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무책임한 교육 현장, 아이들은 불안하다

새 날 2015. 5. 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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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홍준표 경남지사의 무상급식 중단 결정 여파로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던 서울 충암고 교감의 급식 막말 파문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사생활 침해와 개인정보보호 권리 침해 등 교내에서의 인권 침해가 실제로 있었음을 확인했다며 관련자 징계와 재발 방지 등을 권고했다. 

 

정작 급식비 납부 주체는 학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해당 학생에게 급식비 미납 사실을 공개하는 등 아이들로 하여금 수치심을 불러일으키게 한 학교 측의 조치는 상당히 비교육적인 처사라 할 만하다.  때문에 서울시교육청의 권고는 교육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비슷한 사례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게 하거나 사전 예방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해 보이는 조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이들을 향한 교육 현장의 시각은 그다지 큰 변화가 없는 듯보인다.

 

지난달 28일 대전의 모 고등학교에서 학생 한 명이 중간고사 기간에 투신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단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학생의 투신이 아니라 사건 직후 학교 측의 대응 행태로부터 불거졌다.  교감이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교내방송을 통해 투신한 학생의 사적인 문제를 들먹인 탓이다.


해당 학생이 "정신 장애를 앓고 있었고, 관심을 받기 위한 행동이었다"며 두 차례에 걸쳐 교내방송을 내보냈단다.  학교 측은 다른 학생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대응이었노라며 해명에 나섰지만, 방송을 들은 학생들은 대다수가 불편함을 호소해야만 했다.  투신한 학생이 실제로 정신 장애를 앓고 있는지의 여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물론 대다수의 아이들은 그러한 사실 따위에 대해 그다지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혹여 투신한 학생이 실제로 그와 같은 질병을 앓고 있는 상황이라 해도 전교생 앞에서, 그것도 방송을 통해 이를 공개한 행위는 해당 학생의 사생활과 개인정보보호의 권리를 상당 부분 침해한 처사라 여겨진다.  만에 하나 투신한 학생이 정신 장애를 앓고 있지 않은 경우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오로지 아이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 선의의 거짓이라 해도 해당 질병에 대한 편견을 심어줌과 동시에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공식적으로 낙인을 찍으며 해당 학생을 학교 측의 사건 무마에 따른 희생양으로 삼은 정황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물의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에선 반성조차 않는 기색이 역력하다.  해당 교감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일관된 주장을 하고 있고, 감독기관인 대전시교육청 역시 제대로된 진상 조사를 벌이기는커녕 오히려 “징계를 비롯한 그 어떤 제재도 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사건 은폐 의혹마저 일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단순히 학생인권조례가 해당 교육청에 갖춰져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인권 따위의 어려운 명제를 굳이 들이대지 않더라도 상식적인 수준에서 볼 때, 학교나 교육청의 대응은 지극히 못마땅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이보다 더욱 황당한 사건도 있다.  SBS 보도에 따르면, 전남 강진의 한 중학교에서 교감 자리를 지키기 위해 멀쩡한 학생을 지적장애인 학생들이 모인 ‘특수반’에 배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수반에 추가 인원이 없을 시 해당 반이 해체돼 교감 자리가 없어질 상황으로 몰리자 주의력결핍장애로 추정되는 해당 아이의 병원 소견서를 확대 해석하여 특수반으로 억지 합류시킨 것이다.  아이는 수치심 때문에 개학 후 상당 기간을 무단결석하며 겉돌다가 뒤늦게 일반 학급으로 옮겨졌으나, 이미 마음엔 씻을 수 없는 깊은 상처가 아로새겨진 뒤다.   

 

ⓒ노컷뉴스

 

앞선 사례들 모두는 교육 현장에서 직접 교육을 담당하는 주체들이, 학생 중심이 아닌 여전히 자신들 위주의 교육 활동을 펼침으로써 빚어진 결과물일 테다.  이는 단순히 학생인권조례가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가 아닌 교육자들의 기본 자질에 관한 사안이다.  학생들에게 모멸감을 심어주는, 이른바 "니 아버지 뭐 하시노"라 불리는 교육 현장에서의 차별은 일상에 가깝다.  일부 지자체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채택되는 등 겉으로 드러난 모양새만 볼 땐 제법 아이들의 인권이 고양된 듯싶지만, 앞서의 사례들처럼 여전히 교육을 받는 주체에 대한 배려보다는 교육을 담당하는 주체, 즉 자신들 입장에서 모든 행위들이 이뤄지는 탓에 갈 길이 아직은 멀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내놓은 성명에서도 교육을 담당하는 분들의 변화와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인권위는 성명에서 지난해 이후 제기된 아동 관련 진정 사건이 363건이며, 이 중 대부분이 학생에 대한 폭언, 체벌 등 아동에 대한 인격권 침해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진정 사건 중 87.1%인 316건은 각급 학교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일선 학교에서의 아동 인권 침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국제 기준을 따르는 건 고사하고, 교육 현장에서의 기초단계부터 제대로 된 인식 변화가 절실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때마침 방사능 오염 우려가 있는 후쿠시마로부터 수입된 폐타이어가 전국 초중고의 인조 잔디 운동장에 쓰인다는 소식이 한 매체로부터 전해졌다.  가뜩이나 납과 발암물질이 기준치의 수백 배를 초과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젠 한 술 더 떠 방사능 오염마저 걱정해야 할 판국이다.  물리적인 환경이나 소프트웨어적인 환경 측면 모두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믿고 맡길 만한 교육 여건 조성이 그렇게도 어려운 일인 걸까?   교육 현장에 몸담고 있는 분들께 여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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