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환영받지 못하는 사랑 '보스의 딸'

새 날 2019. 2. 10.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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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올리비에 루스타우)은 직물공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이다. 어느 날 그의 회사에 근로 감독관 알렉스(크리스타 테렛)가 투입된다. 그녀는 회사로부터 추천 받은 비탈 등 직원 몇 사람을 테스터로 활용키로 하고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간다. 비탈과 알렉스, 이 두 사람 사이에는 첫 대면부터 무언가 알 수 없는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데..

며칠 뒤 직장 대항 럭비 준결승전이 개최된다. 비탈이 감독으로 있던 직물회사팀은 힘겨운 격전 끝에 상대 회사를 간신히 누르고 승리를 거머쥐게 된다. 비록 투박하지만 매사 성실하게 임하는 비탈, 그를 눈여겨봐온 알렉스는 럭비 경기의 승리를 자축하기 위해 밤새 벌어진 파티에서 비탈과 사랑에 빠진다.

환영받지 못하는 ‘유부남’과 ‘사장 딸’의 사랑

영화 <보스의 딸>은 유부남인 직물공장의 직원과 공장 사장의 딸이 주변의 숱한 역경 속에서도 운명처럼 서로에게 끌려 사랑에 빠져든다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극 중 비탈에게는 아내와 어린 딸이 있었다. 아내와의 사이가 데면데면하던 까닭에 매일 같이 그저 그런 일상을 보내던 그에게는 사내 럭비 동호회 활동이 그나마 삶의 유일한 해방구이자 활력소로 다가왔다. 직장 동료들과 함께 몸을 부딪치고 땀을 빼는 동안만큼은 세상의 모든 시름을 잊거나 뒤로 잠시 미룰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알렉스는 회사 사장의 딸이다. 때문에 비탈을 비롯한 직원 대부분은 그녀의 등장이 못내 탐탁지 않았다. 사장이 자신들을 감독하기 위해 파견한 존재쯤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한 여직원이 사장으로부터 긴 손톱을 지적당하자 대뜸 알렉스 때문이라며 그녀의 존재를 우려하는 모습은 그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사정을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알렉스는 공과 사를 명확히 구분하여 일처리에 나서는 등 매사에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



하루하루가 심드렁하기 짝이 없는 한 사람, 호의라곤 일절 없이 온통 의심과 질시 가득한 근무 환경에 놓인 또 다른 한 사람, 이 둘은 자석처럼 서로에게 끌렸다. 운명 같은 존재로 다가온 것이다. 첫 만남에서는 의혹의 눈길을 거둘 수 없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열정적인 사랑에 빠져든 두 사람이다.

그러나 둘의 사랑이 마냥 말랑말랑할 수만은 없었다. 녹록지 않은 주변 여건 때문이다. 비탈과 알렉스의 사이를 가로막는 장벽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그 첫 번째는 비탈이 유부남이라는 사실이었다. 그와 그의 아내 사이가 유독 좋지 않다고 해도 아직은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아내를 두고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진 비탈을 향한 주변의 시선이 부드러울 리 만무했다.



일반 공식 깬 두 사람의 사랑, 어떻게 될까?

두 번째는 신분 차이였다. 비탈은 일개 노동자였으며, 알렉스는 사장의 딸이자 엘리트 코스를 밟은 재원이었다. 알렉스의 아버지는 그런 그녀가 비탈과 사귄다는 사실이 몹시도 못마땅했다. 그 자신도 과거 노동자 출신이었으면서 비탈을 향해 “노동자 나부랭이” 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현재 그가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는지 그의 일단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그와 그녀의 관계를 알아챈 직원들의 시선은 무척 따가웠다. 유부남과 사장 딸이라는 특별한 관계가 분위기를 그렇게 만든 것이다. 둘의 관계가 사내에 순식간에 퍼지면서 비탈에게 질투와 비난의 화살이 일제히 쏟아졌다. 유부남인 비탈 그리고 장래가 보장된 알렉스의 사랑을 축복해주는 사람은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결과적으로 볼 때 두 사람의 사랑은 어느 누구로부터도 환영받을 수 없는, 일종의 ‘금기된 사랑’이었다. 두 사람의 사랑은 앞으로 어떤 길을 걷게 될까?



두 주연 배우의 연기도 좋았지만, 비탈의 직장 동료와 그들의 아내로 출연한 조연급 배우들의 연기는 너무도 리얼했다. 파티 장면이나 럭비 경기 장면, 그리고 직장 근무 장면 하나하나는 허구가 아닌 마치 다큐멘터리를 찍는 듯 생생한 생활연기의 향연이었다.

영화 <보스의 딸>은 두 남녀 주인공이 서로를 바라보는 설렘과 그윽한 시선을 차분히 담아내고 있으며,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의 기 싸움 그리고 그로부터 형성될 법한 팽팽한 긴장감을 실감나게 그리는 등 일상에서 겪게 되는 프랑스 노동자들의 애환도 담겨있어 이를 지켜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감독  올리비에 루스타우


* 이미지 출처 : (주) 컴퍼니 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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