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여혐 남혐 전쟁의 끝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새 날 2016. 8. 2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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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남성을 혐오하고, 반대로 남성은 여성을 혐오하는 현상인 '여혐' '남혐' 전쟁이 밑도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그 기저에는 갈수록 팍팍해지는 먹고사니즘 문제가 또아리를 틀고 있음이 분명하다. 만만한 약자를 희생양 삼아 자신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응어리진 감정 따위를 해소하려는 지극히 이기적인 발상에서 출발했으리라 짐작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한 포스팅(여혐 vs 남혐 혐오전쟁, 어떻게 봐야 하나)을 남긴 지가 벌써 지난해인데,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으니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처음에는 분명 '된장녀'니 '김치녀'니 하며 일부 남성들이 뭇여성들을 비하하면서 비롯된 작금의 현상이건만, 이를 그대로 미러링하는 여성 전용 커뮤니티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된다. 오늘날처럼 악화일로로 치닫게 만든 분수령은 아마도 지난 5월 벌어진 강남역 살인사건이 아니었나 싶다. 이후로 여성과 남성 간의 혐오 전쟁은 더욱 강력한 불을 내뿜기 시작한다. 누구의 화력이 더욱 센가를 검증하기라도 하려는 듯말이다.


트위터에서


급기야 때아닌 페미니즘 논쟁으로 불거지거나 진보 등 각 진영 내에서의 편가름 현상마저 목격되고 있다. 오호통재라.. 서로에게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면서도 아이러니하게 서로를 죽도록 헐뜯는, 그야말로 명분 없으며 영양가 없는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게 아닌가.


아마도 남성과 여성은 인류가 탄생한 이래 그 방식이나 형태만 달라졌을 뿐 쉼없이 서로를 헐뜯거나 투닥거리며 오늘날까지 이어오지 않았나 싶다. 때문에 비단 남성과 여성 사이가 아니더라도 사람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고 다툼이 생기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며, 외려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질 법하다. 


다만, 오늘날과 같이 남성과 여성이 서로 편을 갈라 오로지 상대방을 낮잡겠노라는 목표 하나로, 아울러 극단적인 혐오를 위해, 다분히 의도적이면서 계획적으로 세력화하고 조직적으로 그에 대응하는 현상은 여러모로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서로에게 득이 될 게 전혀 없는, 영양가 없으며 소모적인 싸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남성과 여성은 어차피 서로에겐 없어선 안 될 존재이자 끊임없이 도움을 주고 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피조물 아니었던가. 이런 환경에 처해 있으면서도 서로를 헐뜯고 혐오를 일삼는 현상은 상대방에게 회복 불가능한 깊은 상처만을 아로새길 뿐이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연 하나는 남혐 여혐 전쟁의 끝이 얼마나 허무한 모습일까를 연상케 하기에 충분하다.


물론 올라온 사연이 사실인지의 여부는 일단 덮어두어야 할 것 같다. 인터넷에 떠도는 글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진실 여부를 확인하기란 쉽지 않은 노릇이기 때문이다. 다만 최악의 경우 누군가가 꾸며낸 픽션일지라도 생활 속에서 실제로 있을 법한 사연인 데다가, 근래 이슈화되고 있는 여혐 남혐 현상과 궤를 함께하고 있다고 여겨지기에 이를 소개해 볼까 한다. 사연은 다음과 같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정수기 물통 교체는 평소 남자 직원들의 몫이었으나 어느날 신입 남직원에게 이를 맡겼더니 남자들은 물을 많이 마시지도 않는 데다 커피를 타는 등의 용도로 물을 활용하는 일은 주로 여성들의 몫이기에 자신은 못 하겠다며 완강히 버텼단다. 이런 와중에 여직원들 역시 이를 할 수 없다며 서로가 서로에게 떠넘기다가 결국 사장의 귀에 해당 내용이 들어가게 됐고, 진통 끝에 정수기를 아예 없애버리라는 회사 방침이 내려져 커피를 타 먹든 물을 마시든 앞으로는 직원들 스스로가 물을 각자 싸와 먹으라는 결론으로 끝을 맺고 있다. 그러니까 주로 여직원에게 커피를 타오라던 관행에 대해 여성들이 이를 성차별이라며 반기를 들고 나선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생물학적으로 볼 때 적어도 힘에서만큼은 상대적으로 우위를 보이는 남성이기에 여성이 힘에 부칠 만한 일을 그들이 처리하는 건 상당히 자연스럽다. 물론 현대사회에 와서는 그 패턴이 많이 바뀌고 있긴 하나 이의 흔적은 남성이 밖으로 나가 사냥 등의 고된 일을 하고, 여성은 가정에 남아 상대적으로 힘이 덜 드는 일에 종사했던 형태로 여전히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들이 커피 타는 일을 두고 성차별이라며 반발해오니 정수기의 물통을 교체하는 일을 두고 남성들이 마찬가지로 성차별이라며 반발하고 나선 셈이다. 물론 논리적으로 보자면 결코 틀린 주장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해당 사연 속에서 난 근래 일부 여성들이 미러링을 통한 남혐 현상을 야기하자 이에 대해 핏대를 올리며 흥분하는 그들의 형상을 언뜻 보게 된다. 아울러 여혐에 열심이던 일부 남성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미러링 전략에 나선 일각의 여성 전사(?)들의 모습도 어른거린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일종의 맞불 전략을 꺼내든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서로를 혐오하는 데 정신이 팔려 있느라 자신들이 얼마나 옹졸하고 구차한 행위를 하고 있는가를 전혀 눈치 채지 못 하는가 보다. 


우리가 여성과 남성으로 성이 갈라진 채 탄생했음은 무엇을 의미할까? 바로 결핍을 의미한다. 어쩌면 삶이란 평생 이 결핍을 메우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 과정에서 남성에게는 여성이, 여성에게는 남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여혐과 남혐 전쟁은 이러한 인간의 생물학적 본질을 의도적으로 거부하고 있는 거짓된 몸짓 중 하나다. 결과적으로 서로에게 깊은 상처만을 남길 뿐이다. 


상대적으로 힘이 센 남성이 물통을 교체해 주는 아량을 베풀 때는 사무실에서 커피도 타 먹고 시원한 물도 마음껏 마실 수 있었지만, 어쭙잖은 성차별을 들먹거리며 옹졸하게 행동한 뒤로는 남성이건 여성이건 간에 두 번 다시 사무실에서 커피를 타 먹거나 물을 편하게 마실 수 없는 환경이 돼버렸다.


자, 이쯤되면 여혐 남혐 전쟁의 끝이 대충 어떠한 모습을 띠게 될지 예측 가능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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