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아내의 친정 간다는 소리가 달콤하다?

새 날 2015. 7. 11.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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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시절, 상대가 없으면 마치 살 수 없기라도 한 양 서로를 아껴주고 오로지 상대만을 바라보며 마냥 달콤해하던 사이도 결혼만 하면 그 분위기가 180도 달라지게 되는 현실이 아마도 우리에겐 가장 보편적인 커플의 양태인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부부도 상당할 테니 무조건적인 일반화엔 조심스러운 입장입니다만, 실제로 제 주변만 살펴 봐도 결혼에 대한 환상으로부터 깨어나며 자각 증상을 호소하는 분들이 상당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며 종종 느껴오곤 하던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결혼생활이라고 하여 결코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는 셈입니다. 

 

유부남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습니다.  다름아닌 아내의 친정  간다는 소리가 세상에서 가장 달콤하게 들려온다는 일성입니다.  물론 우스갯소리인 측면도 없지 않으나, 제가 볼 땐 지극히 현실적인 결과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연애시절엔 한시라도 떨어져있을 경우 보고 싶어 안달하거나 만나고 싶어 안타까워하던 이들이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걸까요?  연애도 해보고 결혼한 후 꽤 오랜 시간을 살아오며 경험해 본 제 입장에서는 이렇습니다.  연애가 일종의 판타지였다면 결혼생활은 지독한 현실인 탓입니다.  생각보다 훨씬 큰 간극에 의해 벌어지는 현상인 것 같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그렇다면 집안 살림 전체를 꾸려나가는 아내의 눈에 비친 남편의 모습은 어떨까요?  온통 허점 투성이입니다.  오죽하면 다 큰 아이 하나를 입양해 키우고 있노라는 식으로 표현할까 싶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날이 갈수록 잔소리가 늘어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일 테고요.  다만 남편에게 있어 며칠간만이라도 친정으로 간다는 아내의 목소리가 꿀맛처럼 달콤하게 다가오는 건 이러한 잔소리꾼이 사라지기 때문이며, 자신의 의지가 아닌 아내의 반 협박성 지시에 의해 마지못해 해오던 청소나 집안일 따위를 모처럼 하지 않아도 되니 그들의 입장에선 일종의 자유를 얻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그동안 잊고 있던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다고 하는 경우도 볼 수 있을 테고요.  물론 다소 극단적인 사례입니다만, 심지어 결혼생활을 일종의 머슴살이쯤으로 받아들이며 끔찍하게 여겨오던 터에 이로부터의 탈출로 간주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사실 개인마다의 성향이 모두 다르듯 그 사연이야 무척 다양하겠지만, 아내가 없는 것만으로도 무언가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난다는 느낌을 갖는 건 남편들의 공통 현상임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이러한 남편의 속내를 아내들이라고 하여 전혀 모르는 바는 아닌 것 같은데요.  행여나 자신이 없는 사이 마치 물가에 내놓는 아이라도 되는 양 철없는 남편의 일탈을 걱정하며 아내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는 '까불지마라'는 오행시는 우스운 개그코드로 받아들여지면서도 남편 입장에서 볼 땐 간담이 써늘할 만큼 무언가 정곡을 찔러오는 느낌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까불지마라

 

스불 조심

조심

퍼조심

누라는 돌아온다

면 먹고 기다려라

 

우리의 현실이 이러하다 보니 다시 태어나도 현재의 배우자와 결혼하겠다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건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결과인 것 같습니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얼마 전 설문조사한 결과물인데요.  여성의 경우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배우자와 결혼하겠다는 비율이 고작 19.4%에 그치고 있답니다.  아내를 친정에 보낼 때 행복감을 느낀다는 대한민국 유부남들인 터라 다소 의외의 결과입니다만, 다행히 남성들은 45%가 지금의 아내와 다시 결혼하겠다는 응답을 했다고 합니다.  상대적으로 남성들이 여성에 비해 결혼생활에 만족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데요.  여성의 경우 5명 중 4명이 현재의 배우자와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하는 것이니, 현재의 결혼생활이 얼마나 못마땅한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셈입니다.

 

배우자 즉, 우리 인생의 반려자는 남은 여생을 개척하며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 공동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로부터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다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얼마나 불행한 결과인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이와 같은 결과는 개개인의 문제라기보다 갈수록 살기 팍팍해져가는 사회적 토대와 그로부터 빚어진, 날로 악화되고 있는 삶의 여건이 이를 더욱 부추기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런 각박한 현실에서 한 부부의 애틋한 사연이 알려져 뭉클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요. 

 

ⓒ팝뉴스

 

우리나라가 아닌 멀리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의 일입니다.  10살 때 만난 저스티스 - 제레미 스탬퍼 부부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데이트를 하며 연인으로 발전하였고, 각각 20살과 21살이 되던 지난해 드디어 부부의 연을 맺게 됩니다.  그러나 결혼식을 올린 지 19일째 되던 날 아내가 교통사고를 당해 머리를 크게 다치게 됩니다.  이 때문에 그녀는 결혼했던 기억마저 잃고 말았습니다.  남편은 이러한 아내를 위해 결혼 1주년이 되던 해 다시 한 번 결혼식을 열기로 하고 인터넷 펀딩을 통해 자금 모금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아내를 향한 남편의 정성과 사랑에 많은 이들이 감동을 느끼고 있다는데요.  아마도 아내가 없을 때 자유를 느낀다고 외치거나 남편에게 까불지마라며 부부 사이에 당연히 있을 법한 애정마저 언젠가부터 사라지게 된 우리의 각박한 현실, 아울러 다시 결혼한다면 현재의 배우자와 또 다시 결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우울한 현실에서 어쩌면 지극히 당연해 보이는 이러한 사소한 일들조차 감동으로 와닿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상황이 뉴스거리가 되는 걸 보아 하니 미국이나 우리나 사람 사는 곳은 모두 비슷한 것 같긴 합니다만, 어쨌거나 못내 씁쓸하게 다가오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남편은 아내가 친정에 가게 되는 상황을 그 어떤 일보다 안타까워 하거나 아쉬워하고, 아내는 친정에 갈 때 까불지마라는 메시지를 남기기보다 식사 등 홀로 남아있을 남편이 불편해하지 않도록 배려해 주는, 다시 결혼해도 지금의 배우자와 또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 수 있도록 서로가 서로를 아껴가며 우리 스스로를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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