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글램핑 화재, 정부의 선제적 대응이 아쉽다

새 날 2015. 3. 23.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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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강화도 한 캠핑장 내 텐트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로 5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입는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빚어졌다.  특히 사망자 5명 중 어린이가 3명이나 돼 안타까움을 더한다.  사고가 난 곳은 일반 텐트가 아닌 글램핑이라 불리는 고정형 숙박용 천막 형태이다.  즉 캠핑하러 온 사람이 텐트를 직접 가져와 설치할 필요 없이 빈 몸인 채 언제든 캠핑이 가능하게 만든, 캠핑장 사업자가 설치해놓고 빌려주는 텐트 형태의 숙박 시설을 의미한다.  내부에는 컴퓨터, 냉장고, 난방시설 등 각종 편의시설들이 갖춰져 있다.  결론적으로 글램핑이란 무늬만 텐트이지 실제로는 일반 숙박시설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의미가 된다.

 

지난 1월 시행된 관광진흥법 개정시행령에 따르면 캠핑장 등 야영장은 적합한 등록기준을 갖춰 담당 지자체에 반드시 신고해야 하지만, 해당 캠핑장은 등록신고가 돼 있지 않은 업소로 알려졌다.  시행령 유예기간이 오는 5월 31일까지인 탓이다.  때문에 소방 당국의 점검 대상에서도 자유롭다.

 

그렇다면 해당 캠핑장 시설이 만약 등록된 업체였다면 이번 화재를 피해갈 수 있었을까?  합법적인 등록이 이뤄져 당국의 점검을 받는 입장이라 해도 글램핑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숙소 형태 자체에 대해선 여전히 안전 관리로부터 벗어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탓에 별도의 규제 등은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캠핑장 내 텐트는 법적으로 건축물이 아니기 때문에 소방법 적용을 받지 않는 탓이다.  그러다 보니 이번 화재처럼 방염 처리가 안 된 자재로 만들어진 글램핑의 경우 무방비인 채 화재에 그대로 노출되기 일쑤다.

 

물론 무엇보다 캠핑장 운영자의 심각한 안전 의식 결여가 이번 화재에 한 몫 단단히 한 측면을 부인할 순 없다.  정부의 관리 감독에 앞서 이러한 숙박 시설을 운영하는 주체가 스스로 안전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기울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화재가 발생했던 글램핑 실내에는 그 흔한 소화기 하나 구비되어 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업체 측이 얼마나 안일하게 사업을 운영해 왔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해 11월 담양의 모 펜션에서는,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가건물에서 투숙객들에 의해 화재가 발생하여 상당한 인명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 해당 가건물은 규제 대상이 아닌 걸로 밝혀졌으며, 이후 해당 영역은 물론이거니와 휴양숙박시설 전체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가 이뤄졌음은 불을 보듯 뻔한 노릇이다.  캠핑 인구가 갈수록 늘고 있는 데다 자가 텐트가 아닌 글램핑을 이용한 캠핑 형태의 보급이 근래 급속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텐트 및 글램핑은 여전히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인 채다.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여전히 과거의 시각에 갇힌 정부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아무런 규제나 점검조차 없는, 무방비에서 이뤄지고 있는 캠핑 현장은 화재에 취약하기 그지없다.  결국 충분히 예견됐던 안전사고를 그대로 방치한 꼴이다. 

 

담양 펜션 화재 이후 휴양숙박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이 이뤄졌고 그에 대한 후속대책들이 부랴부랴 짜여진 바 있다.  1월에 시행된 관광진흥법 개정 시행령도 이의 일환이었을 테다.  하지만 캠핑용 텐트나 글램핑에까지는 안전 관련 법률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고 있다.  비단 텐트시설뿐 아니라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는 휴양시설에 대한 현실적인 소방안전관리 법률 적용은 여전히 미비한 상태다.  펜션이나 캠핑장의 경우 아무리 규모가 작더라도 소방점검과 소방특별조사를 받을 수 있도록 단속 대상을 확대할 필요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항상 거듭되는 표현이지만, 우리에겐 여전히 요원한 선제적 대응이 아쉽기만 하다.  이번 글램핑 화재 사고를 통해서도 극명히 드러나고 있다.  우리 사회에 안전사고 대비란 애초 존재하지 않는 느낌이다.  이번 화재 이후 또 다시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 보면..'으로 시작하는 기사들로 도배되다시피 하고 있다.  이는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반복돼 온 행태들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사후약방문격으로 대응해야만 하는 걸까?  물론 이렇게라도 하여 제대로 고쳐진다면 그나마 다행이긴 하다.  더 큰 문제는 늘상 반복적으로 겪는 안전사고임에도 불구하고 사회 전반엔 여전히 안전불감증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일 테다. 

 

기본적인 안전 의식은 우선 개인들이 갖춰야 하는 게 분명 맞다.  하지만 생활 곳곳 어디에선가 벌어질지 모를 안전사고의 예방을 위한 법적 토대와 제도 정비는 정부가 해야 할 몫이고, 아울러 철저한 관리감독이 뒤따라야만 국민들이 안심하고 일상에 몰두할 수 있을 테다.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펜션 화재 사고 그리고 통풍구 추락 사고, 글램핑 화재 등등 다양한 영역에서 빚어지고 있는 생활 속 참사는 그야말로 예측 불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회 전반에 여전히 안전불감증이 만연한 탓에 우리 주변의 수많은 위협 요소들에 대한 선제적인 대비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결국 해당 영역에서 사고가 터진 뒤에야 뒤늦게 관련 법을 고치고 규제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이번 글램핑 화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곳에서의 사고야 어쩔 수 없다손쳐도 최근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사고가 예측 가능했고 그에 따른 대비가 필요했던 영역에서의 재난사고마저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채 또 다시 어이없는 참사를 빚게 만든 상황이 아닐까 싶다.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은 그동안 수 많았던 학습효과마저도 무용지물로 만들 만큼 여전히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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