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이 못마땅한 이유

새 날 2016. 6. 20.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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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환경과학원과 미국항공우주국(NASA) 관계자로 구성된 ‘한미 공동 대기 질 연구’ 연구진이 지난 5월 2일부터 6월 12일까지 NASA의 연구용 항공기와 인공위성 5기 등을 동원하여 한국 대기 품질을 조사한 결과가 밝혀졌다. 이러한 방식의 연구는 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그만큼 우리의 대기 환경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이에 따르면 올봄 발생한 초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물질은 주로 화력발전소가 밀집해 있는 서해 지역에서 동쪽으로 흘러들거나, 차량 흐름이 많은 서울 도심에서 남쪽 방향으로 퍼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초미세먼지는 서해안에 위치한 화력발전소 인근에서 대거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화력발전소가 밀집된 충남지역 상공에 아황산가스 등으로 인해 2차 생성된 미세먼지가 서울보다 최대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는 충남 당진과 태안, 보령, 서천 일대의 대기에서 모두 0.004∼0.011ppm의 아황산가스가 검출됐다. 이는 같은날 서울 상공에서 측정한 결과보다 최대 2배 이상 많은 수치에 해당한다. 충청남도 지역은 당진을 비롯, 태안과 보령, 서천 등 서해안 일대에 모두 51기의 화력발전소에서 2만 4533㎿의 전기를 생산하는 우리나라 화력발전시설의 50.5%를 점유하는 곳이다.


ⓒ동아일보


초미세먼지는 지름 2.5㎛ 이하의 아주 작은 먼지를 일컫는다. 주로 자동차 매연이나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유독물질과 중금속 등이 대기중 광화학 반응을 일으켜 만들어진다. 이를 흡입할 경우 폐에 염증을 일으키거나 심근경색을 유발하기도 한다. 특히 입자가 큰 먼지와 달리 단기간만 노출되어도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심할 경우 조기 사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초미세먼지(PM2.5)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을 내놓으면서, 물론 해프닝으로 마무리되긴 했으나, 고등어를 이의 주범으로 지목, 세간의 비웃음을 자초하는 등 여전히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초미세먼지와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화력발전소와 관련한 대책이 아닐까 싶다. 정부는 노후발전소 10기를 장기적으로 폐쇄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사용연한인 40년이 지날 경우 어차피 폐쇄시켜야 하기에 이는 미세먼지 대책과는 무관한 데다가, 폐쇄 물망에 오른 노후 발전소 4기의 경우 이를 채우려면 아직 7년이란 시간이 더 흘러야 하기에 특별대책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지경이다. 


ⓒSBS


우리나라에 건립된 화력발전소는 충남 등 주로 서해안에 분포돼 있다. 특히 그 중 절반에 해당하는 26기가 수도권과 가까운 충남 당진과 태안, 보령, 서천에 집중돼 있다. 그 이유는 과밀화 현상으로 폭발 일보 직전에 놓인 수도권에 지금보다 더 많은 전기를 더욱 값싸게 공급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2025년까지 화력발전소 20기를 추가로 설치하겠노라는 정부의 계획 때문이다. 그 중 절반에 가까운 9기 역시 충남에 집중돼 있다. 어떻게 이런 엇박자가 있을 수 있나? 미세먼지를 잡겠다며 앞에서는 장기적으로 노후발전소를 폐쇄하겠다고 발표해놓고선 뒤에서는 새로운 발전소를 계속 건립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으니 말이다. 


이로 인한 대가는 과연 누구에게 돌아갈까? 지금도 서울 지역보다 2배 이상의 미세먼지를 매일 흡입하며 열심히 수명을 단축시키고 있을 충남 지역민들의 피해가 가장 크리라 짐작되고, 그 다음으로는 연중 불어오는 편서풍이 이를 수도권과 전국에 고르게 퍼나르기 하며 그의 영향권에 강제로 편입될 수밖에 없는 국민 모두가 이에 해당할 테다. 국제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는 일찌감치 미세먼지 생성의 주범을 석탄화력발전소로 지목하고, 지속적으로 화력발전소 증설을 계획하고 있는 우리 정부를 향해 시대착오적인 정책이라며 비판을 가한 바 있다.  


ⓒ연합뉴스


미세먼지 등 한반도의 대기 질을 개선할 의향이 우리 정부에 있긴 한 걸까? 이쯤되면 고등어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둔갑시키거나 과거 경유차를 친환경자동차라며 온갖 혜택을 쏟아붓다가 급작스레 이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경유값 인상을 들먹거리더니 결국 서민 증세 논란만 부추겼던 혼란이 백번 천번 이해되고도 남는다. 


우리 경제는 현재 전반적인 체질 개선을 요구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장기적으로 우리 산업의 체질을 개선시키는 데 있어 절실한 대체 에너지 개발 등의 노력보다는 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어 비교적 손쉽고 값싸게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화력발전소 카드를 여전히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 환경에 치명타를 가하고 결과적으로 국민의 수명마저 단축시키는 방식의 전기 생산이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리 만무하다. 친환경 대체 에너지에 사활을 걸고 있을 선진국과의 경쟁에서도 또 다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이는 미세먼지 등 한반도의 대기 질 개선 계획에도 역행할 뿐 아니라 가까운 미래에 전개될 우리 경제의 체질 변화에도 악영향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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