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운명적 상황 앞에 맞서는 용기 '미드나잇 선'

새 날 2019. 2. 1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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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티(벨라 손)는 햇빛을 쪼이면 신체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어 죽음에 이르게 되는 ‘색소성건피증(XP)’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소녀다. 덕분에 그녀는 온종일 집안에서만 생활해야 했다. 공부도 보통아이들처럼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처지가 못 됐다. 홈스쿨로 해결해야 했다. 그녀에게 유일한 낙이 있다면 방안의 유리창을 통해 또래들이 지나다니는 모습을 관찰하거나 기차역 앞에서 버스킹을 즐기는 일이었다.

수많은 또래들 중에서도 매일 동일한 코스를 지나다니던 찰리(패트릭 슈왈제네거)는 케이티가 어린 시절부터 눈여겨봐왔던 청년이다. 아니 그녀가 짝사랑하던 상대였다. 어느 날 밤 케이티는 여느 때처럼 기차역 앞에서 버스킹을 하고 있었다. 워낙 출중한 노래 실력 덕분에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호응해왔다. 그 중에는 찰리도 있었다. 우연히 그곳을 지나가다가 귓속을 아련히 파고드는 그녀의 노래자락이 그의 발걸음을 붙든 것이다. 두 사람은 그렇게 인연을 이어가는데...



불치병에 걸린 여성의 남과 다른 삶

영화 <미드나잇 선>은 색소성건피증이라는 희귀병으로 인해 햇빛을 피해 밤에만 움직일 수 있는 케이티가 오랜 기간 남모르게 짝사랑해온 찰리와 인연이 닿아 연인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는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 2006년에 출간된 덴카와 아야의 소설 <태양의 노래>가 이 영화의 원작이며, 같은 해에 일본에서 동명의 드라마와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다.



색소성건피증은 백만 명 가운데 한 명이 걸릴까 말까 할 정도로 희귀한 선천성 질병이자 불치병이다. 케이티의 피부에는 햇빛이 조금만 닿아도 치명적이었다. 때문에 그녀의 집 유리창은 햇빛을 차단하는 특수코팅으로 둘러져 있었다. 케이티는 낮에는 주로 자고 밤이 되면 활동하는 올빼미 생활을 이어가고 있던 참이다.

남들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야 하는 그녀의 곁엔 든든한 조력자 아빠(톱 리글)가 있었다. 그는 불철주야 케이티의 삶을 돌봐온 인물이다. 케이티는 친구도 사귈 수 없는 형편이었으나 마음씨 고운 모건(퀸 쉐퍼드)은 몸소 그녀를 찾아와 말벗이 되어주곤 했다. 유일한 친구였다.



한편 어릴 적부터 창밖을 바라보며 오로지 마음속으로만 품어온 짝사랑 상대 찰리가 케이티에게 다가온 건 너무도 극적이었다. 그는 쑥스러워 자꾸만 내빼려고 하는 케이티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했다. 마침내 연이 닿은 두 사람은 서로에게 금세 빠져들게 된다. 다만, 케이티는 자신의 질병 사실을 알리면 보통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사람이 아닌 병균 덩어리로 바라볼까 두려워 차마 찰리에게 이를 알릴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햇빛을 피해 주로 밤 시간대에만 만나 아슬아슬한 사랑을 이어가게  된다.

운명적인 상황 앞에 당당히 맞서는 용기

집안에서만 생활해오던 케이티에게는 찰리와 함께하는 모든 시간과 경험이 낯설고 새로운 것들 투성이였다. 기차를 타고 중국음식을 나눠 먹으며 떠들어본 것도 처음이었고, 모건 등 친구의 손에 이끌려 파티에 참여했던 것도 처음 경험해본 일이었다. 특히 시애틀이라는 낯선 도시에서의 버스킹은 그녀에겐 그 어떠한 경험보다 짜릿했다.



불꽃같은 한밤의 데이트를 즐기던 두 사람은 밤을 꼬박 새울 정도로 서로에게 흠뻑 빠져들었다. 그러다가 케이티는 일출 시각이 임박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적은 양의 햇빛조차도 치명적이었던 그녀에게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미처 수습할 틈도 없이 일단 무조건 집으로 향해야 했던 케이티, 그리고 영문을 모른 채 그녀가 서두르는 상황을 말없이 도와야 했던 찰리, 두 사람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



불치병에 걸린 여성이 남성을 만나 운명 같은 사랑에 빠져든다는 뻔한 이야기는 영화의 단골 소재다. 지루할 법도 하지만 스크린 위로 온 신경을 집중시키다 보면 어느 순간 주인공의 아련한 감정에 동화되어간다.

부상으로 의기소침해하던 찰리는 케이티의 적극적인 응원 덕분에 잃었던 꿈을 점차 되찾기 시작한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신파로 흐르지 않고, 마지막을 앞둔 운명적인 상황 앞에서도 케이티로 하여금 그저 순응하기보다 이에 당당히 맞서도록 한 설정은 무척 마음에 드는 대목이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케이티의 노래, 그리고 이 사실에 너무 좋아 환호성을 내지르던 아빠의 모습은 관객으로 하여금 흐뭇한 미소를 절로 짓게 만든다.



감독  스콧 스피어   


* 이미지 출처 :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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