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그들은 왜 국민연금 변경에 반대하는가

새 날 2015. 5. 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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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여야 합의로 타결된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한다는 합의안 때문이다.  언론의 반응은 한결 같다.  정작 당장 급한 공무원연금 개혁은 쥐꼬리만큼만 이뤄지고, 그의 반대급부로 국민연금을 희생시킨 셈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한껏 높였다.  특히 경제 전문을 표방하는 보수 색채의 경제지들의 반발이 눈에 띈다.  이들을 필두로 이른바 보수로 분류되는 언론 매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이번 합의가 졸속으로 이뤄졌다며 일제히 비난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정치권과 정부 그리고 공무원단체까지, 이해 당사자 모두가 참여하여 어렵사리 이뤄낸 이번 사회적 합의가 이토록 비난 받아 마땅한 사안인지 난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반쪽짜리 개혁임이 분명 맞긴 하지만 말이다.  때문에 난 언론 보도의 추이를 유심히 살폈다.  청와대가 이번 합의에 대해 우려하던 내용과 똑같은 논조의 기사들이 주를 이룬다.  첨예한 이해관계를 극복하고 사회적 대타협을 이룬 결과에 대한 평가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  무언가 여론몰이의 흔적이 엿보이기까지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건 지극히 당연한 노릇이다.  이번 합의를 이룬 정치권을 향한 비난의 뭇매가 마구 퍼부어졌다.  적어도 이러한 사안만큼에 대해선 여야나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는 우리 국민들이었다.  더욱 신기한 건 자신들의 연금 수령액을 인상해준다는 데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형국이 아닌가.  물론 그 이유는 뻔하다.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기 위해선 연금 보험료를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언론 보도 탓이다.  정부는 물론이거니와 청와대마저 여야 합의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불쾌한 심기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한겨레

 

남미 4개국 순방 이후 와병으로 안정을 취해 오던 박근혜 대통령이 드디어 지난 4일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였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여야가 공적 연금을 보전하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높이기로 합의한 사항에 대해 국민에게 큰 부담을 지우는 문제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정치적 역학 관계상 여야가 합의를 이루는 과정에서 해당 내용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합의 시점 이후 무언가 변화할 수밖에 없었던 특별한 사유가 있으리라는 의미가 된다.  

 

아울러 정부와 청와대의 바람처럼 언론의 여론몰이 덕분에 국민연금에 손을 대는 일에 반감을 느끼는 국민들이 절대 다수를 이루게 됐다.  아니 단순한 여론몰이 현상이 아닌, 일종의 공포감마저 불러 일으킬 만큼 괴담 수준으로까지 일파만파 확산돼가는 와중이다.  합의를 이룬 정치권이 머쓱해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우리가 한 가지 사실만큼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괴담 수준으로까지 확대재생산되고 있는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과 관련한 내용을 과연 누가 흘리고 있는지에 대해 말이다.

 

불확실한 정보는 다름아닌 국민연금 관리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서 지속적으로 흘리고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나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면 보험료를 두 배로 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가뜩이나 불신이 팽배한 국민연금이거늘, 이 같은 발언은 국민들에게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며 여론을 한 쪽으로 치우치게 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국회 공무원연금개혁 실무기구의 공동위원장이었던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에 따르면 보험료를 1%포인트만 올려도 된단다.  이러한 극과 극의 상이한 결과는 국민연금 기금의 상태를 어떻게 가정하느냐에 따라 셈법을 달리해 나온 수치 탓이다.  즉, 정부가 정확하지 않은 계산으로 얻어진 결과를 통해 국민들에게 불안감만 잔뜩 심어주고 있는 꼴이다.  이에 힘입은 여론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건 지극히 당연한 노릇일 테다.

 

여야는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를 만들기로 합의한 바 있다.  구체적인 논의는 해당 기구를 통해 이뤄질 예정인데, 국민연금을 총괄하는 주무부처가 그에 앞서 부정확한 정보를 의도적으로 흘렸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처신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국민들의 정부 불신을 진정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불안감을 키우며 더 큰 불신을 자초하는 행위가 과연 보건복지부의 처신으로 옳은 일인지 되묻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정부와 청와대가, 여야가 애써 합의를 이룬 개혁안을 향해 이토록 매몰찬 폄훼를 가하는 진짜 이유는 무얼까?  무언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닐까?  때마침 개인연금보험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기사를 접할 수 있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 국민 876만명이 개인연금보험에 가입, 전체 인구대비 17.1%에 달한단다.  그러나 보험사가 거둬들인 수입 보험료는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여 2012년 44조1000억원이던 액수가 지난 2013년 39조9000억원, 지난해 36조7000억원으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게 되면 연금 수령액이 늘어날 테고, 이는 가뜩이나 감소 추세에 놓인 보험금융사들의 개인연금보험 의존률을 더욱 악화시킬 소지가 다분하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연금보험이 공적연금을 보충하는 노후소득 원천으로 더욱 발전하려면 정부의 세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보험개발원 관계자의 발언은 의미심장하게 들려온다.  즉, 개인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금융 대기업들의 이득을 위해 또 다시 국민들을 희생시키려고 하는 게 아닐까 싶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변경은 연금 보험료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공포감을 확산시킬 경우 명목소득대체율을 현행 그대로 묶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질 테고, 궁극적으로 국민연금 수령액을 고정시키는 효과까지 이끌어 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결국 정부와 청와대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변경에 반대하고 있는 이유는 결코 국민을 위함이 아니라는 의미다.  하긴 이번 정부가 언제 국민을 위해 제대로 일한 적이 있긴 했던가?  자본에게 이득을 몰아주기 위해 다시 한 번 국민을 희생시키는 모양새를 띠고 있는 셈이다.  주무부처는 국민연금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이의 이미지 개선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국민들로 하여금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만 더욱 부풀리고 있는 양상이다.  언론의 여론몰이와 정부 청와대의 한 목소리는 마치 국민을 생각하는 것처럼 포장되어 있지만, 결국 고양이 쥐 생각하는 꼴이 아니면 그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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