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화려한 영상미가 돋보이는 영화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

새 날 2018. 12. 7.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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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클라라(매켄지 포이)는 오로지 자신의 입장만 고집하는 아빠(매튜 맥퍼딘)가 몹시 못마땅하게 여겨졌다. 다락방에 틀어 박혀 동생과 함께 장난에 심취하는 일이 그녀에겐 유일한 위안이었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아빠는 돌아가신 엄마가 남긴 선물을 클라라를 비롯한 자녀들에게 전달해준다. 클라라에게는 핀 텀블러가 주어졌지만, 열쇠가 없는 까닭에 열어볼 수가 없었다. 시큰둥하던 클라라, 아빠와 함께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하면서 핀 텀블러를 열 수 있는 인물은 오직 대부인 드로셀마이어(모건 프리먼)뿐이라 짐작, 그를 찾아 나선다.


때마침 파티에 참석한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준비해놓은 대부, 클라라도 이 기회를 놓칠세라 그가 마련해놓은 실을 따라 가던 도중 놀라운 세상과 마주하게 된다. 새로운 세계였다. 이곳에서 엄마가 선물해준 핀 텀블러를 열 수 있는 열쇠를 발견하게 되는데, 클라라가 이를 주우려던 찰나 생쥐 한 마리가 나타나 열쇠를 냉큼 물어간다. 이를 뒤쫓던 클라라는 호두까기 병정 필립 대위(제이든 포오라-나잇)를 만나게 되고, 그의 안내에 따라 4개의 왕국으로 이뤄진 신비한 세계로 접어드는데...



이 영화는 에른스트 호프만의 원작 동화 '호두까기 인형', 그리고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이 토대가 된 발레 공연, 여기에 디즈니만의 영화적 상상력과 영상 기술까지 더해져 완성된 작품이다.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답고 뛰어난 영상미로부터는 디즈니적 색채가 고스란히 묻어나온다. 영화가 시작되자 어디선가 올빼미 한 마리가 나타나 하늘 위로 힘차게 솟구친다. 그 궤적을 뒤쫓는 카메라, 어느덧 아름다운 마을과 이곳을 오고 가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스크린 위로 가득 들어찬다. 이 올빼미는 영화가 막을 내릴 때까지 클라라와 쭉 함께한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사람들의 움직임이나 마을 전체의 분위기는 한껏 들떠 있다. 엄마의 죽음 이후 아버지와 클라라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던 와중이다. 그 때문인지 즐거워야 할 크리스마스 기념 파티 현장에서도 두 모녀는 사사건건 충돌하기 일쑤다. 엄마의 부재는 이렇듯 두 모녀 사이의 갈등의 폭을 더욱 넓히고 있었다.



클라라가 열쇠를 찾기 위해 우연히 닿은 곳은 꽃의 왕국, 눈송이의 왕국, 사탕 왕국, 그리고 즐거움의 왕국으로 이뤄진 네 개의 왕국이 함게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사탕 왕국의 섭정관 슈가 플럼(키이라 나이틀리)에 따르면 즐거움의 왕국 마더 진저(헬렌 미렌)의 개인적인 야욕으로 인해 나머지 세 개의 왕국은 항상 두려움에 떨어야만 했다. 슈가 플럼은 클라라를 환대하며 그간의 모든 사정과 상황을 친절히 설명해준다. 핀 텀블러의 열쇠를 반드시 찾아 마더 진저의 공격을 막아야 한다며 클라라를 열심히 독려한 것도 바로 그녀였다. 열쇠를 찾아 본격적인 모험을 떠나는 클라라, 그녀 앞에는 과연 어떤 미래가 펼쳐지게 될까?



아름답게 구현된 각기 다른 네 개의 왕국 그리고 발레 퍼포먼스를 통해 표현되는 색채의 향연은 가히 환상적이라 할 만하다. 화려함과 다채로운 색감으로 연출된 화면은 눈이 부실 만큼 황홀함 그 자체였다. 아울러 캐릭터의 개성을 살리는 의상과 소품의 조화는 관객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도 남는다. CG로 구현된 몇몇의 캐릭터들은 강한 개성을 드러내기에 손색이 없다. 특히 마더 진저의 메신저 역할을 하던 마우스링크스와 수많은 생쥐들이 한데 뭉쳐 만들어진 생쥐마왕의 캐릭터는 상당히 역동적인 움직임을 선보인다. 생동감이 넘쳐 흐른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장면은 슈가 플럼이 깨운 장난감 병정들의 정교한 움직임이 아닐까 싶다. 배경 음악에 맞춰 춤을 추듯 미세하게 움직이는 동작 하나하나가 모두 압권이다. 마더 진저를 형상화한 거대 인형은 또 어떤가. 그녀를 호위하던 광대들의 기발한 움직임과 엽기적인 몸동작은 관객으로 하여금 절로 웃음을 짓게 하는 요소다. 관람 내내 귀를 즐겁게 하는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은 디즈니 특유의 시각적인 화려함과 함께 청각적인 즐거움까지 더하면서 행복감을 한껏 끌어올린다.


영화가 끝났다고 하여 바로 일어나면 급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극 중 잠깐 퍼포먼스를 선보였던 세계적인 발레 댄서들의  군무가 본격적으로 스크린을 장식하기 때문이다. 화려한 영상미에 웅장한 음악까지, 눈과 귀가 모두 호강할 만한 작품이다.



감독  라세 할스트롬, 조 존스톤


* 이미지 출처 :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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