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무고한 시민 폭행하는 경찰, 도대체 왜?

새 날 2015. 3. 24.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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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무고한 시민들을 폭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MBC 단독보도에 따르면 이는 경찰이 한 남성을 범인으로 오인해 폭행하면서부터 비롯된 일인데, 항의하던 주변의 다른 시민들마저 거칠게 제압하고, 전기총인 테이저건을 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관련 영상 속 경찰들은 해당 남성을 길에 쓰러뜨린 후 머리를 수 차례 발로 밟고, 주변에서 항의하던 사람들까지 마구잡이로 연행하고 있었다.  

 

더욱 어이가 없었던 건, 너무 심하지 않느냐는 주변 시민들의 반응에 미국 같았으면 벌써 총 맞고도 남았을 일이라는 경찰의 항변이다.  심지어 시민 폭행 모습을 휴대전화에 담던 시민에게 경찰은 테이저건을 정조준하여 쏘기까지 했단다.

 

경찰은 폭행을 당한 시민이 대결 자세를 취하는 등 먼저 위협적인 행동을 보여 어쩔 수 없이 진압했노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물론 해당 시민은 범인으로 몰린 상황에서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경찰에 적극적으로 협조를 했어야 함이 옳다.  오히려 싸울 듯 자세를 취한 건 분명히 잘못된 행동이며, 과잉 진압을 불러오게 만든 단초가 됐을 법한 일일 테다.  경찰 입장에서 볼 땐 충분히 위협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여졌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경찰의 제압 방식과 이후 주변 시민들에게 벌인 과잉 대응은 더욱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아무리 대결 자세를 취했다 한들 비무장인 상태였고, 더구나 그에게 혐의 사실이 특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강압적인 방식과 폭력적으로 제압한 건 도가 지나치다는 말 외 달리 표현할 방도가 없을 듯싶다.  특히 현장에서 이를 지켜보던 주변 사람들이 경찰의 대응에 항의하자 그들에게마저 테이저건을 쏘며 체포한 행위는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총 맞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라는 표현에서는 섬뜩함마저 느껴진다.



경찰관에겐 현행범 또는 준현행범에 대해 체포할 권한이 주어져 있다.  오토바이 도난 사건을 수사 중이던 경찰이 애초 그를 범인으로 의심했고, 때문에 당시 그는 현행범에 준해 체포가 된 상황일 테다.  체포 시 경찰은 실탄 발사와 수갑, 경찰봉, 테이저건 등 경찰 장구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범인이 됐든 그렇지 않든 타인의 위해를 피하기 위해 최소 한도의 범위 내에서 사용해야 하는 건 비단 경찰 장구만이 아닐 테다.  단 한 사람을 제압하기 위해 수 명의 무장 경찰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머리를 짓밟고, 과잉진압에 항의하거나 동영상을 찍는 시민들에게 테이저건을 쏜 건 도를 넘어선 폭력 행위에 다름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경찰의 시민 폭력 행위가 결코 우연이 아닐지도 모를 일이다.  때마침 이와 관련한 기사 하나가 눈길을 끈다.  경찰 간부를 양성하는 학교에서 관행과 전통이라는 미명 하에 선후배 간 폭력 행위가 자행되고 있음에도 담당 교수와 조교들은 이를 묵인하며 방조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체육계 학과에서의 폭력 행위는 진작부터 사회 문제로 비화된 적이 있어 간혹 들어 온 바 있으나 경찰행정학과에서의 폭력적 입교 의식은 비교적 생소한 편이다.  하지만 해당 기사에 따르면 이 또한 십수년전부터 지속됐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경찰을 지망하는 학생들이기에 그에 걸맞은 체력을 갖춘다는 취지로 신입생 체력단련이 전통처럼 내려오고 있다며, 학생회 자체에서 벌이는 활동에 대해선 규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저녁시간 조용한 남산 산책로에서 단체 기합을 받거나 거친 훈련을 받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시민들의 시선은 영 불편하기만 하다.  경찰이나 언론에 연락하려 했다는 시민들의 표현 속에서 그들의 행태가 얼마나 과도한 것인지 고스란히 드러난다. 

 

가까운 훗날 이 학생들이 졸업 후 대부분 경찰 간부로 임용될 텐데, 무엇보다 치안을 책임지고 시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 간부 양성 학교에서 전통과 관행이랍시고 십수년째 벌여 온 이러한 행태는 결국 이들에게 민중의 지팡이가 되게 하기 보다 무조건적인 억압과 폭력을 가장 먼저 배우게 하고 있는 셈이 아닌가 싶다.  오늘날 무고한 시민들에게 경찰이 거리낌없이 마구잡이 폭력을 휘두르게 된 배경 뒤엔 다름아닌 경찰 간부 후보들의 이러한 전통과 관행이 오래 전부터 자리잡고 있는 탓이 아닌가 싶어 못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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