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현재의 혹독한 시련은 정치 외면 탓이다

새 날 2015. 3. 30.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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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전해져 오는 정치권 소식은 반가움보다 좋았던 기분마저 상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이명박 전임 대통령을 둘러싼 잡음은 마치 마르지 않는 샘물 마냥 끊임이 없다.  이명박 정부가 자원외교를 통해 수십조원의 손실을 입었다는 주장이 제기된 상황에서 국회에서 실시되고 있는 자원외교 국정조사가 나름의 성과를 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하지만 31일과 다음달 세 차례에 걸쳐 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증인 채택에 실패하면서 국회 자원외교 국정조사는 특별한 성과 없이 끝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증인 채택에 합의하지 않는 한 청문회 개최는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된다.

 

당장 국정조사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양상이다.  최근 실시된 국정조사마다 여당과 야당 서로가 피차 들어줄 수 없는 요구를 일삼으며 정치 공방으로 치닫다 결국 유야무야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일 테다.  하지만 이는 국민의 눈을 의식하고 국민을 배려하기보다 당리당략에 매몰된 채 자신들 밥그릇 싸움에 혈안이 된 정치인들의 자질 탓이지 국정조사 제도 자체에는 전혀 문제의 소지가 없다.  즉 음식을 담는 그릇은 멀쩡한데, 정작 그릇에 담을 음식이 문제라는 의미이다.  국정조사 무용론을 경계해야 할 대목이자 국민들의 한 표 행사에 신중함이 요구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허구헌날 벌이는 국회의원들의 이러한 행태는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보건사회연구원이 29일 밝힌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입법부에 대한 신뢰도가 조사 대상이었던 사법부, 행정부, 검찰, 경찰, 군대 등 13개 기관과 단체 중 가장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매우 신뢰한다는 응답은 고작 1.0%, 다소 신뢰한다는 응답은 16.4%에 불과했다.  김영란법 제정 당시에도 자신들의 도망갈 구멍은 만들어 놓았던 그들이다.  오죽하겠는가.

 

ⓒ노컷뉴스

 

그런데 이렇듯 이명박 전임 대통령의 자원외교 국정조사가 정치권의 어이없는 공방으로 유야무야돼가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에서 국민들의 귀를 쫑긋 세울 만한 놀라운 소식 하나가 전해졌다.  1조원대 손실을 입힌 캐나다 하베스트 등 이명박 정부의 묻지마식 자원외교의 설거지를 위해 국민연금을 동원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른 것이다.  국민연금은 가뜩이나 노후 복지가 열악한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그나마 유일한 노후 수단이 될 텐데, 사업성이 불투명하기만 한 해외자원개발의 뒤처리를 위해 이를 투입한다는 건 국민들의 분노를 솟구치게 할 만큼 뜨악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담뱃값을 인상한다고 할 때도 사실 국민들은 꾹꾹 눌러 참은 기색이 역력하다.  뭐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이참에 담배를 끊으면 되겠거니 여겼을 법하다.  담뱃값이 인상된 지 어느덧 3개월이 지났다.  그렇다면 결과는 어떨까?  연초에 다소 떨어지는 듯하던 담배 판매량이 재차 늘더니 어느덧 예년 수준을 따라잡을 기세란다.  실제로 친구 녀석 하나도 지난 연말 금연하겠다고 전자담배를 구매하였지만, 최근 확인한 바로는 결국 담배를 끊지 못하겠다며 여전히 이를 구매해 피우고 있었다.  물론 담배 얘기를 꺼낼 때마다 그의 입에선 욕 한 바가지가 함께 쏟아지곤 한다. 



국민건강증진을 담뱃값 인상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정치권과 정부였지만, 실은 금연 효과가 아닌 세금 인상 효과를 노렸음직한 정황이 담뱃값 인상으로부터 1분기가 지난 시점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어디 그뿐이랴.  연말정산 파동으로 근로소득자의 세 부담이 증가하자 국민들의 분노가 한껏 치솟았던 바이다.  한없이 얇기만한 투명 지갑을 털려고 나선 정부의 정책과 정치권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봇물을 이룬 것이다.  이렇듯 전혀 관련이 없을 듯 여겨졌던 정치가 점차 자신의 영역을 침범해 들어오자 민감해져가는 국민들이다.

 

학교에 밥 먹으러 가느냐며 아이들 밥상을 엎어버린 지자체장이 존재한다.  해당 지자체에 속한 학부모 가정은 예상치도 못한 아이들의 급식비가 당장 추가로 지출되어야 할 상황이다.  왜 다른 지자체에선 이러한 일이 없는데 우리만 겪어야 하느냐며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새나오고 있다.  심지어 식판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온 학부모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지만, 그들의 성난 표정에선 그저 안타까움만이 읽힐 뿐이다. 

 

정치와는 전혀 무관할 듯 여겨지던 사안들이 어느덧 우리 생활 속 깊숙이 다가오는 눈치다.  그동안 애써 외면했던 사람들조차 직접적인 이해 관계로 얽히자 뒤늦게 현실을 깨닫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우리들이 행사한 투표권 하나 하나가 부메랑이 되어 다시 돌아오고 있다.  하지만 일하지 않는 자에겐 먹지도 말라고 했듯, 정치를 외면한 자에겐 불만을 표출할 자격이 없다고 말하고 싶다. 

 

정치를 외면하거나 혹여 그렇지 않을 경우라도 기껏해야 지역주의나 이기주의에 사로잡힌 채 늘상 해 오던 방식대로 관성에 이끌려 관행처럼 맹목적으로 특정 번호만을 찍어 오던 사람들이 자신의 주머니가 눈 앞에서 털리는 상황을 보고 그제서야 아차 싶어 하는 눈치다.  그러나 이미 때 늦은 감이 있다.  서로 떠안고 있을 정치적 부채 때문에라도 현 정권과 전 정권은 밀월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앞으로도 지역 구도는 여전할 테며, 그에 따라 관성에 의한 투표 관행은 지속되리라 짐작되는 상황이다.  이번 4.29 보선이 그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겠거니와 보다 정확한 가늠자는 내년으로 성큼 다가온 총선이 될 듯싶다.  정치가 썩었다고 고개를 돌리지 말아달라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하소연이 더욱 뼈아프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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