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진짜사나이 300' 예능뿐 아니라 공익성도 살렸다

새 날 2018. 9. 26.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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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나이가 돌아왔다. 국내 최초 육군 최정예 전투원인 '300 워리어'로 향하는 뜨거운 여정, 이 길목에 강지환, 안현수, 매튜 다우마, 김호영, 홍석, 오윤아, 김재화, 신지, 이유비, 리사 등 총 10명의 인기 연예인 및 스포츠인이 함께한 것이다. 참고로 '진짜사나이 300'은 MBC 예능 첫 공식 시즌제 귀환 프로그램이다. 9월 21일 첫 전파를 탄 이 프로그램에서는 참가자들의 입소 과정과 신체검사, 체력검정, 그리고 군 기본자세교육 등이 차례로 방영됐다. 내래이션은 지난 시즌 전설의 에이스로 등극했던 탤런트 이시영이 맡았다.

 

군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는 부대 주변과 비슷한 환경만 조성되어도 왠지 특유의 그 스산한 기운으로 인해 몸서리쳐지기 일쑤다. 악몽 가운데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군에 다시 입대하는 꿈이며, 군 부대 방향으로는 절대로 소변을 보지 않겠노라는 우스갯소리가 남성들 사이에서 횡행할 정도이니 왜 아닐까 싶다. 이런 상황에서 입소 전 일부 참가자들로부터 발현된 호기로운 배짱은 과연 어떤 결말을 빚게 할 것인지 자못 궁금해진다. 물론 이미 공개된 예고편만으로도 그 결말의 형태가 충분히 짐작되게 하지만 말이다. 

 

 

초반 기세 싸움은 상당했다. 매튜와 안현수 두 사람은 각기 자신이 에이스라 판단한 탓인지 서로를 견제하는 눈치였다. 강지환은 외모에서 느껴지는 인상 그대로 강인했으며, 여리여리해 보이는 외양 덕분에 이 험난한 과정을 과연 온전하게 극복할 수 있을까 싶어 은근히 걱정스러웠던 김호영은 체력검정 당시 부상 투혼 속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드러냄으로써 반전 매력을 뽐냄과 동시에 의외의 다크호스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웃음이란 흔히 전염성을 띠곤 한다. 신지의 엉뚱발랄한 질문에 모두들 웃음을 참지 못해 어쩔 줄 몰라해하는 광경은 시청자들에게까지 웃음을 고스란히 전염시키게 한다. 김재화와 이유비 등은 유독 웃음이 많은 편이었으며 게다가 전염성에 취약하기까지 하다. 아직은 군기가 제대로 몸에 배어있지 않노라는 방증일 테다. 리사는 한국어가 완전히 익숙지 않은 까닭인지 어려운 군대 용어 앞에서 멘붕이 온 듯싶었으며, 매튜 또한 비슷한 과정을 경험하면서 곤혹스러워하는 눈치였다. 극도로 긴장하고 있는 까닭에 새로운 정보가, 그것도 딱딱한 군대 관련 용어가 귀에 익숙하게 들어올 리 만무했던 탓이다.

 

 

17년차 배우로서 어려운 용어 천지인 의학 및 법정 관련 드라마에서도 발군의 암기 실력을 뽐내왔던 강지환이 막상 입교자 선서 대표로 나서자 '기초'를 자꾸만 '기차'로 발음하거나 몇 자 되지 않는 선서 내용을 온전히 기억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던 것만으로도 현장에서 그들이 경험했을 고역이란 과연 어떤 종류의 것이었는지 충분히 짐작되게 하고도 남는다.

 

이번 회차에서 내게 유독 인상 깊게 다가온 장면이 하나 있다. 신체검사 과정이다. 물론 5명의 처자들이 공개를 허락한 키와 몸무게 때문은 아니다. 이유비와 신지의 경우 프로필에 기재된 체중에 비해 무려 10킬로그램이나 더 나왔노라는 놀라운 결과 때문은 더더욱 아니다. 각종 방송 등 미디어 매체와 언론은 마른 몸매를 가장 이상적인 외모로 규정, 대중들에게 끊임없이 주입시켜왔다. 그 결과 대중들은 외모지상주의나 마른몸매강박증에 시달리면서도 정작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향성이 크다.

 

 

최근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오윤아 관련 기사는 온통 그녀의 무결점 몸매를 찬양하는 내용 일색이다. 뿐만 아니다. 인기 아이돌 그룹인 블랙핑크의 리사 관련 기사에는 누가 봐도 날씬한 개미허리라며 그녀의 매력적인 몸매를 공개적으로 호평하고 나섰다. 이유비는 또 어떤가. 무보정 몸매를 포착, 비현실 아니냐며 역시 깡마른 몸매를 극찬하고 있었다.

 

 

그러나 신체검사 결과 언론에서 이렇듯 공개적으로 찬양하던 이들에게는 도리어 한결 같이 BMI(신장과 체중의 비율을 사용한 체중의 객관적인 지수)가 지나치게 낮아 체력을 위한 체중의 증량이 요구되고 있었다. 오윤아와 이유비는 저체중이었으며, 리사는 이들보다 더욱 심각한 저체중에 해당했다. 반면 신지와 김재화에게는 1급을 부여함으로써 적당한 체형임을 입증해주었다.

 

 

그동안 우리가 이 몸매 실화냐며 부러워 했던 외모가 실은 저체중이었으며, 언론과 각종 미디어 매체의 외모지상주의와 마른몸매강박증 주입으로 인해 우리의 눈에 콩깍지가 제대로 씌워져 있다는 사실을 '진짜사나이 300'이 객관화함으로써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이 예능 프로그램은 단순한 오락 기능뿐 아니라 공익성도 살리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회차가 거듭될수록 군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는 과거의 아련한 추억을 소환시키고,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간접 경험을 통해 짜릿한 대리만족을 얻게 하는 등 예능뿐 아니라 방송의 공적 기능 또한 제대로 살려나갈 수 있기를 기대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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