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세대 갈등, 관용과 배려 문화가 아쉽다

새 날 2015. 4. 13.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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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지하철과 버스요금을 6월말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중교통 적자로 인한 재정 부담 때문에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는 모양이다.  최근 무임승차 승객으로 인한 지하철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보도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닌 듯싶다.  이 대목에서 서울시민들의 시선이 어느덧 65세 이상의 연령층으로 향하고 있는 현상 또한 지극히 자연스러울지도 모른다. 

 

뿐만 아니다.  대중교통 노약자석을 둘러싼 이용객들 간 갈등 현상 역시 심심찮게 오르내리는 단골 메뉴 중 하나다.  교통 약자 배려를 위해 도입된 노약자석이 애초 의도했던 취지와는 달리, 세대 간 몸싸움과 거친 욕설이 오가는 갈등의 공간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탓이다.  자리 양보를 안 했다는 이유로 젊은 처자의 안면을 폭행한 한 할아버지의 일화는 젊은이들의 분노를 촉발시키고도 남는다.  오죽하면 교통약자석 법제화에 대한 주장마저 제기되고 있을까 싶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앞서 불거진 논란들이 어느덧 확대재생산되더니 여론이 점차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양상이다.  노년층을 향한 젊은층의 분노가 예사롭지 않다.  세대 간 갈등이야 인류가 탄생한 이래 지속돼온 현상 중 하나이기에 어찌 보면 지극히 자연스럽기도 하거니와 큰 문제로 받아들일 만한 사안이 아님은 분명하다.  하지만 최근 아주 사소한 건만으로도 공공연하게 불쾌감을 표시하는 등 그 추이가 우려스러울 만큼 급변하고 있어 관심을 집중시킨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캡쳐

 

일례로 지하철 등에서 노인들끼리 모여 앉아있거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행태 따위에도 젊은 세대들은 불만을 표시하기 일쑤다.  아무래도 평소 노년층에 대한 반감이 가득한 상황에서 최근 언론을 통해 오르내리는 소식 등이 이에 상승효과를 얹은 덕분이 아닐까 싶다.  문제는 자신들의 기분 나빴던 경험을 인터넷 커뮤니티 따위에 풀어놓으면, 이에 동조하는 댓글들이 줄줄이 달리는데 내용이 가관이라는 사실이다.  '멀쩡해 뵈는 노인네들이 왜 그런지 모르겠다' 라거나 '나이가 무슨 벼슬이냐' 그리고 '어릴적 양아치는 늙어서도 양아치' 라는 따위의 댓글들이 다수를 이룬다.

 

물론 그들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노인들의 다수가 새누리당을 지지하고 있거나,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 표를 행사한 사람들이며, 하루종일 종편 뉴스 채널만을 틀어놓은 채 그들의 논리에 세뇌당하고 있는 모양새가 영 꼴사납게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작금의 사회적 토대를 만들어놓은 장본인들에게 고운 시선을 바란다는 건 애초부터 무리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실제로 어르신들의 목소리는 젊은이들의 그것보다 크기에 주변을 다소 시끄럽게 만들곤 한다.  눈치 없이 자신들 위주로 행동하는 듯 보이기도 하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상황에서 얌체처럼 새치기를 하거나 노약자석이 자신의 전유물인 양 무조건적인 양보를 강요해오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젊은이들의 입장에선 꼰대짓을 해오기 일쑤이니 어찌 곱게 바라볼 수 있으랴.

 

그러나 어르신들의 이러한 행동에도 나름의 이유는 있다.  우선 목소리가 큰 건 귀가 잘 들리지 않아서일 테고, 새치기를 하는 경우는 신체 노화로 인해 순발력이 떨어지다 보니 마음은 급하고 몸을 잘 움직일 수가 없기에 어쩔 수 없어 행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일 테다.  아울러 겉모습은 멀쩡해 보이는 노인이라지만 속으로 중병을 앓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이를 맨눈으로 판단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심지어 늘 등산복을 입고 다닌다며 뭐라 하는 사람들도 있고, 왜 노인들끼리 몰려앉아 떠드느냐는 볼멘소리도 새어나오지만, 젊은이들 역시 몰려다니면서 떠들거나 패션 따라잡는답시고 다들 비슷한 복장을 입곤 하지 않는가?  반대로 도심 주변의 길거리나 TV 등 대중 매체는 온통 젊은이들 천국인데?  왜 젊은이들이 몰려다니며 떠드는 현상은 괜찮고, 노년층이 몰려다니며 수다를 떠는 건 잘못이어야 하나?



일부 언론이 분위기를 띄우고, 이에 편승하는 듯한 젊은이들의 세대 간 갈등 유발 행동은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다.  켜켜이 쌓인 분노를 일종의 사회적 약자인 노년층에게 풀어버리려는 행위는 지극히 비겁하기까지 하다.  가뜩이나 지역 갈등과 이념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고, 온갖 패륜 행위를 일삼거나 사회적 약자에게 갖은 몹쓸 짓이 횡행하고 있는 몰상식한 사회적 분위기로 보건대, 극단적인 세대 간 갈등의 행태는 사회적 안정을 해치는 또 다른 인자에 불과할 뿐이다. 

 

16년전 통계에선 노부모 부양을 '가족'이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이 90%에 달했는데, 지난해 조사에선 32%로 급감했단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급격한 핵가족화로 인해 웃어른을 공경해야 한다는 인식에 일대 변화가 생겼다는 의미이다.  사회 인식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노인을 향한 시선이 곱지 않아지는 건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일지도 모른다.  젊은 세대에게 무조건적인 노인 공경을 바라는 건 어느덧 외람된 얘기가 돼버렸다.  젊은 세대가 늘상 말하듯 나이가 벼슬이 아님도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노인 세대는 본인보다 자식 세대를 위한 헌신적인 삶을 살아온 덕분에 이제는 사회로부터 대접 받아야 한다는 심리가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러한 생각이 무조건적으로 옳다는 얘기는 아니다.  아울러 당신도 나이가 들면 언젠간 노인이 되지 않겠느냐란 뻔한 말 따위도 꺼내고 싶지 않다. 

 

다만, 서로 다른 세대 간 절실하게 요구되는 관용과 배려가 아쉽게 다가오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각자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기보다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려 노력한다면 작금의 상황이 조금이라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섭섭한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언론 역시 스스로의 막중한 영향력을 고려해,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길 만한 사안의 보도만큼은 신중을 기해야 함이 옳다.  경제를 비롯, 무엇이든 양극화로 치닫는 우리 사회가 젊은 세대와 부모 세대 간 갈등에 이어 어느덧 젊은 세대와 노년 세대 간 갈등으로까지 그 외연을 점차 확장해가는 모양새인 듯해 내심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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