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욜로족'의 증가, 그 속내를 들춰보자

새 날 2017. 11. 5.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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욜로족('인생은 단 한 번뿐이다’를 뜻하는 You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를 딴 용어로,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여 소비하는 세대)이 새삼 주목 받고 있다. 이를테면 언론을 통해 이미 기사화됐듯, 비록 한 끼 식사를 라면으로 때우는 한이 있더라도 커피만큼은 꼬박꼬박 유명 커피숍을 찾아 밥값보다 비싼 커피를 소비하면서 만족을 추구하는, 이른바 가치 소비 계층이 근래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 행태를 근래엔 단순히 탕진이니 사치 따위로 표현하지 않는다. 이른바 '가치 소비'로 일컫는다는 점에서 기존의 형태와는 판이하다. 그러니까 자신에게 그다지 큰 가치로 다가오지 않는 영역에서의 소비는 최대한 줄이고, 반면 만족감을 높일 수 있으며, 더불어 가치 실현까지 가능한 영역에서의 소비는 과감히 늘리는 방식이다. 미래를 위해, 또는 남을 위해 희생하지 않고 현재의 행복을 만끽하기 위해 소비하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욜로족이 주목 받게 된 배경은 그다지 달갑지가 않다. 앞 세대들이 살아온 방식으로 살아가다가는 현재의 삶도 그렇거니와 미래의 삶 또한 녹록지 않다는 현실의 고단함으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이는 청년 세대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인 고통, 아울러 앞 세대들이 겪어 왔을, 아울러 지금도 겪고 있을 어려움이 함께 응축되어 발현되는 현상이다. 


즉, 현실과 미래의 삶으로부터 그 어떠한 보상도, 희망도 보이지 않는 까닭에 이것도 포기해야 하고 저것마저도 포기해야 하는, N포세대로 불리는 요즘 젊은이들의 생존을 위한 발버둥 내지 아우성의 한 양태이다. 대한민국 땅에서 가정을 꾸리고 사람 노릇을 제대로 하려면 사전에 갖추고 준비해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다. 이를 위해서는 오늘을 과감히 희생해야 하고, 더 나아가 미래의 삶마저 저당 잡혀야 될지도 모를 일이다. 


안정된 직장, 결혼, 자녀 양육 및 교육비, 내집마련 등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우리가 치러야 할 통과의례는 한없이 많고 거추장스럽기만 하다. 이렇듯 욜로족의 등장 배경과 기성세대가 현재 살아가는 삶의 질은 극명하게 대비된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소득계층별 소비성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의 소비 성향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유독 고령층의 소비 성향 하락이 더욱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헤럴드경제


2010년과 지난해의 소비성향을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전 연령대에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나, 특히 60세 이상 연령층에서 하락폭이 가장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60세 이상 연령층의 소비 성향은 이 기간 동안 79%에서 70.5%로 8.5%포인트 하락하였으며, 대체로 40대 즈음 정점을 찍은 이후 50대 이상이 되면서 낮아지는 추세였다. 


이는 선진국의 연령대별 소비 성향과는 크게 달랐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에 따르면 선진국의 경우 20~30대에 높은 소비 성향 수준을 보이다가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아지는 40~50대에 이르면 저축을 늘려 소비 성향이 낮아진 뒤, 60대 이상에서 다시 높아지는 형태를 띤다. 우리의 경우 선진국과는 달리 40대에서 50대에 걸쳐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주거비와 교육비 그리고 자녀 결혼 등 대규모의 비용 지출이 이 즈음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리식 소비 성향은 이후 노후 대비 부족으로 이어지게 하고, 결국 그에 대비하기 위해 소비를 줄여 60대 이상 가구의 소비 성향이 크게 하락한다는 것이다. 40~50대에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려 노후에 이를 대부분 소비하는 선진국의 패턴은 우리에겐 부러움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의 노인 빈곤율이 OECD 평균의 4배에 달하고,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현실과 같은 맥락이다. 



작금의 욜로족 증가 현상은 이와 결코 무관치 않다. 이는 결혼 기피 현상과 저출산 그리고 저성장 기조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더욱 공고히 하는 효과를 낳게 한다. 혼밥족, 혼술족, 혼영족 등 뭐든 혼자서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 잡히는 삶을 살기보다는 현재를 위해 투자하겠노라는, 이른바 가치 소비를 부르짖는 이들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는 그래서 달갑지 않다. 


미래 혹은 타인을 위해 희생하기보다는 오롯이 자신과 현재의 행복을 위해 소비한다는 가치 소비, 일견 합리적이면서 똑똑한 소비 형태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속내를 들춰보면 미래에 대한 희망을 내려놓겠노라는 무척 씁쓸한 의미로 다가온다. 이의 뿌리는 결국 불과 수 년전 자조 섞인 표현의 대표주자로 등극했던 이른바 '헬조선'으로 거슬러올라가기에 더더욱 그렇다. 


국가의 명운이 달린 사안이다. 정책 입안 및 운영과 관련하여 어떤 식으로 이를 반영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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