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일당으로 동원된 '애국'이 법치 수호인가

새 날 2017. 1. 27. 16:52
반응형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5일 한국경제신문 정규재 주필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점점 세를 불리고 있는 촛불 집회의 맞불 성격인 태극기 집회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한 바 있다. “촛불시위보다 두 배도 넘을 정도로 정말 열성을 갖고 많은 분들이 참여하신다고 듣고 있다. 그분들이 왜 저렇게 눈도 날리고 날씨도 추운데 계속 많이 나오시게 됐나 생각해 보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고 법치를 수호하기 위해 고생을 무릅쓰고 나오는 것 같다. 가슴이 좀 미어지는 심정이다”


실은 나도 의아하던 참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고작 4%대에 불과하다는데, 탄핵을 반대하는 지지자들은 어째서 그와는 반대로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인지 말이다. 태극기를 든 분들이 촛불을 든 시민들보다 실제로 얼마나 더 많은 것인지 나로선 구체적으로 알 방도가 없다. 그렇다면 일단 박 대통령이 언급했던 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보자. 


ⓒ오마이뉴스


그동안 세월호를 비롯하여 수많은 이슈가 생길 때마다 '엄마'나 '어버이'와 같은 그 단어만으로도 애틋한 이미지의 곱디 고운 명칭을 갖다 붙인 자칭 보수단체들이 대거 등장, 해당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릴 법하지 않은, 아주 몹쓸 행위로 사회 구성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해 왔으며, 심지어 사회 전반에 천박한 기운마저 잔뜩 불어넣어 왔다. 참으로 어이 없으며 개탄스러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온라인에서는 특정 커뮤니티가, 오프라인에서는 이들 단체가 활개를 치며, 때로는 인륜을 벗어난 몰염치와 저열하고 추악한 행위로, 혹은 이념 갈등을 유발하는 치졸한 방식을 통해 지속적으로 국면 전환을 시도해 왔다. 정말 궁금했던 건 저들이 이토록 사회적 물의를 빚어왔건만, 어떻게 그 세력을 계속해서 유지해 올 수 있었으며, 오히려 더욱 확장시킬 수 있었던가 하는 대목이다. 권력의 비호 등 뒷배가 없다면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일들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으니 상식만으로는 이해 불가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언급한 '그분들이 왜 저렇게 눈도 날리고 날씨도 추운데 계속 많이 나오시게 됐나'와 관련한 진짜 배경과 세를 불릴 수 있었던 원동력의 단초가 될 법한 사실이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뒤에서 돈이 오간, 이른바 '관제 데모'였다는 얘기다. 태극기 집회를 주도하던 한 친박단체의 회장은 돈을 주고 참가자를 모으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항변한다. 이분들이 말하는 법치란 바로 이렇듯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차원이 전혀 다른 신개념인 모양이다. 집회에 동원되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 일당이 달라지는 놀라운 사실도 이번에 밝혀졌다.



통상적인 기본 일당은 2만 원인데, 목욕을 하고 깔끔한 차림으로 나올 경우 5만 원, 날씨가 추워지면 6만 원, 그리고 젊은 여성이 유모차를 끌고 참석할 경우 15만 원을 준다는 구체적인 증언까지 나왔다. 그동안 대충 짐작을 했지만, 이토록 상황에 따라 일당이 달리 정해진다는 사실은 태극기 뒤로 감춰진 그들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셈이라 놀라움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실제로 활동 중인 박사모 회원들은 그 수가 얼마 되지 않는단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끌어들이기 쉬운 노숙자 등을 대거 동원, 자신들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일당을 올려 깔끔한 차림을 독려하는, 치밀한 면모까지 엿보인 셈이다.


그렇다면 '그분들이 왜 저렇게 눈도 날리고 날씨도 추운데 계속 많이 나왔는가'에 대한 의문은 절로 풀린다. 만약 지금까지 나온 의혹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현재 태극기를 흔들며 애국자 코스프레를 벌여 온 이들의 상당수는 일당으로 동원된 가짜라는 이야기다. 하긴 지난 18대 대선 과정을 복기해 보면 이러한 현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국정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 그리고 일선 행정부처까지 총동원, 대통령선거에 개입한 전력이 있는 데다가 정작 이러한 불법 과정을 통해 대통령이 된 박근혜는 그동안 대통령 직무가 아닌 코스프레 행세를 하며 사적 이익을 취해 오지 않았는가. 때문에 이번 관제 데모 역시 단순한 의혹으로 그칠 사안은 결코 아니다.


ⓒ서울경제


한국자유총연맹과 엄마부대봉사단, 어버이연합 등 자칭 보수, 그리고 친박 단체들을 총 동원하여 이른바 관제 데모를 기획했노라는 의혹에 대해 특검이 본격 수사에 돌입했다는 소식이다. 이참에 부디 모든 의혹이 낱낱이 파헤쳐져, '엄마', '어버이', '태극기', '애국'이라는 본래의 의미 및 이미지를 훼손해 온 이들에게 철퇴가 내려지기를 학수고대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몰상식과 추악함 그리고 천박함을 몰아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촛불시위보다 두 배도 넘을 정도로 정말 열성을 갖고 많은 분들이 참여하신다'던 그분들이 왜 그토록 열심히 광장으로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인지,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달고 살던 '법치 수호'란 과연 어떠한 성질의 것인지, 이번에 모든 진실을 상세히 밝혀 결국 대통령 스스로가 자신의 발등을 찍은 결과물이 되게 하고, 탄핵 인용을 앞당기는 결정적인 유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