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불친절 환불'로 택시업계 위기탈출 가능한가

새 날 2015. 6. 2.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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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법인택시업체들이 불친절을 당한 승객들에게 최대 5만원까지 요금을 환불해주는, 이른바 '불친절행위 요금 환불제'를 3개월간 28개사에서 시범 운영 후 오는 9월부터 전체 업체로 확대할 계획이랍니다.  구체적인 불친절 환불 대상은 택시 요금이 발생하지 않는 승차 거부, 부당요금이나 중도하차 그리고 합승 등 내용이 불명확한 신고를 제외한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저 역시 가끔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의 한 사람으로서 해당 정책의 실효성 여부를 떠나 일단 환영하는 입장입니다. 

 

이참에 택시업계는 택시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자발적으로 보여주어 시민에게 사랑받는 택시를 만들겠노라 말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시민들이 편안하고 안전하다는 생각을 가질 때까지 스스로의 변화와 서비스 개선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도 합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입니다.  택시업체들이 왜 이 시점에서, 그것도 자발적으로 뜬금없이 서비스를 개선하겠다고 나선 것일까요?  그 배경이 궁금했습니다.  물론 곰곰이 생각해보니 알 것도 같긴 합니다만. 

 

 

근래 택시업계를 강타하고 있는 한 서비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름아닌 '카카오택시'로 대표되는 택시 앱 서비스입니다.  이 택시 앱은 첫선을 보인 지 불과 2개월도 채 안 된 상황에서 벌써부터 콜택시 시장을 장악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의 인기가 치솟자 '배회형'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던 우리 택시 문화도 어느덧 '호출형'으로의 변화 조짐마저 읽히고 있습니다.  한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카카오택시 기사 회원은 지난달 기준 7만5천명에 달하며, 누적 콜 건수는 110만 건을 돌파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근래엔 카카오택시의 경쟁업체라 할 수 있는 SK플래닛의 티맵택시 역시 본격적인 영업에 가세한 모양새입니다.

 

툭하면 승차거부나 난폭운전에, 불친절로 악명이 높았던 우리 택시 시장에 일대 파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해본 사람들은 편하고 좋다는 반응 일색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해당 서비스는 승객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위치기반 서비스이기에 앱 접속만으로 택시 호출이 가능한 데다, 승객이 기사에 대해 서비스 평점을 매길 수 있게 한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안심 메시지 서비스는 택시를 이용하며 늘 불안감에 시달려오던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이를 이용하는 택시 기사의 매출 상승에도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승객 입장에선 편리하게 택시를 호출하여 안전한 방식으로 이용할 수가 있고, 택시 기사들은 빈 택시로 거리를 배회하는 일 없이 쉽게 고객을 확보하는 등 제대로 된 윈윈 구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 택시 시장의 문제점을 적확하게 파고든 데에 해당 서비스의 인기 비결이 숨어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시민들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주고 있는 셈입니다.

 

 

서울시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개인택시 운전자의 70% 가량이 택시 앱 서비스에 가입하였고, 이를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해당 서비스가 기존의 택시 영업 방식을 바꾸어 수익성 제고에도 일조하고 고객에게는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니 어쩌면 택시 업계 서비스의 패러다임을 확 바꾸게 될 것이라는 일성이 결코 허튼 소리가 아닐지도 모를 일입니다.  반대로 그만큼 법인택시회사엔 위기로 다가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법인택시업체들이 자발적으로 불친절 행위에 대해 환불하겠노라며 나선 건 택시시장의 본격적인 지각변동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읽힙니다.  카카오택시를 필두로 한 택시 앱 서비스의 눈부신 성장이 또 다른 택시업체들에겐 일종의 위기감으로 다가오는 탓입니다.  물론 택시업계가 불친절 행위 환불제를 내세우며 공언하고 있는 것처럼 그러한 행위에 대해 실질적인 환불이 이뤄지게 될지는 그 성격상 미지수임이 분명합니다. 

 

불친절 행위를 규정하는 일이란 무척 애매하기도 하거니와 까다로운 범주에 속하는 탓에 실제로 환불 받는 사례가 극히 미미하거나 역으로 자칫 이를 빌미 삼아 택시 기사들을 곤경에 빠뜨리는 일마저 발생하며 실효성 논란으로 불거질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입니다.  최악의 경우 형식적인 서비스로 그치며 흐지부지될 수도 있는 사안입니다.  하지만 고객의 입장에서 볼 땐 어쨌거나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은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집니다.  택시업계 간 경쟁이 낳고 있는 신 풍속도는 그동안 아무리 고치려 해도 손을 쓸 수 없었던, 고질적인 택시 업계의 악습마저 바꿔놓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듯 엄청난 기세로 다가오고 있는 탓입니다.  택시 업계의 변화, 자못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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