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다양해진 아이들의 직업 선호, 주목하는 이유

새 날 2017. 12. 2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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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이들은 어떤 직업을 선호하고 있을까요? 질문이 지나치게 싱거웠나요? 왜냐하면 정답이 너무 뻔하니 말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 1순위로 안정성을 꼽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환란 이후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1997년 어느날 대한민국을 맥없이 덮친 IMF 외환위기의 그늘은 이렇듯 여전히 어두운 기운을 내뿜으며 우리 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오고 있습니다. 덕분에 사회에 진출하고자 하는 이들은 너도 나도 공무원이 되겠노라며 공무원시험에 올인하기 일쑤입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가구소득계층별 미취업 청년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미취업 청년의 절반은 취업 관련 각종 시험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중 40%는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이른바 ‘공시족’이었습니다. 특히 학력이 높아질수록 공시족의 비중 또한 더 높아지는 경향이 뚜렷했는데요. 대졸 미취업자의 경우 지난해 기준 공시준비생이 68.7%에 이르렀으며, 전문대졸은 39.4%, 고졸은 36.4%에 달했습니다. 이쯤되면 가히 공무원 광풍이라 부를 만한데요. 모두가 공무원이 되고자 한 곳만을 바라보고 있으니 이로 인해 발생하는 개인 및 사회적 비용은 물론, 이는 국가 전체의 활력을 급격히 떨어뜨리게 하는 요소가 될 수 있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뉴스1


최근 학생들의 희망직업과 관련한 통계가 발표됐습니다. 그 결과 11년째 '교사'가 아이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 1위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올해 전국 초중고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을 대상으로 진로교육 현황을 조사하여 얻어낸 결과물입니다. 물론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는 사회적 경향이 우리 아이들에게까지 고스란히 전가되어 나타나는 결과물이겠습니다만, 공무원보다는 교사라는 직업에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건 아무래도 사회적 경험이 전무한 데다 학교와 가정에서의 생활이 전부이기에 나타나는 결과물로 예측되는 대목입니다. 



"중고생 희망직업 11년째 '교사'가 부동의 1위"라는 기사의 제목만을 본다면 요즘 젊은이들의 공시족 쏠림 현상마냥 학생들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현상을 보는 것 같아 갑갑한 느낌을 감출 수 없게 합니다. 이는 마치 요즘 초등학생들에게 희망 직업을 물어보았을 때 건물 임대업자가 되겠노라며 지나칠 정도로 현실적인 답변을 늘어놓는 현상처럼 어딘가 모르게 입맛을 씁쓸하게 합니다. 



그렇다고 하여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건 아닙니다. 긍정적인 면모도 엿보입니다. 제가 주목하고 싶었던 건 바로 이 대목입니다. 지난 10년 간의 학생 희망 직업 변화 추이를 살펴보았습니다. 무언가 유의미한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일단 교사가 압도적인 비율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건 변함 없으나 실질적인 수치로 보았을 때 이는 10% 안팎에 불과했으며, 10위까지의 직업들 역시 대개 한 자리 숫자의 비율에 그치고 있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지점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이들 10위까지의 직업 선호도가 70%를 넘을 정도로 쏠림 현상이 극심했으나 해가 갈수록 줄어들더니 올해는 고등학생의 경우 37.1%에 그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뉴스1


이는 곧 아이들의 직업 선호에 있어 점차 다양성을 띠어간다는 방증입니다. 그래서 반갑습니다. 비록 통계 수치를 순위로 단순 나열해놓을 땐 교사가 여전히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그 속내를 들춰보면 사실상 예전처럼 특정 직업만 뚜렷이 선호되던 현상이 갈수록 둔화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아이들의 장래희망이 판에 박히 듯 뻔한 답변만이 아니라 조금 더 구체적이면서 다양한 양태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요즘 초등학생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어보니 과거처럼 판검사나 의사 등의 틀에 박힌 직업이 아닌 셰프, 파티세, 법의학자, 유튜버 등 이색 직업을 스스럼없이 얘기하더랍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앞서의 통계와는 별도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한국복지패널 기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초등학교 4-6학년생 어린이 가운데 40.49%가 연기자, 가수, 운동선수, 디자이너 등 '예술 스포츠 전문가 및 관련직'을 장래희망으로 꼽고 있더랍니다. 



바야흐로 아이들의 꿈이 녀석들의 본디 성향마냥 이리 튀고 저리 튀는, 몰개성 파괴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겁니다. 매우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최근 아이들의 진로교육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면서 교사나 학부모들도 예전보다 훨씬 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으며, 학생들의 적성과 역량에 따라 진로를 찾을 수 있는 기회 또한 적절하게 제공되고 있어 이러한 분위기는 차츰 더 열기를 띠어갈 것으로 판단됩니다. 


공시족이 이슈화될 만큼 특정 직업으로의 쏠림 현상이 극심한 작금의 상황에서 그나마 우리 아이들의 직업 선호도가 과거에 비해 점차 다양성을 띠어간다는 건 매우 바람직한 신호임에 틀림없습니다. 모두가 특정 방향만을 바라보며 좁디좁은 가능성 위에서 그동안 무한경쟁을 펼쳐야했던 우리식 삶의 양태에 모종의 변화를 불러오게 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요즘 젊은이들의 삶의 변화 욕구는 그 어느 때보다 큽니다. 그 꿈틀거림이 온몸으로 느껴질 정도로 말입니다. 이러한 열망과 맞물리면서 다양성과 개성이 비로소 인정 받는 사회로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서고 있는 것 같아 저 개인적으로도 기대가 아주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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