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의도적인 갈등 조장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

새 날 2017. 1. 30.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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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한민국 광장 곳곳에선 이른바 '촛불'과 '태극기'로 대변되는, 서로 상반된 주장이 첨예하게 맞붙고 있다. 다양성이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임을 애써 부인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움직임은 분명 우리 사회가 그만큼 건강하다는 방증이다. 비록 최근 특검 수사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대로 '태극기'로 대변되는 세력의 다수가 일당으로 동원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앞서의 다양성이라는 가치가 상당 부분 퇴색되긴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여기에선 양측의 주장에 대해 누가 옳고 그르냐와 같은 가치 판단에 대해선 일단 보류하기로 하자.


다만 태극기를 든 세력의 확산일로와 동시에 최근 불거지고 있는 사회적 갈등 양상이 일정 수준을 넘어선 데다가, 다분히 의도적이며 결코 우연이 아닌 결과로 읽히는 까닭에 이러한 현상에 대해 우려스러움을 표명하고자 한다. 


태극기를 든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세력은 자신들이 진정한 애국자임을 자처하고 나섰다. 많고 많은 사물 가운데 하필이면 '태극기'를 그들의 상징물로 정한 이면엔 스스로의 민낯을 교묘히 가림과 동시에 애국자로서의 이미지 포장이라는 치밀한 계산이 깔려있다. 반면 촛불을 든 세력에 대해선 자신들과 반대로 애국적이지 못하고, 심지어 종북이라는 색깔로 덧씌우기를 시도하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니까 국가 지도자와 집권 세력의 파렴치한 범법 탈법 행위에 대해 이를 성토하고 부조리한 세상을 바꿔 지극히 정상적인 사회로 되돌려 놓자는 주장마저도 세월호 등 그동안 무수한 이슈와 맞닥뜨릴 때마다 언제나 그래왔듯 또 다시 이념 프레임으로 옴짝달싹 못하도록 가둬 놓은 채 국론을 분열시켜 자신들의 지지세를 최대한 끌어모으겠노라는 아주 저급한 욕망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일부 언론은 이러한 분위기에 한 술 더 뜨기까지 한다. 이념갈등도 모자라 세대갈등마저 유발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상당수 시민들 사이에서 노인혐오 양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는 이들의 연령대가 주로 노년층이기에 젊은 계층이 '노인들이 나라를 혼란스럽게 만든 주범이라며 이들의 투표권을 빼앗아야 한다'는 등의 극단적인 주장을 서슴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다. 


물론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일부 청년들이 비슷한 취지의 논리를 펴는 경우가 더러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이는 극히 일부인 데다가 집단지성이라는 인터넷 생태계 속성상 자정 작용에 의해 이러한 논거는 대부분 환영을 받지 못한다. 그러니까 일부 언론이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노인혐오 현상이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지금처럼 침소봉대할 만한 사안은 결코 아니라는 의미이다. 오히려 언론이 사회적 공기로서의 책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도구가 맞다면 특정 세력이 자꾸만 의도하고 있는 사회적 갈등에 대해 이를 확대재생산하기보다 줄이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함이 옳지 않을까? 



최근의 갈등 양상은 제법 심각하다. 급기야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마저 등장했다. 우리 사회는 지역갈등, 이념갈등, 계층간갈등 등으로 좁디 좁은 땅덩어리가 가뜩이나 갈기갈기 찢긴 형국이다. 이런 처지에서 누군가가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망국병이라고 할 수 있는 이념갈등을 다시 끄집어낸 데 이어 세대갈등마저 악용하고 있는 이 암울한 현실에 대해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마땅히 이를 경계해야 함이 옳지 않을까? 


박근혜 대통령의 주장이 제아무리 옳다 해도 - 물론 그럴 리는 만무하다 - 지금처럼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방식으로 지지세를 모으고, 탄핵 인용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행태는 절대로 환영 받을 수가 없다. 국민이 위임해 준 권력을 오남용, 사적 이익을 추구하고 나라 전체를 혼돈 속으로 몰아넣은 세력으로부터 상식을 되찾고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자는 주장을 이념이라는 프레임에 가둬 놓은 채, 여기에 세대갈등마저 덧대려는 시도는 그렇잖아도 어렵고 어지러운 세태를 더욱 궁지로 몰아넣는 결과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국정농단도 모자라 이젠 나라를 아예 극도의 갈등 상황으로 몰아넣은 채 갈기갈기 찢어놓을 셈인가.


ⓒ뉴스1


때문에 대통령의 최근 인터뷰는 최고의 악수이자 최악의 결과물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다급한 처지라 해도 국론을 분열시키려는 획책만으로도 대통령은 이미 국가 지도자로서의 자격과 품격을 완전히 잃었다.


지금 광장에 나와 태극기를 흔들며 지도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다수는 '가짜'라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그렇다면 비단 국정농단사태가 아니더라도 저들만의 이득을 위해 이 땅에 또 다시 이념갈등의 씨앗을 뿌리고, 한 발 더 나아가 의도적으로 사회분열과 세대갈등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 파렴치한 세력과 집단은 우리 사회에서 영원히 퇴출되어야 함이 마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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