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박지성, 진정한 레전드임을 입증하다

새 날 2015. 6. 1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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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이 다시 올드트라포드 그라운드에 우뚝 섰다.  14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개최된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 바이에른뮌헨의 레전드 매치를 통해서다.  그가 맨유를 떠난 지 3년, 그라운드를 벗어난 지 1년 만의 일이다.  이 소식을 뒤늦게 접한 난 경기 관람을 제대로 영접하기 위한 사전 준비에 돌입했다.  물론 특별한 준비물이 필요했던 건 아니다.  수년 전 그의 경기를 관람할 때면 으레 곁에서 함께했던 맥주 한 캔이면 충분했기 때문이다. 

 

치맥을 부르는 박지성, 도대체 이게 몇년만인가 모르겠다.  감흥이 새롭다.  주말이면 그의 경기를 기대하느라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던 기억이 새록하다.  박지성이 맨유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나서는 자체만으로도 내겐 과거 그의 전성기 시절을 떠올리게 할 만큼 두근거리는 일이다.  막상 경기에 돌입할 때보다 이를 기다리는 시간이 더욱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더구나 맨유의 엠베서더로 활동 중인 박지성이 바야흐로 시대를 뛰어넘는 레전드로 인정받아 출전하는 경기라 더욱 의미있게 다가오던 터다.

 

 

경기 전 그라운드 위엔 하얀 기구 하나가 띄워졌다.  놀랍게도 사람이 아래에 매달린 형국이다.  공중부양 중이었다.  이 사람의 역할은 공중부양한 상태로 경기 시작 전 심판에게 축구공을 전달하는 일이었다.  보기엔 다소 우스꽝스러웠으나, 일종의 행위 예술과 스포츠의 접목이라는 참신한 시도로 받아들여진다.  과거 박지성의 경기를 눈 빠져라 기다리다 퍼거슨 감독이 그를 백업 요원으로 앉힌 채 경기에 제대로 내보내지 않던 상황이 잦자 퍼거슨 옹을 원망하며 두고두고 욕했던 암울한 상황이 떠오른다.  다행히도 이날 박지성은 선발이었다.  중앙 미드필드로 나선 박지성은 전반 45분을 모두 소화했다. 

 

박지성의 현역시절 함께 뛰었던 선수 몇 명의 얼굴이 보인다.  골키퍼 에드윈 반데사르, 그리고 과거 시합 때마다 박지성에게 죽어라고 공을 주지 않아 내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폴 스콜스, 그밖에 루이 사하 등은 낯이 많이 익다.  폴 스콜스는 현역시절 꽤나 꼴 보기 싫었었는데, 그래도 간만에 보니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루이 사하는 현역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유리몸인가 보다.  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리버리 한 골을 넣더니 어느 순간 교체되어 그라운드를 떠나고 만다.  발목 부상을 당했다는 소식이다.  이러한 친선 경기에서마저 부상을 당할 정도로 그의 몸은 여전히 약했다.

 

ⓒ풋볼리스트

 

박지성의 몸놀림은 현역시절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만의 특유한 움직임은 여전했다.  가끔 슛을 날리기는 했으나 직접 골을 넣으려 하기보다 그보다 나이 많은 대선배들의 골을 돕기 위한 몸동작이 훨씬 많았다.  그의 전매특허이기도 한 이른바 이타적인 플레이였던 셈이다.  중계 화면에서는 드와이트 요크의 얼굴을 자주 비추고 있었다.  난 솔직히 그가 누구인지 잘 모르던 터라 인터넷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트리니다드토바고 출신으로 1998년부터 맨유에서 활약하였으며 1999년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엄청난 커리어의 인물이다.  어쩐지 웬만한 공은 모두 그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이날 뽑은 4골 중 두 골을 그가 넣었다.  물론 그 중 한 골은 박지성이 넣은 것이나 다름없었고, 또 한 골 역시 박지성의 도움이 컸지만 말이다.  이번 매치는 그 누구보다 박지성의 진가를 여지없이 드러낸 경기 아니었는가 싶다.  그가 맨유의 전설로서 손색이 없음을 직접 자신의 경기력을 통해 팬들에게 각인시킨 셈이니 말이다.

 

이날 함께 뛴 레전드 중 박지성이 가장 나이가 어린 편이었단다.  때문에 체력적으로 볼 때 후반전에서의 활약도 기대해 볼 만했으나 아쉽게도 이는 성사되지 않았다.  그러나 난 그가 맨유와 뮌헨의 전설적인 인물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한 채 이러한 빅 매치에 참여했다는 자체만으로도 그의 가치를 인정해 주고 싶다.  게다가 골이나 다름없는 활약과 도움 한 개마저 기록하지 않았던가.  그는 맨유의 진정한 레전드일 뿐 아니라 그라운드에 나서는 모습만으로도 나를 포함한 수많은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치맥마저 부르게 하는, 우리들의 진정한 레전드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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