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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 일깨우는 영화 '인 더 더스트'

새 날 2019. 2. 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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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전국을 뒤덮은 고농도 미세먼지는 가히 역대급이었다. 당시 전국 7개 지역에서 측정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고, 경기 북부 지역에서는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미세먼지주의보가 내려지고 전광판에는 외출을 삼가라는 경고 문구가 등장하는 등 전국에는 비상이 걸렸다. 뿌옇게 변한 대기로 인해 수십 미터의 앞조차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염 상황은 심각했다.

그런데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역대급으로 심했던 지난달 미세먼지에 대한 원인을 분석한 결과 국외 영향이 매우 컸던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미세먼지 가운데 평균 75%가 중국 탓이었다는 분석이다. 물론 이러한 결과는 우리를 더욱 암울하게 한다. 건강과 일상을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원인의 대부분이 외부에 있으므로 이의 해결이 결코 쉽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영화 <인 더 더스트>는 미세먼지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파괴할 수 있는가를 적나라하게 그린 대형 재난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프랑스를 덮친 원인 불명의 미세먼지로 인해 파리 도심은 아비규환으로 변모한 상황에서 선천성 호흡기능 장애를 앓고 있는 딸의 구조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부모와 그들 주변의 이야기를 그렸다.



파리 도심을 마비시킨 미세먼지의 습격

마티유(로망 뒤리스)와 안나(올가 쿠릴렌코) 부부 사이에는 딸 사라가 있었다. 사라는 ‘스팀베르거 증후군’이라는 선천성 호흡기능 장애를 앓고 있어 보통사람들처럼 대기를 통해 호흡을 할 수 없는 처지였다. 오로지 밀폐된 캡슐 안에서만 생활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유럽 일대를 휩쓴 대형 지진이 프랑스 파리에도 들이닥쳤다. 이윽고 거대 미세먼지가 도심을 집어삼키는 등 동시다발적인 자연재해가 발생했다.



발생 원인을 알 수 없는 이 미세먼지를 생명체가 들이마실 경우 사망에 이를 정도로 독성이 강했다. 급작스런 재난 상황으로 전기도 모두 끊긴 상태, 마티유와 안나 부부는 미세먼지가 닿지 않는 위층으로 일단 몸을 피해야 했다. 캡슐 안에 사라를 홀로 둔 채 말이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캡슐은 배터리로 연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미세먼지는 다행히 일정 높이까지 올라온 뒤 더 이상 확산하지 못하고 소강상태를 보였다. 사라를 보호하고자 하는 두 부부의 사투가 본격 시작되는 지점이다.


미세먼지로 뒤덮인 파리 도심은 글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다. 거리에는 숨져있는 사람들 투성이였으며, 곳곳에서 약탈과 방화 등이 자행됐다. 전기, 통신, 소방, 치안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이 완전히 마비된 도시 기능은 더 이상 시민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각자도생의 환경에서는 약육강식이 득세하기 마련이다. 마티유와 안나 그리고 딸 사라는 이러한 환경에서 과연 온전히 버틸 수 있을까?



시시각각 다가오는 캡슐 장치의 배터리 잔여 시한은 딸 사라의 생명과 직결된 사안이다. 이로 인해 마티유와 안나는 좌불안석이 되고 만다. 오직 캡슐 안에서만 지내야 하는 사라를 향한 이들 부부의 애정은 눈물겨운 것이었다.

마티유가 건물 꼭대기에 올라 낮게 깔린 미세먼지를 바라보는 모습은 산꼭대기에 올라 발아래 펼쳐진 운무를 바라보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물론 외관상으로는 멋진 이미지이지만, 영화 속 현실은 그와 전혀 달리 발아래로 생지옥과 다름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반전 통해 던지는 메시지,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

수많은 종류의 재난 상황이 존재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이 미세먼지의 습격은 유난히 공포스럽다. 빠른 속도로, 그리고 전방위적으로 다가오는 습격 앞에서 인간은 손 쓸 도리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도시를 한꺼번에 집어삼킬 듯 미세먼지가 몰려오는 장면은 마치 만화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현실감이 결여된 느낌이지만, 곧이어 하나둘 힘없이 픽픽 쓰러지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문득 정신을 차리게 된다.



지난 1월 한반도 대기 전체를 뿌옇게 채색한 미세먼지의 공습은 외관상 어쩌면 영화 속 장면보다 더욱 끔찍했던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영화에서는 특정 높이(대략 4층 정도) 이상으로는 미세먼지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만약 현실 속 미세먼지가 영화 속 그것과 유사한 독성을 지니기라도 했다면 이 세상은 그야말로 생지옥 그 자체와 진배없었을 테니 이는 가정만으로도 끔찍해지는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반전은 자못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반전을 통해 감독이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것은 과연 무얼까?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일찌감치 폐암과 방광암의 원인이 되는 1급 발암물질로 지정된 바다. 아울러 미세먼지는 어느덧 국가적 재난으로 받아들여질 만큼 심각한 사안이다.

서두에서도 언급했듯 미세먼지와 관련한 이슈는 일개 국가가 아닌 인류 전체의 문제로 인식되어야 하는 사안이다. 인류가 각성과 뾰족한 대책 없이 작금의 상황을 방치한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영화 <인 더 더스트>에서처럼 단지 호흡만으로도 생명체의 숨을 멎게 할 만큼 강력하고 독한 성분의 괴물이 탄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 영화는 석면, 라돈, 포름알데히드, 벤젠 등과 같은 1급 발암물질이면서도 어쩌면 상대적으로 가볍게 치부되고 있는 미세먼지에 대해 강력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감독  다니엘 로비


* 이미지 출처 : 씨네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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