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메르스 괴담 공포 확산, 구멍뚫린 국가방역체계

새 날 2015. 5. 3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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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으로 출국한 한국인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의심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하룻밤 사이에 5명의 환자가 더 늘어 30일 오전 현재 확진 환자는 모두 13명이 됐다.  하루가 멀다하고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격리 관찰자 역시 127명으로 늘었다.  온라인에선 이러한 분위기 편승에 약속이라도 한 듯 이른바 메르스 괴담이 창궐 중이다.  SNS를 타고 순식간에 번지고 있다.

 

이에 국민 다수는 메르스 발생 초기 안일하게 대응했던 정부를 성토하고 이미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 상황이 아니냐며 걱정을 한껏 토로하고 있는 입장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때마침 주말을 맞이하여 예식장 등 가족 행사에 참석해야 하거나 여행 계획을 가졌던 이들 그리고 단순 외출을 앞둔 이들의 걱정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어느덧 괴담 수준을 넘어 공포감으로 진화한 채 일파만파 확산돼 가고 있는 와중이다. 

 

ⓒ노컷뉴스

 

물론 괴담은 말그대로 그저 괴담 수준에 불과할 뿐이다.  SNS를 통해 빠르게 전파되고 있는 괴담 내용 대부분은 거짓인 것으로 밝혀졌다.  때문에 그릇된 정보에 대중들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현혹된 채 휘둘려서는 안 될 노릇이다.  그러나 괴담의 진위 여부를 떠나 국민은 이미 메르스 자체와 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우리 정부를 공포의 대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메르스는 아직까지 뚜렷한 치료제와 백신이 없고 치사율이 30%에서 4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탓에 국민의 민감한 반응이나 공포감 확산을 결코 과장된 몸짓으로 치부하기엔 무리가 따르는 일임엔 틀림없다.  오히려 전염성이 낮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안일하게 대응했던 정부의 초기 대응과 정부를 향한 국민 불신이 화를 더욱 키운 것으로 짐작되는 상황이다. 

 

1차 감염자의 확진 후 환자와 함께 머물렀던 딸이 격리 입원을 요구했으나 보건 당국이 거부했던 건 초기 대응이 얼마나 부실했었나를 입증하는 대목 중 하나다.  아울러 1차 감염자가 확진을 받은 뒤 밀접 접촉, 즉 전파 가능성이 높은 이들을 수십명 내외로 압축하였으나 해당 환자의 활동 반경을 유추해볼 때 이는 지나치게 안일한 판단이었던 것으로 짐작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볼 때 이들에 대한 관리 소홀로 인해 2차 감염자를 놓친 셈이 돼버렸고, 지금 현재도 2차 감염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특히 의심환자가 국외로 출국하며 양성 판정을 받은 것은 정부의 신종 전염병 관리체계에 대한 총체적인 난맥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이 환자와 함께 항공기에 탑승한 160여명을 비롯, 현재 200여명이 추적 조사를 받고 있단다.  과거 사스 사태로 700여명의 자국 국민이 사망한 전력이 있는 중국은 추가 감염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당장 중국에서는 메르스 의심 환자를 출국시킨 한국의 허술한 방역체계에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의 리스크 관리와 방역시스템에 대한 허점을 그대로 드러내며 국제적인 인증과 민폐를 끼치고 만 셈이다. 



그렇다고 하여 긍정적인 부분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아직 3차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지 않다는 대목이 바로 그에 해당한다.  이는 2차 감염자에 대한 격리 조치가 일정부분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의미인 데다, 더 이상의 1차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지 않은 점도 희망적으로 다가온다.  의료 전문가들 역시 이 때문에 메르스가 사스처럼 대유행으로 번질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논리의 근거로 삼고 있다.  메르스 감염 후 잠복기는 최대 2주다.  5월 20일 첫 환자가 발생한 만큼 그로부터 2주 후인 6월 3일이 메르스 대유행 여부의 중요한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메르스 괴담 및 공포감의 확산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권에 머무르고 있음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사례다.  실체 불분명한 괴담 하나로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거나 공포감에 빠져들게 할 정도로 우리 정부는 무능하기 짝이 없다.  물론 이는 그동안 숱하게 반복돼온 세월호를 비롯한 수많은 재난과 위기 상황 앞에서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안이하게 행동했던 정부의 대응에 대한 학습 효과에서 비롯됐음직하다.  이제 다수의 국민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말은 더 이상 유효하지가 않다. 

 

그러나 메르스에 의해 형성된 출처 불분명한 공포에 일일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이의 지나친 확산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탓이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실제 치사율이 20%에 불과하고 에볼라나 사스보다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안에 떠는 국민을 막연한 논리로 안심시키려는 보건 당국의 태도 역시 그다지 바람직스럽게 다가오진 않지만 말이다.  아울러 괴담 확산의 빌미를 제공한 정부가 괴담 유포자를 처벌하겠노라 으름장을 놓는 것 역시 결코 올바른 사태 해결 방법이 아니지만 말이다.  정부는 그 어떤 상황에서건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에 최고의 가치를 두어야 한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메르스 확산 방지에 최선을 다해, 국민들로부터 잃었던 신뢰를 되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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