 손님과 라이벌 친구 핑크프릴 그리고 유령과의 관계를 통해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나간다. 그러는 사이 그녀는 부모님을 잃은 상처로부터 조금씩 벗어나게 되고, 두려움을 물리치면서 세상에 홀로 맞설 수 있을 만큼 점점 단단해져간다.

이렇듯 영화 <옷코는 초등학교 사장님!>은 옷코의 성장담을 줄곧 이야기하고 있으나, 동시에 여관 ‘봄의 집’에 찾아온 손님들이 위안을 얻게 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물론 이를 관람한 관객들 역시 따뜻한 위로를 느끼게 된다.

이 영화에서 유령은 과연 무엇을 상징할까? 옷코의 채 아물지 않은 상처, 즉 성장 전 단계를 의미하는 게 아닐까? 옷코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상처가 내면에 감춰져 있을 땐 유령이 늘 그녀 앞에 나타나 따라다녔고, 그와는 반대로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고 옷코가 세상 밖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갈 땐 유령과의 거리가 자연스럽게 멀어졌듯이 말이다. 

온통 자극적인 것들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한 줄기 빛처럼 다가오는 투명한 영화다. 영화 제목과 아기자기한 그림체 덕분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언뜻 들지만, 사실은 아이들보다 성인들을 더 따스하게 위무해주는 작품이다. 현재 일본에서 역주행을 달리며 장기 흥행을 이어가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감독  코사카 키타로  


* 이미지 출처 : ㈜트리플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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