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공무원연금 개혁,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새 날 2015. 5. 4.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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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지난 2일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최종 합의했다.  국회는 오는 6일 본회의를 열고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그러나 당시 전격 합의라는 속보가 무색할 만큼 뒷말이 무성하기 짝이 없다.  가히 후폭풍이라 할 만하다.

 

애초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은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하는 ‘구조개혁’ 방식으로 추진됐으나, 사실상 현행 제도 하 기여율과 지급률을 미세 조정하는 방식에 그쳤다는 점에서 과연 '개혁'이란 표현이 적절한가 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이번 개혁안을 살펴보면 수치의 변화가 미미한 데다 그조차 오랜 시일에 걸쳐 적용되는 모양새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이 내는 연금 보험료율은 현행 7%에서 2020년 9%로 5년에 걸쳐 인상하고, 연금 지급률은 현행 1.9%에서 2035년 1.7%로 20년에 걸쳐 0.2%포인트 낮추기로 한 게 이번 개혁안의 핵심이다.  이렇게 될 경우 향후 70년 간 정부의 총 재정부담금은 1654조원으로, 현행 제도에 따른 1987조원보다 333조원 가량 줄어들게 된다. 

 

이의 결과는 사회 일각으로부터 불거지고 있는 ‘반쪽 개혁’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근거가 되고 있다.  고작 0.2%포인트를 낮추는데 20년이나 소요된다는 사실은 개혁이란 말을 무색케하기에 충분하며, 정부 재정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 또한 그리 크지 않아 보이는 탓이다.  더욱이 향후 20년간 공무원 연금 개혁에 대한 언급을 어렵게 하는, 그에 대한 명분을 실어주었다는 점에서 개혁이 아닌 개악 수준이란 비판이 나올 법도 하다. 

 

ⓒ기자협회보

 

하지만 이번 공무원연금 합의의 가장 커다란 문제점은 아마도 공적연금 강화 방안에 있지 않을까 싶다.  여야는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평균 급여 대비 연금액의 비율)을 40%에서 50%로 올리기로 하고, 이를 위해 공무원 연금 개혁에 따른 재정절감액 중 20%를 국민연금에 투입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은 2028년까지 40%로 낮아지는 구조다.  

 

국민들에겐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가뜩이나 일천한 우리 복지 수준에서 거의 유일한 국민 노후 자금이랄 수 있는 국민연금의 연금액을 늘려주겠다는데 이를 마다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국민연금의 명목소득 대체율을 높이려면 결국 국민연금 보험료를 더 걷거나 재정 부담을 늘려야 하는 등 자금 문제로 귀결되는 탓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따른 재정절감액의 20%를 국민연금에 투입하기로 했지만, 오히려 이 대목 때문에 각 주체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여야는 공무원연금 개혁방안에 합의하며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를 만들기로 했다.  이를 통해 국민연금 문제를 논의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공무원연금 개혁은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함이 주 목적인데, 그의 일부를 공적연금에 투입하게 될 경우 공무원연금 개혁의 성과가 일부 손상된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가 이번 개혁안에 발끈하고 나선 이유 역시 이 때문이다.  공무원연금 개혁만도 버거운 상황에서 전선을 어느덧 국민연금으로까지 외연을 확장해가는 모양새인 터라 민감하기 짝이 없는 해당 사안이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 없는 탓이다.



그렇다면 이번 개혁안 합의가 마냥 문제점 투성이이기만 한 걸까?  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름의 의의를 둘 만한 구석이 있다.  각 주체들의 이해 관계는 접점을 찾을 수 없을 만큼 그야말로 첨예하기 그지없다.  합의를 이뤘다 해도 이 현상은 여전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보다 정치권과 정부 그리고 이해 당사자들인 공무원단체까지, 모두가 참여한 상태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뤘다는 대목에 난 주목한다. 

 

그렇다.  정치권과 이해 당사자들이 오랜 진통 끝에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제대로 된 모양새를 갖췄다는 점에서 난 이번 합의를 높이 사는 입장이다.  때문에 비록 미흡한 반쪽짜리 개혁에 불과하더라도 이를 향한 무작정의 비난이나 폄훼는 부적절해 보인다.  워낙 이해 관계가 얽히고 설킨 문제라 쉽사리 균형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건 누구나 예측 가능했던 부분 아니었는가.  오히려 그러한 난관을 극복하고 갈등을 조절하거나 일정 부분 타협을 이뤘다는 점에선 상당한 결실이 아닐 수 없다. 

 

공무원연금이나 공적연금 모두는 국가의 미래가 달린 사안이다.  향후 국민연금 명목소득 대체율을 높이는 문제로 인해 새로운 갈등으로 비화될 소지가 다분하다.  그렇게 본다면 이번 합의가 향후 진행될 개혁의 첫 발자욱임이 틀림없다.  이제 시작이라는 의미다.  비록 무수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을지언정 모든 주체가 다시 한 번 머리를 맞댄 채 갈등을 조정하고 다시 한 번 사회적 타협을 이끌어내야 한다.  개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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