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우린 왜 늘 작은 일에 분개하는가

새 날 2012. 5. 2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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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키우던 토끼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얼마 전 자연의 일부분이 되었습니다.(관련글 : 까몽이를 그만 놓아주렴) 토끼 수명이 보통 5년 정도인데, 이 놈은 3년 여 살았나봐요. 아무래도 좁은 케이지 속에서 스트레스 받으며 살아가니 제 명을 다 누리긴 어려웠을 겁니다.

 

팔팔하던 놈이 급사한 터라 저도 애들도 모두 놀랬지요. 그런데 남은 녀석도 상태가 그리 좋진 않은 듯합니다. 애들 말에 의하면 몇 개월 전부터 힘 없이 비리비리하게 다닌다더군요. 어렸을 땐 똘망똘망하고 통통하던 녀석이 뼈만 앙상해져 돌아다니는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할 정도예요.

 

추측컨대, 기력이 다한 할배토끼가 된 게 틀림 없습니다.

 

어린 토끼를 입양해와 자연으로 되돌아갈 때까지의 과정을 보며 우리네 삶의 모습을 반추하게 되더군요. 성장기를 거쳐 청춘기에 접어들었을 때의 외모는 빛을 발할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짧은 청춘기를 지나 어느덧 중년을 거쳐 노년에 접어들게 되면 아름다웠던 외모는 한없이 초라해져 가고....

 

신기하게도 어제 아침 케이블방송을 통해 끝부분만 살짝 보게 되었던, '클래식'이란 영화가 이 상황에서 오버랩되는군요. 이유는 무언지 잘 모르겠....

 


우주의 나이가 대략 137억살이라 했던가요. 거대한 자연과 영겁의 시간 앞에 우리네 삶이 여러 세대를 거쳐 몇 순환을 한다손치더라도 티끌만한 흔적이나마 남길 수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늘 작은 일에 분개하며, 서로 상처를 주고, 또 받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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