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저성장시대, 성장이 능사라는 가치관에서 벗어나야

새 날 2016. 5. 2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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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가 사망자 수보다 적어 '인구 자연 감소' 사태를 맞은 지자체가 속속 등장하는 등 인구 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물론 내년부터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가 본격적으로 감소하리라는 전망은 벌써부터 대두돼온 터라 이와 같은 예견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생산가능 인구는 올해를 기점으로 3704만 명에서 2017년에는 2만 명 가량 감소한 3702만 명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무얼 의미하는 걸까? 생산가능인구란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연령의 인구, 즉 15세에서 64세 사이의 인구를 일컫는다. 이들은 우리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생산과 소비의 주체다. 그렇다면 말 그대로 일할 수 있거나 소비 가능한 인구가 줄어든다는 건 곧 성장을 둔화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는 의미다. 소비의 위축은 수요의 감소를 뜻하고 수요 공급 법칙에 따라 기업 역시 생산을 줄이거나 중단하게 되는 처지로 내몰릴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이는 일자리 감소 현상을 빚게 되고 결혼 기피와 저출산 그리고 다시 소비 위축 등이 잇따라 연출되며 장기 침체의 늪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이자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된다. 

 

ⓒ헤럴드경제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러한 현실이 현재 우리 경제 앞에 놓인 처지와 더해질 경우 그야말로 메가톤급 후폭풍으로 다가올 공산이 매우 크다는 사실에 있다. 그동안 우리 경제는 저금리 기조와 통화량 팽창을 통해 소비와 투자를 촉진시켜 왔고, 인위적으로 환율을 올려 수출이 유리한 환경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왔다. 경제 정책의 모든 초점은 수출에 맞춰졌고, 이로 인해 대기업에 각종 정책적 수혜마저 더해지니 이들만이 그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었고, 반대로 일반 서민들은 희생만을 강요 받아왔다. 우리 사회에서 빈부격차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고, 이로 인한 갈등이 커지고 있는 건 다름아닌 이러한 정책 기조의 영향이 크다.

 

근래 경제 전반에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는 것도 바로 정부의 이렇듯 짝사랑에 가까운 일방적인 정책 탓이다. 내수보다는 수출지상주의에 빠져 모든 역량을 그에 집중하는 사이 근래 수출 위주의 산업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고, 이는 다시 우리 경제의 근간을 크게 뒤흔들고 있는 양상이다. 내수가 허약하기 짝이없는 상황에서는 약간의 외풍만으로도 경제 전반에 회오리가 몰아치는 현상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무언가 기본 틀이 바뀌지 않을 경우 큰 화로 이어질 듯한 조마조마한 상황이다. 잇따라 발표되는 경제 전망도 이러한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한 국책연구기관이 24일 경제 전망을 발표하였는데, 얼마 전의 그것보다 크게 낮아진 수치다. KDI는 ‘상반기 경제전망’ 발표를 통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12월 3.0%에서 2.6%로 0.4%포인트 하향조정했다. 기존 산업이 활력을 잃으며 저성장 기조에 본격 접어든 까닭에 이러한 현상에 인구 절벽마저 더해지니 그야말로 본격적인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든 게 아닐까 하는 우려를 낳게 하기에 충분하다.

 

경기는 일정한 흐름을 타기 마련이며, 그에 따라 독특한 형태의 경기 사이클을 그린다. 일반적으로 호황과 침체 국면이 번갈아가면서 나타난다. 때문에 경기가 좋지 않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반드시 다시 좋아지리라는 경기 예측이 과거에는 얼마든 가능했다. 그러나 작금의 현상은 과거의 경험이나 학습 그리고 이론 따위를 무색케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나홀로 3%대의 경제 성장률 전망은 공허하기 짝이없다. 해외 기관을 비롯한 모든 기관들은 하나 같이 2%대의 낮은 성장률을 점치고 있는 상황에서 오로지 정부만이 3%대를 고집하고 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시대가 변하고, 토대가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성장만이 최고의 덕목인 양 성장만능주의의 가치관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세계일보

 

우리가 과거 고도성장을 누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금과는 달리 폭발적인 인구 증가라는 요소가 기본으로 깔려 있고, 여기에 그동안 갖추지 못해왔던 사회의 각종 기반 시설들을 대거 확충, 수요를 창출한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또 다시 소비를 촉진시키며 수요를 늘려가는 등 고도성장을 이끄는 첨병 역할을 톡톡히해왔다. 하지만 시대는 변모하여 저출산 현상과 함께 인구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데다, 산업 재편이라는 구조적인 현상마저 나타나며 앞서 언급한 악순환을 연출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과거 고도성장기에 이뤄졌던 공급은 수요가 부족해지면서 오히려 과잉 요소로 전락한 채 우리 경제 전반의 틀에 대대적인 변화를 절실히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급 능력이 넘쳐나지만 수요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사회에서의 저성장은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 경제는 과거 그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급팽창기를 겪었고, 수축기를 지나 점차 정체기로 접어들 공산이 크다. 즉, 과거가 고도성장기였다면, 앞으로는 저성장이라는 미증유의 현상이 우리를 엄습해올 테고, 싫든 좋든 이를 관통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이게 됐다. 이는 경제 패러다임의 일대 변화를 의미한다. 정부는 성장이 능사라는 가치관으로부터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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