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내가 운동을 멈출 수 없는 이유

새 날 2018. 10. 7.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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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위한 조언은 낭비다" 


한 미니멀리스트가 한 말이다. 얼마 전 미니멀리즘의 삶을 추구함과 동시에 또한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해당 작가가 쓴 책을 읽어보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바로 이 글귀였다. 이것은 반드시 해야 하고, 저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류의 담론이 넘쳐나는 요즘 같은 시대에 되레 조언을 하지 말라고 하니 꽤나 도발적인 발언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언지 이해된 뒤로는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예컨대 이런 경우다. 담배는 몸에 해로우니 적당히 피우거나 아예 끊는 게 이롭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굳이 흡연자에게 담배를 끊으라는 조언을 할 필요가 없단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때문에 평소에 운동에 힘을 쏟으라며 굳이 조언해줄 필요가 없단다. 이렇듯 우리가 누군가로부터 받게 되는 조언은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니까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라 대부분 알면서도 습관을 버리지 못해 빚어지는 결과물들이기에 이러한 사실을 조언해봤자 어차피 본인이 이를 바꾸려는 의지가 없는 이상 입만 아프다는 얘기다. 왠지 귀에 콕 박혀오는 느낌이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다. 너무 식상해서 오히려 입에 담기가 민망하다. 다만 누군가는 이를 실천하기 위해 꾸준히 운동을 할 테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귀찮다거나 바쁘다는 핑계로 이를 멀리할 뿐이다. 


대략 10여 년 전의 일이다. 건강검진을 받았다. 혈압이 다소 높게 나와 경계 수준에 도달했노라는 의사의 소견이 나왔다. 그대로 방치했다가는 평생 약물에 의존해야 할지 모른다며 운동을 권했다. 당장 헬스장을 물색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등록한 뒤 일상 중 하나처럼 거의 매일 이곳을 들락거렸다. 물론 운동신경이 유독 둔한 데다가 가뜩이나 움직이는 걸 싫어했던 나로서는 간단하기 짝이 없는 이 운동 같지도 않은 운동조차 정말로 하기가 싫었다. 



그래도 모른 척 꾹 참고 버티다보니, 시쳇말로 '존버', 신기하게도 어느새 그냥 생활의 일부처럼 돼버렸다. 남들처럼 PT 같은 건 애초부터 염두에 두지 않았으며, 그냥 내 멋대로의 운동 덕에 근력을 키워 멋진 몸매를 만드는 건 꿈조차 꿀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냥 체중만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체력이 뒤처지지만 않으면 만사 오케이였다. 비록 시답잖은 운동이었으나, 그래도 오랜 시간 이를 유지하다보니 여러모로 내게는 이로웠다. 


일단 대부분의 친구들처럼 급격하게 체중이 불어나는 일은 없었으며, 내가 원하던 대로 체력 또한 일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가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점은 내 연령대에 이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복용하게 된다는 고혈압이며 고지혈증 따위의 약을 아직 찾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었다. 남들은 헬스장에서 운동을 한다고 하면 거창한 풍경을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내가 하는 건 고작 런닝머신을 이용하는 것과 팔 근력 유지를 위한 간단한 도구 사용 따위가 전부였다. 그래서 나는 이를 '생존운동'이라 부른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운동을 굳이 헬스장에서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또아리를 틀던 찰나 결국 헬스장을 그만두게 된다. 그 대신 유산소운동은 동네 천변 산책로에서 걷기와 뛰기를 통해, 아울러 근력운동은 집에서 간단한 맨손운동으로 소화시키기 시작했다. 어쨌거나 비록 보잘 것 없는 운동이었음에도 헬스장의 이용은 그동안 내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헬스장을 벗어난 지 어느덧 2년여가 훌쩍 지났음에도 여전히 운동을 멈추지 않고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은 다름 아닌 당시 길들여진 운동 습관 덕분이다. 


물론 밤마다 천변을 걷고 또 뛸 때마다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나, 그냥 운동 없이 편하게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까칠한 생각이 내 육신을 뒤흔들어놓곤 한다. 힘들어하는 몸뚱아리를 쉬게 하라며 달콤한 소리로 자꾸만 흔들어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운동을 멈출 수가 없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을 위한 활동이 아닌 오롯이 나만을 위함이며, 더구나 내게 운동이란 누군가처럼 미용 따위의 생존과 동떨어진 활동이라기보다 전적으로 생존을 위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약물 의존 없는 항상성 유지가 언제까지 가능할 것인가도 내겐 중요한 포인트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라" 


앞으로 누가 됐든 이 따위의 식상한 조언은 굳이 하지말자. 단언컨대 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건강은 곧 생존이다. 이를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고 습관화하지 않는다는 건 곧 생존을 놓아버린다는 의미와 진배없다. 나는 오늘도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며 더 이상 뛸 힘이 남아있지 않을 때까지 내 스스로를 몰아붙이련다. 생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건강하게 말이다.


*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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