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대형마트 휴무가 불편하시다고요?

새 날 2016. 8. 29.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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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내가 사는 지역은 어제, 그러니까 8월 28일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었다. 한 달 30일 중 고작 이틀만 휴무인 데다, 해당 제도가 시행된 지 벌써 5년째에 접어든 터라 소비자에게도 제법 익숙해졌을 법한데, 근래 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부쩍 늘고 있는 느낌이다.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회사들은 대부분 대기업이기에 그들 자신과 그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대변해주는 매체들을 통해 해당 제도를 향한 조직적인 음해를 지속해 왔다. 해당 제도로 인해 소비가 위축된다며 침체의 늪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이를 반드시 철폐해야 한다는 게 그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지난해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처분에 대해 대법원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해당 제도에 대한 위법성 논란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대형마트들은 현재 일요일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옮기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여전히 해당 제도에 대해 비협조적이다. 고작 이틀의 휴무조차도 오로지 이익 극대화에 눈먼 그들 앞에선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는 모양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은 경제적 약자인 중소상인 및 골목상권의 경쟁력 강화와 보호, 그리고 동반성장이라는 대의명분을 위해 2012년부터 대형마트에 대해 격주 일요일 강제휴무를 실시하고 있는 제도다. 이는 시행 초기부터 많은 논란을 야기해 왔다. 물론 주로 매출 감소를 우려하는 대기업 쪽에서 쏟아내놓고 있는 볼멘소리들이지만 말이다. 


이에 따른 효과가 거의 없다던가 혹은 오히려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사례를 들며 여론몰이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는 게 다름아닌 그들이다. 이들의 하소연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이기에 그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정작 우려되는 건 이들의 목소리보다 일반 소비자들로부터 점차 고조돼 가고 있는 불만들이 아닐까 싶다. 인터넷 커뮤니티 이곳 저곳에는 휴일인데 마트가 모두 문을 닫아 짜증난다며 불만 가득한 글들로 넘쳐난다.


아무런 효과도 없는 형식적인 제도를 왜 시행하는지 모르겠다는 게 이들의 한결 같은 반응이다. 물론 소비자들이 겪는 불편을 나라고 하여 이해 못 하는 바는 결코 아니다. 나 역시 무언가를 당장 구입해야 하는 처지에서 주변 마트가 모두 문을 닫았다면 난감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덕분에 우리의 발길은 싫든 좋든 대형마트가 아닌 주변의 작은 상점이나 결국 전통시장으로 옮겨가게 된다. 이런 식으로 아주 조금씩 주변 중소 유통 상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우리가 겪는 작은 불편쯤은 사실 별 게 아닐지도 모른다. 게다가 해당제도는 대기업과 중소상인을 필두로 한 골목상권의 상생과 관련한 상징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우리가 다소 불편하다고 하여 쉽게 내쳐버려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제도의 시행 취지 역시 다름아닌 애초 이러한 효과를 기대했던 바다. 비록 그 기대효과가 눈에 확 띌 정도로 크게 다가오지는 않지만, 조금씩 아주 조금씩 주변의 경제적 약자들로 하여금 미미한 성과라도 거둘 수 있게 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게 다가온다. 뿐만 아니다. 대형마트에서 근무하는 분들은 모두 우리의 이웃들이다. 만약 강제휴무일 이틀이 없었더라면 이분들의 온전한 일요일 휴식은 언감생심일 수밖에 없을 테다. 이는 그들의 가족 구성원들 모두를 불행케 하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그나마 휴일 중 일부 날짜만이라도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제도가 낳은 또 다른 혜택 중 하나다.


'불의는 눈 감으면서도 불편한 건 절대로 못참는다'


요즘 인터넷 공간에서 젊은이들을 두고 회자되는 말이다. 주변의 상권은 온통 대기업 위주의 프랜차이즈 형태가 독식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가 사는 지역의 주변을 한 번 돌아보자. 상점들의 간판은 온통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일색 아닌가? 특히 대형마트가 들어선 주변 지역의 상가는 완전히 쑥대밭이 되고 만다. 개인이 자신만의 노하우를 십분 활용, 상점을 내보지만, 결국 자본 앞에서는 절대로 당해낼 수가 없는 형국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근래 주변에서 제과제빵 기술을 익힌 사람들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관련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들의 바람은 한결 같다. 자신만의 노하우를 살려 소박한 꿈을 이루는 일이다. 그러나 멋진 미래를 꿈꾸며 기능을 익히고 어렵사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지만, 현실은 기껏해야 대기업의 이름을 내건 빵집에 취업하는 게 전부란다. 자본 앞에서는 자신의 꿈을 온전히 펼칠 수 없다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되고 결국 희망을 내려놓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러한 하소연이 현재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이다. 


휴일에 대형마트가 휴무라 불편하다?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지 못하고 지금처럼 불만의 목소리를 높일 경우 결국 우리 자신에게 돌아오는 건 무얼까? 현재는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운영하는 어엿한 상점의 주인일지 모르지만, 조만간 대기업의 프랜차이즈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될 테고, 사장으로 불리던 당사자는 동네의 중소상점들을 모두 몰아내고 떡하니 들어선 대기업 대형마트의 비정규직으로 취업, 그들의 눈칫밥을 먹으며 일하고 있는 모습을 곧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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