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오토바이 인도 주행,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

새 날 2015. 4. 11.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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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위에서의 오토바이 주행은 엄연한 도로교통법 위반 행위로써, 위반시 벌점 10점에 범칙금 4만원이 부과된다.  며칠전 이와 관련하여 하소연 비슷한 포스팅을 남긴 적이 있다.  내가 누리는 일상 공간에서의 현실은 전혀 변한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오토바이 인도 주행을 대대적으로 단속하여 성과를 내고 있다는, 자화자찬식 언론 보도를 접하고 난 뒤다.  당시 난 오토바이 때문에 인도 위를 걷는 일이 마치 게임속 위험 던전을 지나야 하는 것처럼 곡예 보행을 일삼아야 하는 일이 다반사라 이를 제대로 단속하지 않는 경찰을 원망하고 다시금 원망한 바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지극히 짧았다.  이러한 문제의 핵심을 쥐고 있는 건 비단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는 사람들이나 경찰들에게 있는 게 아닌 탓이다.  오토바이를 탄 채 인도 위를 질주하는 이들은 각기 나름의 피치 못할 사연이 있을 테고, 마찬가지로 이를 단속해야 할 경찰들 역시 마치 손을 놓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만한 이유가 분명 존재하고 있을 테다.  


모두가 알다시피 인도 위를 폭풍 질주하는 오토바이들은 십중팔구 무언가를 배달하는, 배달용 오토바이들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일반 오토바이들도 간혹 볼 수가 있긴 하다.  이들 역시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아무런 제재가 가해지지 않는 탓에 평소 거리낌없이 인도 위를 질주하기 일쑤다. 

 

근래엔 모바일앱을 이용한 실시간 음식 배달 서비스가 성황을 이루고 있고, 집집마다 던져지는 스티커 내지 전단지는 죄다 배달 음식점 홍보물 일색이다.  때문에 '배달의 민족'이라는 별칭은 우리만의 배달 서비스 문화를 제대로 표현한, 빼어난 용어가 아닐까 싶다.  특정 회사의 광고 속에서도 등장하고 있지만, 해변가나 유원지 등에서 좌표만 알려주면 언제든 배달이 이뤄질 정도이니 이러한 별칭이 결코 과장된 것만은 분명 아닌 듯싶다. 

 

ⓒ매일경제

 

오늘날 문제의 근원은 바로 이로부터 기인한다.  MBC 보도에 따르면 일부 패스트푸드업체들이 오토바이 배달 아르바이트생들의 인도 질주를 부추기고 있단다.  대다수의 업체들이 배달 시간을 정해놓은, 이른바 '초치기 배달제'를 운영하고 있는 탓이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업주가 인도 위를 질주하라며 직접 채근하진 않았을 테다.  다만, 매장 내 스톱워치를 설치한 채 정해진 시간 안에 배달을 끝내라고 하거나, 이의 결과를 인사 평가에 반영하는 몹쓸 관행이 죄라면 죄다. 

 

물론 업체간 경쟁을 부추기는 한국인들의 빨리빨리 문화가 어쩌면 보다 근원적인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건 이미 누구나 아는 사실일 테다.  이런 상황에서 분초를 다퉈야만 하는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있어 목숨을 건 질주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덕분에 오토바이의 인도 질주는 예사인데다 심지어 목숨을 잃는 경우마저 왕왕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작년 한 해 동안 서울에서 오토바이를 몰다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100명 가운데 36명은 배달을 가던 중 사고를 당한 경우란다.



그렇다고 하여 주어진 시간 내 배달을 마쳐야 하는 이들이 마치 곡예부리듯 차도와 인도 사이를 마구 넘나드는 행위를 경찰이 일일이 단속하기란 그다지 쉽지 않아 보인다.  단속한답시고 나섰다가 자칫 사고를 불러올 개연성마저 존재한다.  물론 자영업자들의 생계를 위한 몸부림의 일종이라는 사회 일각의 동정 어린 시선도 이들을 방치하는 데 한 몫 단단히 한다.  그러는 사이 오토바이 운행자나 보행자 모두에게 자칫 예기치 않은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아울러 경찰 역시 이러한 영역에 온 힘을 쏟기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경찰 탓만 할 수도 없거니와 오토바이를 직접 운전하는 이들을 탓할 수만도 없는, 사회의 보다 구조적인 현상들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일 테다.  결국 범법 행위임을 알면서도 인도 위를 위협 질주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배달 업계의 관행과 이를 알면서도 딱히 손을 쓸 수 없는 현실이 한데 어우러져 일상 속 보행자들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해오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게 정치 실종 탓이다.  사람들 사이의 의견 차이나 이해 관계를 둘러싼 다툼을 해결하고, 시민들의 가려운 곳을 찾아 제대로 긁어주어야 할 정치가 정치인들의 책무 방기로 인해 그대로 방치되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오작동을 일으키기 일쑤이다 보니 오토바이 아르바이트생들의 목숨을 건 곡예운전은 오늘도 계속될 수밖에 없고, 경찰들은 거의 손을 놓다시피 한 상태인 데다, 일반 시민들은 이들로부터 안전과 생명을 끊임없이 위협 당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더 근원을 따지고 들자면, 결국 작금의 몰상식한 정치적 상황을 만들어놓은 사회적 토대와 유권자들 스스로의 몫이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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