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장애인도 활동적이며 독립적일 수 있다

새 날 2016. 7. 4.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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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거주하는 다운증후군 아들을 둔 한 엄마의 사연이 화제다. '사라 핸드렌'이라 불리는 여성에 관한 이야기다. 그녀의 남다른 생각이 대중들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적 시각과 무관심에 일대 변화를 불러오게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원래 그녀는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장애인 문제에 대해 딱히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2005년 다운증후군 아들을 낳은 뒤로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매우 열악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특히 그녀는 장애인 마크에 주목했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던 기존 마크가 장애인을 휠체어에 의존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보이게끔 한다는 사실에 눈이 번쩍 뜨인 것이다. 2009년 그녀는 지인과 함께 기존의 마크와 새롭게 디자인한 마크를 경쟁시켜 이른바 '장애인 마크 논쟁'을 일으켜 보자고 의기투합한다. 발칙한 도전이었다. 


ⓒKBS


그녀는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활동적이며 독립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을 머릿속 망상으로만 그친 것이 아니라 이를 새로운 장애인 마크에 고스란히 옮겨 담는 행동력도 남달랐다. 국제표준인 현재의 장애인 마크보다 훨씬 역동적인 장애인 마크는 이렇게 탄생하게 된다. 


부끄럽게도 사라 핸드렌이라는 여성이 국제표준인 기존 장애인 마크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새로운 마크를 선보이기 전까지만 해도 나 역시 기존 마크와 관련하여 특별히 문제 의식을 가질 수 없었다. 장애인 하면 으레 어딘가 불편하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라는 선입견이 강했던 터라 휠체어에 수동적으로 앉아있는 장애인 마크로부터 딱히 미심쩍은 부분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보다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애초 나와는 그다지 상관 없는 일이었기에 무관심으로 일관해왔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웬만해서는 자신과 관련이 없는 일에는 큰 관심을 쏟지 않는 게 현대인들이다. 더구나 이미 체계화되어 잘 굴러가고 있는 마당에 굳이 이를 부러 새롭게 뜯어 고치는 일 따위를 반겨할 이 역시 드물 테다. 



새 장애인 마크는 현재 미국 뉴욕주가 공식 채택 중이다. 여타 주와 기업들도 새롭게 바꾸기를 희망하고 있단다. 더 나아가 미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새 마크에 대한 관심이 한층 커져가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 스웨덴, 캐나다 등 세계 각지의 학교, 병원, 지자체 등에서도 새 마크로의 교체 요구가 쇄도하고 있단다. 


ⓒKBS


이 혁신적인 마크는 어느덧 우리 곁으로도 성큼 다가왔다.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일부 행사에서 새 장애인 마크를 사용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라면 조만간 새 장애인 마크가 국제표준으로 자리매김될 날도 머지 않은 느낌이다. 물론 새 마크를 향한 시각이 마냥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 의외로 장애인 관련 국제단체들이 기존 마크를 옹호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사용되고 있는 장애인 마크만을 공식 인정하고 있는 국제표준화기구는 새 마크로 바꾸자는 제안에 대해, 기존 마크에 대한 국제적인 인식이 광범위한 만큼 새 마크로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KBS


일각에서는 새 마크가 신체적 독립성이 떨어지는 중증 장애인을 소외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기도 하다. 장애인의 독립성은 휠체어를 움직일 수 있는 신체적 독립성이라기보다 내면의 독립성으로 강조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장애인들이 내면의 독립성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나 역시 동감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장애인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내면의 독립성을 갖추기에는 여건상 그 한계가 너무도 뚜렷하다. 즉, 장애인을 향한 불편하고 거북한 시선이 거둬들여지지 않는 이상, 아울러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사회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병행되지 않는 이상, 신체는 물론이거니와 내면의 독립성을 갖춘다는 건 여전히 요원하다. 때문에 '장애인은 의존적이며 수동적이다' 라는 인식을 부지불식 간에 심고 있는 기존의 국제표준 마크보다 훨씬 역동적인 새로운 마크를 사용하여 대중들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면 그들이 말하는 내면의 독립성을 키우는 데 작은 보탬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장애인은 왜 무조건 휠체어에 의존하는 수동적인 존재로만 바라봐야 하는가' 라는 아주 작은 의문에서 시작하여 충분히 활동적이며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그들에게 사회가 좀 더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힘주어 주장하고, 아울러 과감히 새로운 장애인 마크를 직접 디자인하여 세상에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사라 핸드렌의 멋진 도전에 난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낸다. 그녀의 꿈이 이뤄지기를 학수고대한다. 꿈이 이뤄진다는 건 결국 이 세상 사람들의 생각에 작은 변화를 일으키는 것일 테고, 이는 다시 세상을 변모시키는 자양분이 되게 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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