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초등생의 꿈이 임대업이라 놀라운가요?

새 날 2017. 2. 1.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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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었더니 부동산임대업이 심심찮게 섞여 나왔다고 하여 온라인이 온통 시끄럽다. 돈의 영향력이 점점 막강해지다 보니 우리 아이들의 꿈마저도 이러한 현실에 초근접해가는 실태를 보여주는 탓에 일견 씁쓸하긴 하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이는 그다지 새삼스럽지가 않다. 수해 전부터 이미 반영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비근한 사례로는 요즘 공중파 매체를 통해 자주 소개되면서 아이들의 장래희망이자 선망의 직업으로 요리사가 수위로 떠오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흔히 회자되는 말이 하나 있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고.. 물론 근래 온라인에서는 건물주라는 용어 대신 '갓물주'라는 표현마저 등장, 심심찮게 사용되곤 한다. 이러한 세태 속에서 어린 초등학생이라고 하여 이들로 하여금 투명한 자아와 가치관을 바란다는 건 지나친 욕심 아닐까? 왜냐하면 초등학생은 아직 자아 성숙이 덜 이뤄져 사회적 편견에 크게 휘둘릴 가능성이 높은 데다, 부모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기도 쉽지 않다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초등학생 아이들이 말하는 꿈은 어른들의 세계가 고스란히 투영된 결과물이라고 봐야 함이 옳다.



때문에 부동산임대업을 장래의 꿈이라며 떳떳하게 밝히는 아이를 향해 난 오히려 솔직담백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 아이들에게 꿈을 물으면 대부분 과학자나 선생님과 같은, 진짜 본인의 희망이라기보다 어른들의 바람이 섞인 듯한 답변을 내놓는 경우가 허다했다. 솔직히 나조차도 그랬다. 국민학교 시절 누군가가 꿈이 무어냐고 물어올 경우 난 그냥 과학자라고 답했다. 진짜 과학자가 되고 싶어서라기보다 왠지 그렇게 답해야 할 것 같은, 일종의 사회적 바람직성 쪽으로 지나치게 기운 결과물이었다. 


그렇다면 요즘 아이들이라고 하여 다를까? 고용불안정과 경기침체라는 현실의 여파가 고스란히 반영된 듯 공무원과 교사 등 어른들이 선호할 만한 안정적인 직업군을 꼽는 아주 영악한 아이들이다. 최근 '셰프'를 희망직업군으로 꼽는 아이들이 늘어난 건 순전히 매스미디어의 영향 탓이다. 덕분에 조리사라는 직업군을 향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진 건 그나마 고무적인 현상이라 할 만하다. 이렇듯 매스미디어의 영향력은 매우 막강하다. 직업인으로서의 연예인의 인기는 여전히 수그러들 줄을 모른다. 



좀 더 현실적인 얘기를 해보자면 초등학생들은 아직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어떤 종류의 세세한 직업들이 있는지 정확히 모른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근래 진로 설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고 이의 비중이 커지면서 초등학교 내에서도 자아 탐색과 진로 설정 등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공교육이 늘상 그래왔듯, 위에서는 당장 눈에 보이는 실적을 요구하고 있고 현장에서는 그에 따르기 위해 구체적인 직업 위주로의 형식적인 교육에 치우치다 보니 오히려 아이들로 하여금 가뜩이나 편견으로 가득 들어찬 기존 직업에 대해 이를 더욱 고착화시키는 결과로 흐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래도 시대적 변화의 조류는 어쩔 수 없는 까닭인지 아이들의 장래희망이 근래엔 좀 더 구체적이고 다양해지는 추세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한국복지패널 기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4~6학년생 어린이의 40.49%가 연기자나 가수, 그리고 운동선수와 디자이너 등 '예술 스포츠 전문가 및 관련직'을 장래희망으로 꼽았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상당수의 초등학생들이 조향사, 법의학자, 유튜버 등 이색 직업을 자신의 장래희망이라고 얘기한단다. 더구나 요즘 아이들은 이색 직업이라고 하여 막연히 꿈만 꾸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보를 찾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실습을 하는 등 매우 적극적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어떤 아이들에겐 부동산임대업이 장래희망으로 다가올 법도 하다. 어른들의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볼 땐 아이들마저 배금주의에 물들었다며 염려스러워 할 노릇이겠지만, 아울러 우리 사회의 세태가 고스란히 반영된 현실 때문에 비록 씁쓸하긴 하겠지만, 다양성이라는 측면 그리고 사회적 바람직성 내지 어른들의 희망에 휘둘려 이를 그대로 따르기보다 그래도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떳떳이 표현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고무적이라 할 만하다.


그러니까 우리가 '초등생 꿈이 임대업인 나라..' 하며 놀라거나 혀를 끌끌 차고 있는 건 결국 어른들 스스로 거울을 들여다 보면서 그곳에 비친 자신의 민낯을 쳐다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는 꼴과 진배없지 않을까? 어찌 생각해 보면 참 우습지 않은가? 자신의 모습을 보고 스스로 놀라는 꼴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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