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대형마트 규제, 오히려 강화돼야 한다

새 날 2017. 11. 7.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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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연구원이 6일 보고한 ‘프랑스 일본 유통산업 규제 비교와 시사점’에 따르면 프랑스와 일본은 유통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거꾸로 가고 있다며 일침을 놓고 있다. 선진국은 관광, 도시 기능 개선 사업으로 유통업을 바라보고 규제하는데, 한국은 여전히 중소상인 보호에만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유통산업의 낮은 노동 생산성을 고려해볼 때 업체 간 형평성 제고만 고려하는 것은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 아니며, 현행 규제가 유통산업의 생산성 진보를 방해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소상공인,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그동안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적용되고 시행돼온 ‘의무 휴업’ 제도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선 셈이다. 



아울러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가 그동안 아무런 효과가 없었고, 오히려 대중들에게 불편만 끼치고 있다며 대중들의 편의성을 내세워 무조건적인 상생만 주장하는 건 바람직스럽지 못하다거나, 심지어 소상공인들 스스로 의무 휴업을 반대하고 있다는 등 그동안 사회 일각에서 꾸준히 시도돼온 의무 휴업 제도 흔들기의 이론적 배경을 자처하고 나섰다. 


그러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실제로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을 하는 휴일 이틀 동안 마트 주변에 위치한 전통시장 내 야채는 20%, 축산은 18%, 도매업은 20% 이상 판매 상승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제도가 대형마트는 물론 소상공인들에게조차 피해로 이어지게 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결국 그 근거가 미약한 셈이다. 이는 작금의 의무휴업일을 한 달에 고작 이틀만 정해 시행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날짜수를 더 늘리는 방안도 고려해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스타필드 고양


실제로 최근 경기도 고양에 들어선 대형마트로 인한 주변 상권의 초토화 현상을 보고 있노라면 오히려 작금의 규제를 더욱 개선, 강화할 필요성이 엿보인다. 한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스타필드와 이케아가 들어선 고양 삼송지구를 돌아보니, 음식점 등 상가 90여 곳에 손님은 거의 없고 상인들의 한숨만 가득 들려오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이보다 앞서 은평 뉴타운에 들어선 '롯데몰'로 인해 주변 상권이 쑥대밭이 된 사례와 같은 맥락이다.


지역 상인들은 스타필드 고양점 개장 뒤 삼송뿐 아니라 인근 지역인 능곡, 원당에 위치한 의류 상가와 생필품점, 음식점, 슈퍼마켓 등의 매출이 반토막 났으며, 폐업이 줄을 잇고 있다고 전했다. 이케아의 영향으로 주변 가구 상인들 역시 줄도산의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다. 가구 성수기인 10월임에도 불구하고 인근 가구점 매출이 지난 해에 비해 무려 70%나 줄었다고 한다. 고양시와 그 인근 지역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가구 상인들은 자칫 영업을 아예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케아 고양점


더욱이 문제가 되고 있는 건 이케아의 경우 축구장 7개를 합친 거대한 규모의 매장에 가구 뿐 아니라 문구류와 주방용품, 다양한 소품 등 웬만한 생활용품까지 무차별 판매에 나선 데다가, 이곳을 찾는 고객들이 최대한 오랜 시간 동안 머무를 수 있도록 엔터테인먼트 시설과 각종 식당까지 유치한 상황이다. 두 유통 공룡의 새로운 등장에 인근 골목상권은 당장 생존 자체를 우려해야 할 판국이다. 


이케아는 업종이 '가구전문점'으로 분류돼 있어 의무휴업 등 현행 대형유통업 규제로부터 멀찌감치 벗어나 있다. 다른 유통업과의 형평성 논란도 논란이지만, 당장 주변의 가구 상인들과 여타 다양한 업종의 소상공인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판국에 현행 규제가 선진국의 사례처럼 유통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는데 반해 우리는 유통산업의 생산성 진보를 방해한다는 주장은 결국 상생과 동반성장이 아닌 승자독식으로 가겠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선진국의 경우 상생의 토대가 이미 마련된 상태에서 이를 바탕으로 성장 동력화 되었을 테고, 우리의 경우 고양 삼송의 사례에서 보듯 소상공인의 생존권이 위협 받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이들의 생존부터 도모해야 하는 시급한 실정이다. 


대기업이 소상공인과 진정성 있는 상생을 바란다면 규제를 풀어야 할 게 아니라 오히려 골목상권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이면서도 실질적인 대안, 그러니까 규제 강화를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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