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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과 통찰력이 요구되는 시대 '미래를 읽는 기술'

새 날 2018. 9. 22.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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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시대다.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지식이나 다룰 수 있는 기술의 능력은 산술급수적이라 그 한계가 너무도 뚜렷한 데 반해, 기술의 진보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데다가 한계 또한 전혀 느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학자들이 작금의 시대를 기하급수시대라 지칭하는 데는 바로 이러한 배경이 뒷받침한다. 덕분에 흔히 4차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앞으로의 미래 모습은 더욱 불투명하기 짝이 없다. 


독서 큐레이터 이동우가 쓴 '미래를 읽는 기술'은 이렇듯 혼란스러운 시대 상황과 곧 마주하게 될 우리가 과연 어떻게 미래를 받아들일 것이며, 이를 어떤 방식으로 적절하게 준비할 것인지 등 다양한 영역에 포진돼 있는 전 세계 석학들의 저서 42권을 직접 분석한 뒤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통찰할 수 있도록 깔끔하게 요약 정리해놓은 책이다. 물론 단순히 요약만 하기보다는 저자의 의견을 곁들여 곧 다가올 미래사회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이를테면 기술 격차가 불러올 새로운 인간의 삶 등 변모하고 있는 세상의 놀라운 현재 모습과 이른바 4차산업혁명으로 불리는 기술 진보의 핵심,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과연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이며, 아울러 가까운 미래, 우리에게 닥쳐올 문제는 과연 무엇이고, 우리만의 미래를 열 수 있는 통찰력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 등의 내용을 다룬다. 



4차산업혁명시대로 대변되는 미래는 우리에게 기회일까 아니면 위기일까? 물론 이는 어리석은 질문이다. 어느 누구에게 물어보더라도 위기이자 기회라는 뻔한 답변이 돌아올 테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를 둘러싼 제반 환경은 생각보다 녹록치가 못하다. 이미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는 긴 터널로 깊숙이 진입한 듯 보이는 저성장과 저출산 현상은 구조적인 문제인 까닭에 단기간에 해결될 사안이 결코 아니며, 도리어 우리 사회가 계속해서 떠안고 가야 할 짐이자 뇌관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 이뤄지는 기술 발전은 일견 모든 이들에게 축복으로 다가오는 듯 여겨지지만, 오히려 정보의 쏠림 현상 등으로 불평등을 조장하기가 더욱 쉬워진다는 점은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 격차에서 어느덧 정보 격차로 이어지게 하는 불평등의 연결고리는 앞으로 빈부격차의 간극을 더욱 크게 벌릴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예측 하나만으로도 사실상 앞으로의 우리 사회를 마냥 장밋빛이라 전망하기란 쉽지 않은 노릇이다. 실제로 이러한 문제점을 짚어낸 뒤 미래에 벌어지게 될 사회 현상에 대해 경고하고 나선 수많은 석학들의 목소리는 한결 같다. 디스토피아까지는 아니더라도 유토피아는 더더욱 아니라는..



요즘 가장 핫한 단어 가운데 하나인 4차산업혁명이라는 용어에 대해서도 의견은 분분하다. 얼마 전 읽은 책 '열두 발자국'의 저자 정재승 박사는 이를 아톰세계(실재세계)와 비트세계(디지털세계)의 완전한 통합으로 정의하고 있었다. 그가 뇌과학을 전공한 물리학자이니 과학적인 시각에서의 가장 보편적인 정의로 판단해도 크게 무리는 아닐 듯싶다. 반면 사회 경제학자들의 정의는 이와 완전히 딴판이다. 


이른바 레이거노믹스로부터 시작되어 작금의 위용을 갖추게 된 국제금융시장, 그리고 제조업의 개발도상국 이전 등 지금까지 전 세계를 쥐락펴락했던 경제체제는 얼마 전 발생한 금융위기로 큰 어려움에 놓이게 됐다. 최근 이로부터 벗어나려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데, 제조업의 부활로 요약되는 이 지점이 바로 4차산업혁명의 근간이다. 그러니까 제조업을 자국으로 다시 끌어안으면서 곧 불붙게 될 제조업을 둘러싼 기술혁신을 바로 4차산업혁명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 자율주행차량, 드론, 블록체인 등 주로 기술적인 관점에서만 4차산업혁명을 해석해온 경우가 많다 보니 이는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다가온다.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이처럼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당위성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게 하며, 그동안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해 왔던 건 아닌지 스스로를 반성하게 한다. 



지식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던 시대가 횡행했던 건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물론 지금도 지식은 여전히 주요 지위를 누린다. 다만, 작금의 지식은 휴대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게다가 얼마든 얻어낼 수 있을 정도로 흔하디흔한 게 돼버렸다. 시쳇말로 주변에 온통 널린 게 지식이다. 때문에 단순히 지식이 많고 적음은 개개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가늠자 역할이 될 수 없는 시대다. 오히려 파편화된 정보를 찾기 위해  다양한 도구를 활용하고 이를 한 곳에 모은 뒤 맥락을 제대로 파악, 원하는 결과를 도출해내는 능력이 가장 요구되는 시대라고 말할 수 있겠다. 


우리는 우스갯소리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을 단 한 권의 책을 읽은 사람이라고 한다. 책 한 권만 읽고 그게 모든 지식이고 정보인 양 편향된 시각에 빠지는 행위를 경고하기 위해 만들어낸 우스갯소리일 테다. 사실 복잡하고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상일수록 균형잡힌 시각이 더욱 절실해지는 게 사실이다. 앞서도 살펴봤듯 4차산업혁명의 정의만 놓고 보더라도 워낙 의견이 분분하지 않던가. 어느 한쪽의 해석만으로 답을 취하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노릇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라면 더더욱 신중을 기해야 할 필요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결국 이 책의 출간 목적과도 부합하는 내용이지만,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과 주장을 찬찬히 읽거나 뜯어보고 그 안에서 맥락을 찾아 통찰력을 키우는 일이 우리가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 책 한 권으로 미래의 모습 전체를 예단하는 건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책 한 권을 읽고 마치 세상 전체를 다 아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과 진배 없다. 다만, 혼란스럽게 다가오는 시대를 조금은 객관적이며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미래를 꿰뚫어 본다면 더없이 좋겠으나 그보다는 맥락을 파악하고 통찰력을 키워 편향된 시각에 갇히는 우를 범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리라.



저자  이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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