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주류 관련 규제완화, 신중해야 하는 이유

새 날 2016. 7. 7.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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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야구장에서 생맥주를 파는 맥주보이는 물론, 치맥과 슈퍼 및 대형마트의 주류배달을 허용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그동안 정부는 변화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국민 불편을 초래해 왔다며, 이참에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던 주류 관련 규정을 과감하게 정비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는 면허 받은 장소에서만 주류 판매가 허용되고 있으며, 주류의 외부 반출이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치맥 등 음식점의 음식에 수반되는 주류는 재판매 등 유통질서 문란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이유로 배달을 허용키로 한 것이며, 1인당 하루 100병 이하였던 전통주 통신판매 수량 제한도 없애, 전통주 통신판매가 허용되는 인터넷 쇼핑몰을 확대키로 했단다. 정부의 주류 관련 규제완화는 주류업계나 외식업계 그리고 유통업계 등에는 희소식으로 다가올 법하다. 물론 애주가들에게도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경기가 워낙 좋지 않기에 이러한 규제완화를 통해서라도 활성화를 꾀해 보겠노라는 정부의 다급한 심경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음주를 즐기는 이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어 불편을 줄이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겠다는 계획 역시 어찌 보면 굳이 나무랄 만한 사안은 아니다.


ⓒ연합뉴스


하지만 국민건강을 이유로 강력한 금연정책을 펼치고 있는 정부가 유독 음주와 관련해서는 왜 이처럼 관대한 건지 도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폐단을 고려해 볼 때, 그러니까 주류 관련 규제완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과 이로 인해 늘어나게 될 음주로 인한 유형 무형의 사회적 비용을 계산기에 집어넣은 뒤 손익계산서를 뽑아낼 경우, 과연 국민 모두가 납득할 만한 바람직한 결과로 다가올 사안인가에 대해선 고개가 갸웃거려지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음주운전에 대한 단속이 대폭 강화됐다. 물론 음주운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막대한 피해는 우리의 비뚤어진 음주문화의 여러 양태 중 한 단면에 불과하다.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주로 밤에 이뤄지던 음주단속을 근래엔 이른 아침이나 낮에도 불쑥 시행하거나 예고 단속과 불시 단속을 번갈아가며 시도, 운전자들로 하여금 음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정부가 음주를 줄이려는 노력보다 오히려 규제완화를 통해 이를 권장하고 나섰으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까 한쪽에서는 술을 마음껏 즐기라며 권하는 입장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음주 행위를 단속하는, 결코 웃을 수 없는 엇갈린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 정부다. 이는 국민건강증진이 정책의 핵심이라는 금연정책과도 제대로 된 엇박자가 아닐 수 없다. 강력한 금연정책으로 흡연자들을 궁지로 내몰던 정부가 음주자들에게는 그와 반대로 한없이 관대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정부의 모순된 정책이 심각한 문제로 다가오는 이유는 또 있다. 최근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자체에서는 음주로 인한 폐해를 줄여보고자 부단히 노력 중이다. 이를테면 '음주폐해 예방추진계획' 등을 통해 지정된 공원에서는 아예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하고,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를 물게 하거나 음주 판매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오죽하면 '음주청정지역'을 별도로 지정, 우리만의 왜곡된 음주문화를 바로잡으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되레 규제를 완화, 술 배달 등 음주를 더욱 권장하고 나섰으니 이는 정책의 일관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결과이자 정부와 지자체의 신뢰마저 잃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 수 없다.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 사회는 음주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관대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자마자 접하게 되는 과격하고 뒤틀린 음주문화는 사회생활에 접어든 뒤에도 여전히 변할 줄을 모른다. 각종 미디어 매체 역시 이러한 분위기를 띄우며 부추기기 바쁘다. 음주에 대한 경계심이 점차 옅어지고 관대해지는 건 지극히 당연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덕분에 주취로 인한 각종 사건 사고가 끊임이 없다. 여기에 정부마저 한술 더 뜨며 규제완화를 빌미로 술을 권유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연간 20조 원에 달한다. 정말 급하고 절실한 규제완화라면 이를 마다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러나 경제를 살리고 일부 음주자의 불편함을 불식시킨다는 이유만으로 불요불급한 규제완화에 나섰다가는 되레 국민건강을 해치거나 더 나아가 자칫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대폭 늘리는 우를 범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주류 관련 규제완화에 신중해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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