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이들의 무대가 특별했던 이유 'MBC 다큐프라임: 날아라! 펭귄'

새 날 2018. 9. 3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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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한창이던 지난 7월 어느 날, 서울 신촌에 위치한 이화여자대학교에 난데없이 250명의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이 무리 중에는 남들과는 달리 무언가 특색 있어 보이고 싶으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남들과 같아 보이고 싶어하는 열망을 지닌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있었으며, 더불어 다수의 비(非)다문화가정의 아이들도 섞여 있었다. 전국 25개 청소년팀이 함께하는 '2018 허들링청소년합창축제' 합동공연 참가에 앞서 3박4일 동안 진행된 캠프 참여를 위해서다.

 

MBC 다큐프라임 제작팀은 이화여대에서의 캠프 활동과 여의도 KBS홀에서 진행된 합창 축제 공연 현장을 쫓아다니면서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꼼꼼하게 카메라에 담았다. 캠프에 참가한 아이들의 부모 다수는 베트남, 중국, 필리핀, 스리랑카, 일본 등 다른 국적의 소유자다. 남다른 외모를 지닌 아이들도 있었고, 전혀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있었다. 환경과 생김새가 각기 달랐던 것처럼 아이들의 성격 또한 판이했다.

 

 

워낙 다양한 부류의 아이들을 뒤섞어놓은 탓인지 함께 머무르게 될 공간에는 비록 일시적이나마 어색한 기류가 잠깐 흘렀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쩔 수 없는 아이들이었던 모양이다. 충만한 끼를 감추지 못해 이를 어떻게든 발현시키려는 아이들에게 낯선 환경 따위가 거추장스럽게 다가올 리 만무했다. 물론 조금은 특이한 외모와 부모의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주변으로부터 차가운 시선이 쏟아지는 현실을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었을 테지만, 대견스럽게도 아이들은 비슷한 환경에 놓인 또래들과 동류 의식을 느끼며 이를 금세 극복해 나간다.

 

다원화 그리고 다양성의 사회라고 강조하면서도 정작 이를 받아들이기를 주저하는 공동체의 틈바구니에서 편견을 이겨내기란 녹록지 않은 노릇일 테다. 그럼에도 우리 아이들은 도리어 어른들보다 의연했다. 다양한 성향의 아이들이 함께하다 보니 활동적인 아이가 있는가 하면 남들 앞에 서게 될 경우 왠지 쭈뼛거리거나 어찌해야 할지 몰라 얼어버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야말로 다양성이 공존하는 이러한 환경일수록 아이들의 성향을 옳게 파악하고 이들을 적재적소에 배치, 각기 제 임무를 훌륭히 해낼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스텝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고된 훈련이 거듭되자 아이들은 지치기 시작했고, 동료들과 자연스럽게 섞이지 못해 외톨이가 되는 아이들도 더러 등장했다. 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다양한 양태로 발현되기 마련이다. 배앓이가 가장 흔했으며, 때로는 눈물로 고통을 호소하는 아이들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또한 어떻게든 그들 스스로 감내해야 할 과정이자 몫이었다. 갑자기 발이 아파 절뚝거리며 힘들어하던 한 아이는 동료에게 피해가 가게 될까 봐 아픈 내색을 일절 않은 채 연습에 몰두, 마침내 이를 극복해내는 의젓한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분위기에 녹아들지 못해 비록 외톨이가 된다 해도, 아울러 여러 이유로 울음보가 터지고 모든 일이 힘겹게 다가온다 해도, 걱정하지 말자. 너희가 힘이 들 때면 언제든 곁에 있던 또 다른 이의 손을 부여잡고 함께 가면 될 터이니 말이다. 너희에게 다정하게 손을 건네주는 사람이 친구가 됐든 선생님이 됐든 아니면 가족이 됐든 누가 됐든 상관은 없다. 다만, 너희를 응원해주는 이들이 늘 곁에서 함께한다는 사실만은 잊지 않기 바란다. 앞으로도 쭉 말이다.

 

 

우리 아이들은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을 스스로 혹은 주변 사람의 도움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 마침내 펭귄이 되어 날아갈 채비를 모두 마쳤다.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기운을 북돋는 '허들링'에 돌입한 것이다. '허들링'(huddling)이란 남극의 황제펭귄 수만 마리가 영하 50도에 이르는 혹한기를 이겨내기 위해 서로의 몸을 바짝 붙인 채 안팎을 오가며 온기를 나누는 행위를 일컫는다. 피부색도 다르고 부모의 국적도 다르며 사는 곳 그리고 생김새도 모두 다른 까닭에 비록 주변의 시선이 그동안 조금은 삐딱했다 해도, 이 다양성의 무리들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공동체의 소중함을 몸소 체험하며 공존하는 방법을 배워나가고 있었다. 이들의 무대가 특별했던 이유다.

 

 

저출산의 여파로 학령인구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반면 다문화가정 학생수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로, 2018년 기준 12만 명에서 해마다 2만 명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이는 원하든 원치 않든 우리 사회가 점차 다문화사회로 변모해간다는 방증이다. 이 프로그램은 다문화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와 개개인으로 하여금 다양성 존중에 대한 올바른 현실 인식을 갖추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당신은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 이미지 출처 : POOQ(푹) 동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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